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빌리어코스티라는 이름이 특이하다. 이 이름의 뜻은 무엇인가?
빌리어코스티라는 여섯 글자의 흔치 않은 이름부터 호기심으로 다가온다. 어쿠스틱(Acoustic)과 어떤 연관이 있는 것일까, 빌리는 무슨 뜻일까. 미지의 세계를 한껏 안고 있는 듯한 이름이지만 서글서글한 미소와 저음의 편안한 목소리는 어딘지 우리 옆집 오빠, 혹은 형과 같은 느낌이었다. 사실 빌리어코스티는 기타로 먼저 음악 세계에 발을 디뎠다. 가수 변진섭, JYJ 등 실력파 가수들의 공연에 기타 세션으로 참여했고, 제16회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제1회 ABU 라디오송 페스티벌, 파주 포크송 콘테스트 등의 대상을 휩쓸었다. 또 CJ 문화재단 신인 뮤지션 발굴 프로그램 ‘튠업’의 우승을 차지한 ‘고스펙’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빌리어코스티는 첫 인상이 준 느낌처럼 편안한 공감의 음악을 하고 싶다며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빌리어코스티 : 빌리어코스티는 비커즈 아이 러브 유(Because I Love You)의 약자를 딴 빌리와 내가 지향하는 어쿠스틱 음악을 뜻하는 어코스티의 합성어다. 어쿠스틱은 뭔가 어감이 딱딱하지 않나. 그래서 어쿠스틱이 어쿠스트를 거쳐 조금 부드러운 어코스티로 탄생했다. 예명을 짓는 것은 너무 어려웠다. 친구와 함께 지은 이름이다.
Q. 홍대 인디의 훈남, 한국의 존 메이어라는 수식어가 있다. 이 수식어에 대해 들어본 적 있나?
빌리어코스티 : 댓글이나 SNS 등을 통해 그 수식어에 대해 접했다. 와, 내가 한국의 존 메이어라니. 정말 감사하고 영광이다. 존 메이어는 피할 수 없는 거대한 산 같은 느낌이다. 너무 훌륭한 분이시지 않나. 그래도 그 이야기를 들을 때 너무 똑같아질까봐 일부러 공연도 가지 않았다. 저만의 색깔을 찾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Q. 그렇다면 빌리어코스티와 존 메이어의 차이점은 어떤 것이 있을까.
빌리어코스티 : 아무래도 그분과 나는 살아온 배경도 다르고 감성도 다르다. 난 굉장히 한국적인 정서와 감성을 노래하고 있다. (그런데 왜 홍대 훈남에 대한 답변은…?) 하하. 나보다 더 훈훈한 분들이 많다. 난 그저 홍대 사람일 뿐이다.
Q. 인디와 홍대는 떼어놓을 수 없는 관계인 것 같다. 요즘 홍대에 가면 버스킹하는 모습을 예전에 비해 자주 볼 수 있다. 빌리어코스티도 버스킹 경험이 있나?
빌리어코스티 : 많이 하진 않았지만 버스킹 경험이 있다. 새벽이나 밤에 한 적도 있는데 주민 분들께 쫓겨난 적도 있다. 내 곡을 대중들께 처음으로 들려줄 수 있었던 것이 버스킹이었다. 처음에 장비를 들고 걸어가는 상황부터 창피하기도 하고 부담스럽기도 했다. 장소를 찾는데만 한 시간 이상도 걸렸고. 겨우 자리를 잡고 두 세곡 정도 불렀는데 그 때의 뿌듯함은 잊을 수가 없다. 노래를 잘한 것도 아니고 덜덜 떨면서 연주했지만 빌리어코스티의 첫 무대가 펼쳐진 순간이었다.
Q. 새벽과 홍대, 그리고 빌리어코스티의 음악은 잘 어울리는 조화라 생각한다. 그런데 비교적 늦은 나이인 32세에 데뷔 앨범을 발매했다. 그렇다면 빌리어코스티만의 원숙한 강점은 무엇이 있을까.
빌리어코스티 : 음… 나는 1990년대와 2000년 대에 청소년기를 보내며 그 때의 감성과 노래를 기억하고 있다. 그 당시의 감성과 추억을 다시금 회상할 수 있는 노래를 부를 수 있단 점이 원숙한 강점으로 작용되지 않을까 싶다. 윤상 선배님, 윤종신 선배님, 김동률 선배님, 이적 선배님, 롤러코스터 선배님들 등의 노래를 많이 들었고 영향을 받았다. 선배님들의 노래는 타이틀곡 뿐만 아니라 앨범 전체가 좋았다. 나 역시 그런 앨범을 내고 싶었다.
Q. 그러고보니 롤러코스터 조원선과 ‘고스란히’를 함께 불렀다. 어릴 적 우상과 함께 노래를 하다니 어떤 기분이었나?
빌리어코스티 : 영광이었고 감격스러웠다. 한편으론 부담스러웠는데 조원선 선배님께서 편하게 대해주시고 존중해주셨다. 내가 참여했던 오디션 프로그램 ‘튠업’에서 선배 뮤지션과 콜라보 공연을 준비해줬는데 조원선 선배님과 함께 공연을 하게 됐다. 그 때의 인연으로 선배님과 듀엣곡을 부르게 됐다.
