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개봉한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와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을 보면서 든 생각. “결국 문제의 근원은 인간이야?” 얼핏 보면 두 영화(시리즈)는 급진적 세력과 온건한 세력, 혹은 네 편과 내 편이 나뉘어 으르렁거리는 작품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것은 겉모습일 뿐, 인류를 사이에 두고 서로 다른 입장을 취하는 이종(異種)들의 고뇌가 이야기의 진짜 핵심이다. 인간에 대항하는 ‘돌연변이/유인원’과 그런 세력으로부터 인간을 보호하려는 또 다른 ‘돌연변이/유인원’들의 대결이 중심축이라는 얘기다. 그런 면에서 ‘엑스맨’ 매그니토(마이클 패스벤더)와 ‘혹성탈출’ 시저(앤디 서키스)의 닮은 듯 다른 행보는 흥미롭다.(*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반인류’ 매그니토, “인간은 결국 우리 종족을 죽일 거야”



‘엑스맨’ 뮤턴트들은 돌연변이 유전자를 지닌 존재들이다. 태생적으로 인간과 다르다. 하지만 인간들에게 그들은 ‘다른’ 존재가 아니다. ‘비정상’일 뿐이다. 인간의 차별과 학대 속에서 뮤턴트들은 급기야 자신들의 운명을 저주하고 슬퍼했다. 그런 그들을 각성케 한 이가 뮤턴트들의 정신적 지도자, 찰스 자비에(제임스 맥어보이)와 매그니토다. 하지만 둘은 노선이 달랐다. 돌연변이 영재학교 교장 찰스는 ‘돌연변이와 인간이 공존하는 세상’을 꿈꾼다. 반면 매그니토는 “인간과 어차피 섞여 살 수 없는 만큼 인간에게 무력으로 맞서자”고 주장한다.

평화주의자 찰스에 비해 매그니토는 자칫 악인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는 차별주의자들에 대항했을 뿐이다. 자신이 옳다고 믿는 정치적 이상을 따랐을 뿐이다. 그리고 그것이 종족들을 구하는 방법이라고 믿었을 뿐이다. 무엇보다 매그니토는 자신들이 인간보다 우월하다고 믿었다. 핍박 속에서 자존심이 바닥을 치던 뮤턴트들이 매그니토 아래 헤어 모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친인류’ 시저 “Trust!”

시저 역시 출발은 매그니토와 비슷했다. 전작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에서 일련의 사건을 통해 각성한 시저는, 인간에 맞서며 동족해방운동을 추진한 바 있다. 시저의 반란은 ‘자유를 위한 투쟁’의 일환이었다. 작렬하는 카리스마를 두른 시저는 유인원들의 정신적 지도자로 우뚝 섰다.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은 시저가 혁명을 이룬 10년 후의 이야기다. 치명적인 바이러스로 인해 명말 위기에 놓인 인류와 달리, 시저가 이끄는 진화한 유인원들은 자신들의 삶의 터전을 만들고 평화롭게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평화는 인간의 출몰과 함께 위협받는다. 문명재건의 동력인 전기를 얻기 위해 유인원들의 공간에 인간이 들어오면서 유인원 종족 안에 분열이 일어난다. 인간들의 실험대상으로 온갖 고초를 겼었던 유인원 코바는 인간을 믿지 못한다. 인간을 공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불안에 떠는 동료들을 바라보며 시저는 고민한다. ‘멸종 위기의 인간을 돕느냐, 마느냐’ 고뇌하는 시저의 모습이 셰익스피어 비극의 주인공 햄릿 저리 가라다. 고민의 끝에서 시저는 매그니토와 달리 인간과의 ‘공존’과 ‘상생’을 선택한다. 그것이 유인원 사회의 평화를 지켜내는 방법이라고 시저는 믿었다.

매그니토의 시저의 결정적 차이


인간에 맞서 동족해방을 외쳤던 매그니토와 시저의 향방이 갈라진 결정적 차이는 무엇일까. 그것은 유년의 기억, 성장환경에 기인한다. 나치 수용소에서 학대를 받으며 비극적인 유년기를 보낸 매그니토에게 인간은 증오의 대상이자, 복수의 대상이다. 원작자 스탠 리가 미국의 급진적 흑인 해방운동가인 말콤X에게 영감을 받아 매그니토를 만든 것은 우연이 아니다. 반면 시저에겐 인간 윌(제임스 프랑코)과의 행복했던 기억이 있다. 윌의 사랑과 보살핌을 받으며 자란 시저에게 인간은 어리석고 나약하긴 해도, 무조건적으로 악한 존재가 아니다. 시저가 인간과의 공존이 가능하리라, 잠시 희망을 품는 건 그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시저의 희망이, 내부의 적 코바에 의해 무너져 내리는 과정은 흥미롭다. ‘유인원은 유인원을 해치지 않는다’는 자긍심 앞에 무리를 대동단결 시켰던 시저는 자신들 역시 인간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사실 앞에서 낙담한다. 결국 유인원 사회의 대립과 갈등은 ‘폭력의 역사’로 점철된 인간사회에 대한 뼈아픈 은유다. 피부가 다르다는 이유로,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공멸에 가까운 파괴적인 행태를 자행하고 있는 인류는 지금 이 순간에도 수 많은 시저와 매그니토를 양산하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글. 정시우 siwoorain@tenasia.co.kr
사진. 영화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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