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 월화드라마 ‘트로트의 연인’이 정은지와 지현우의 하모니로 막을 내렸다. 트로트에 재능이 있는 최춘희(정은지)가 천재 뮤지션 장준현(지현우)을 만나 트로트 가수로 성장하는 이야기를 담은 ‘트로트의 연인’은 악연으로 시작돼 사랑에 빠지는 로맨틱 코미디의 공식을 따르며 안방극장에 훈훈한 웃음을 안겼다. 또한, 트로트라는 이색적인 소재를 로맨틱 코미디에 접목하면서 눈길을 끌었다. ‘트로트의 연인’은 이야기 줄기 속에 트로트를 세련되게 녹이는 것이 가장 큰 과제였다. 트로트는 대중에 매우 친숙하고 구수한 존재이지만, 미니시리즈는 빠른 호흡과 트렌드를 따르기 때문. 트로트와 로맨틱 코미디의 만남은 어땠을까.
결론적으로 트로트와 드라마의 만남 자체는 성공했다. ‘트로트의 연인’은 매회 트로트를 다양한 방식으로 등장시키면서 정체성을 확실히 드러냈다. 1회부터 최춘희(정은지)와 최별(유은미)이 상상 속에서 반짝이 드레스를 입으며 ‘님과 함께’를 불러 재미와 노래를 동시에 잡았고, 트로트 가수 최춘희에 성장에 따라 새로운 노래를 선보이면서 볼거리와 들을거리를 제공했다. ‘고추’, ‘미소를 띄우며 너를 보낸 그 모습처럼’, ‘마이 웨이’ 등 극중 최춘희가 부른 노래들은 방송 다음날 실시간 검색어를 장악하며 화제성까지 입증했다.
‘트로트 속에 담긴 우리네 삶의 애환’이라는 메시지도 드라마 속에서 적절히 사용됐다. 최춘희와 아버지의 사연, 딸이 가수가 되는 것을 반대하는 아버지의 사연, 자살까지 생각했던 장준현이 다시 용기를 갖는 과정 등 드라마의 메인 스토리와 작은 에피소드 등에 모두 트로트가 사용됐다. 정은지의 ‘고추’, ‘아빠의 청춘’, ‘남자라는 이유로’ 등 트로트 노래 속에 담긴 가사와 장면이 어우러지면서 위로와 용기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정은지와 지현우의 케미스트리도 트로트로 빛이 났다. 장준현은 춘희가 부른 ‘고추’를 듣고 삶의 용기를 얻었고, 트로트를 멸시하던 준현이 춘희와의 작업을 통해 사랑을 깨달아 갔다. 시장에서 부른 트로트 공연과 오디션에서 두 손을 맞잡고 부른 장면, 강화도에서 피어낸 하모니 등 두 사람의 사랑이 음악적 교감으로 표현되면서 조금 더 풍성한 장면이 탄생됐다.
트로트라는 시도 자체는 좋았지만, 드라마 완성도가 아쉬움을 남겼다. 전반부 만화적인 편집과 과도한 코미디 연기가 호불호를 자아냈으며, 후반부로 갈수록 산만해진 연출이 일부 비판을 받기도 했다. 준현의 갑작스런 기억상실증과 살인 미수, 사기, 절도까지 거침없이 범죄를 저지르는 박수인(이세영)의 극단적인 악행 또한 설득력이 떨어졌다. 설태송(손호준)과 나필녀(신보라)의 사랑, 방지숙(김여진)과 이철만(장원영)의 사랑 등 주변부 인물의 이야기 또한 내내 종영을 앞두고 갑작스레 전개되는 양상이었다.
준현의 기억상실 또한 아쉬운 대목이다. 한국 드라마에서 가장 흔한 소재를 가장 빤한 클리셰처럼 사용했기 때문이다. 남자주인공이 기억을 잃고, 그 틈을 타 악역이 설치고, 그리고 기억을 찾는 남자주인공이 영웅처럼 등장해 악역을 벌하고, 행복한 결말을 맞는 빤하고 빤한 이야기의 흐름이 ‘트로트의 연인’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트로트라는 노래의 힘이 없었다면, ‘트로트의 연인’은 흔한 로맨틱 코미디에 그쳤을지도 모른다. 아무리 눈길을 끄는 소재라도 드라마의 가장 핵심인 줄거리가 힘이 빠진다면 무용지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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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박수정 soverus@tenasia.co.kr
사진제공. KBS2 ‘트로트의 연인’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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