tvN ‘꽃보다 청춘’의 이적, 윤상, 유희열(왼쪽부터)
나영석 PD가 또다시 한 건 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신드롬급 인기를 끌었던 케이블채널 tvN ‘꽃보다 할배(이하 꽃할배)’의 뒤를 이은 배낭여행 시리즈의 세 번째 이야기 ‘꽃보다 청춘(이하 꽃청춘)’에 대한 이야기이다. 어찌 보면 이제는 ‘식상하다’ 싶을 스타들의 배낭여행이 이토록 우리를 매혹하는 까닭은 무엇일까.냉정하게 보자면 ‘꽃청춘’의 기본 틀은 ‘여행이라는 특정 환경 속에 던져진 스타들의 반응을 관찰한다’는 점에서 전작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는 방송이 시작되기도 전에 우려의 시선이 뒤따랐던 것과 같은 이유다. ‘꽃할배’는 뜨거웠으나, ‘꽃보다 누나(이하 꽃누나)’의 반응은 그에 못 미쳤다. 시청률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화제성으로 가늠할 수 있는 체감 반응이 그에 못 미쳤다는 의미다.
‘꽃누나’의 미적지근한 반응은 두 가지 사실을 확인케 한다. 방송에서(특히 예능 프로그램에서) 쉬이 볼 수 없었던 이들의 출연에 대한 호기심은 그리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는 것과 ‘배낭여행’이라는 이야기가 만들 수 있는 그림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 또 연출을 맡은 나 PD가 일찍이 KBS2 ‘해피선데이-1박 2일’ 때부터 ‘여행 예능 전문 PD’로 이미지를 굳혔다는 점도 ‘꽃청춘’에 대한 기대감을 반감시켰다. 예측 불가한 돌발 상황에서 재미가 발생하는 관찰형 예능프로그램에서 기시감이 느껴진다는 건 분명한 마이너스 요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우리는 배낭여행의 세 번째 시리즈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나 PD의 진가를 확인하게 되는 듯하다. 물론 ‘꽃청춘’의 인기의 절반 정도는 윤상, 유희열, 이적이라는 한 시대를 풍미한 가수들의 공도 크다. 그럼에도 이들을 납치하듯 끌고 간 페루 여행에서는 ‘스타’라는 공고한 이미지가 붕괴되는 과정이 생성되는 재미 외에 또 다른 메시지가 읽힌다. 바로 세 남자의 ‘관계(關係)’다.
tvN ‘꽃보다 청춘’ 방송 화면 캡처
‘꽃할배’와 ‘꽃누나’의 경우에도 수십 년간 서로 알고 지낸 이들이기는 했으나, 그들의 관계가 방송으로 그려진 결과물은 ‘여행’이라는 또 다른 시공간이 만들어낸 감이 없지 않다. 반면 ‘꽃청춘’은 유희열의 말처럼 ‘어리지도 늙지도 않은, 그렇다고 어른 같지도 않은 40대 남자’들의 여행기를 그린다. 20대에 선후배로 만나 인생을 절반 가까이 함께했지만, 이들 사이의 교집합은 그리 크지 않다는 것. 모두가 싱어송라이터로 음악계의 거목임에도 이들의 음악 이야기가 스치듯 가볍게 그려지는 것도 제작진의 의도를 방증한다. 여행을 핑계 삼아 서로의 삶에 한 발짝씩 가까이 한 세 남자의 모습에서 우리는 ‘관계’라는 단어의 의미를 되새기게 된다.이 지점에서 ‘꽃청춘’은 추상적인 관계 속에 살아가는 우리들의 고군분투기로 이야기의 범주를 확장해 나간다. 현재까지는 이것이 ‘꽃청춘’에서는 윤상이 대변 활동에 얽힌 삶의 어두운 부분을 털어놓는 것으로 가시화됐을 뿐이다. 하지만 그 찰나의 고백만으로도 이들의 관계가 어떻게 극적으로 변화하는지를 지켜보는 건 시청자에게 묘한 공감과 가슴 먹먹한 감동을 선사한다. 방송의 시점보다는 한참 뒤의 일이겠지만, 유희열이 “다음에 여행을 가도 꼭 이들과 다시 가고 싶다”고 말하는 대목에서는 제법 큰 울림이 전달된다.
세 남자의 여행에 종착지가 마추픽추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후반부에 드러나게 되겠지만, 두 동생 유희열과 이적은 ‘술과 약을 모두 끊겠다’는 큰 형의 도전에 반색하고, 윤상은 이를 자신의 삶을 지탱하는 ‘지지’로 받아들인다. 다소 일회적으로 다뤄진 감이 있는 앞선 여행기와 달리, 평소에도 스스럼없이 만난다는 이들의 여행 이후의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까닭이다. ‘여행은 새로운 관계를 열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것. ‘꽃청춘’이 말하는 ‘진짜 청춘’은 무뎌진 감각을 깨고 새 관계의 장을 열어젖힌 이들의 이야기가 아닐까.
‘꽃청춘’ 뜯어보기② ‘꽃청춘’표 트랙리스트, 세 남자의 청춘 BGM
글. 김광국 realjuki@tenasia.co.kr
사진. tvN ‘꽃보다 청춘’ 방송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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