Q. 빌리어코스티가 음악을 접하게 된 계기는 어떻게 되는가?
빌리어코스티 : 고등학교 시절 축제 때 학교 밴드부로 공연을 하게 됐다. 아무 것도 모르고 한 공연이었지만 기타도 치고 노래도 하며 ‘이게 아닐까’ 싶었다. 바이올린도 1년 정도 배우고 피아노도 조금 배웠다. 친구들과 어울리며 각자 악기를 맡아 음악을 맞춰보기도 했다. 기타, 베이스, 드럼 등은 먼저 차지됐기에 난 바이올린을 했다. 그렇게 음악과 만났다. 지금 그 친구들은 선생님이 된 친구도 있고 각자 안정된 생활을 하고 있다.
Q. 빌리어코스티는 실력파 기타 연주자였다. 그런데 보컬로 앨범을 발매했는데 변화의 계기가 있었나?
빌리어코스티 : 연주 음악을 많이 좋아했다. 하지만 연주 음악 속 음정에 전달력 있는 메시지를 더하기 위해서는 가사가 필요했다. 그래서 노래가 있는 음악을 하고 싶단 생각을 했다. 일단 쉬운 것부터 도전하며 노래를 시작했다. 일단 노래 연습을 많이 해야겠단 부담감을 안고 일을 벌이게 됐다. 그러다보니 이번 1집 녹음을 하며 굉장히 고생도 했다.
Q. 그렇다면 두 가지 모두 해본 빌리어코스티가 생각하는 기타와 보컬의 매력은 각각 무엇일까?
빌리어코스티 : 보컬은 가사라는 중요한 매체로 메시지를 전할 수 있다는게 굉장히 좋다. 목소리를 통해 감정 표현을 조금 더 정확하게 할 수 있다. 반면 기타는 할 수 없는 것도 표현해주는 구석이 있다. 예를 들어 ‘너 떠난 후’ 같은 곡에서 싸울 힘조차 없는 담담한 연인의 이별을 노래하고 싶었는데 그런 담담함 속에 담겨 있는 연인의 슬픈 감정을 기타로 표현했다. 이처럼 그런 섬세한 표현을 대신할 수 있는 것이 악기인 것 같다. 어쨌든 보컬과 기타는 음악에 빠질 수 없는 두 가지 악기다.
Q. 타이틀곡 ‘소란했던 시절에’는 제목이 독특하다. 왜 ‘소란함’이란 단어를 사용했는지 궁금하다.
빌리어코스티 : 30대가 돼서 20대의 연애를 회상해보니 뭔가 소란했었단 생각이 든다. 그 땐 왜 그렇게 싸웠는지, 무엇 때문에 이별했는지 기억도 안난다. 근데 당시에는 굉장히 중요해서 그렇게 싸웠을 것이다. 이처럼 20대는 이별 뿐 아니라 설렘, 아쉬움 등이 교차된 시기고 감정의 기복도 심하다. 그런 20대의 느낌을 표현하다 보니 ‘소란함’이란 단어가 사용됐다. 전체적 앨범 테마가 소란했던 시절에 느꼈던 감정이나 시절을 회상했다. 30대가 돼보니 후회가 되고 느끼게 된 생각들을 이야기 해보고 싶었다.
Q. 빌리어코스티는 직접 작사, 작곡을 하는 싱어송라이터다. 평소 곡의 영감은 어디서 얻는가? 본인의 경험도 들어가나?
빌리어코스티 : 듣는 모두와 함께 공감하고 싶었다. 그러다보니 진짜 우리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물론 상상이 가미되기도 하지만 나의 생각이나 기반과 같은 부분이 많이 포함됐다.
Q. ‘소란했던 시절에’ 앨범을 한 문장으로 정의한다면?
빌리어코스티 : 편안 형, 오빠가 함께 이야기하는 우리의 연애 이야기? 하하. 나는 이랬단다! 하면서 말해주고 싶었다.
Q. 빌리어코스티가 지향하는 음악이 궁금하다.
빌리어코스티 : 많은 사람들과 호흡할 수 있는 음악을 하려 노력한다. ‘비커즈 아이 러브 유’ 라는 뜻의 이름도 그렇고 같은 이야기를 다루더라도 조금 더 다른 시점에서 노력해보고 싶다. 다양한 감정에 대한 공감을 이끌어나가고 싶은 욕심이 있다.
Q. 그렇다면 당신은 대중들에게 어떤 가수로 남고 싶은가?
빌리어코스티 : 곡을 들었을 때 ‘아 이건 내 얘긴데’라는 생각이 들 수 있도록 우리의 이야기를 노래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감정, 고민에 대해 자연스러운 곡을 쓸 수 있는 가수가 되도록 노력하겠다.
Q. 공감할 수 있는 노래는 오랜 세월이 지나도 잊혀 지지 않고 사랑을 받는 것 같다. 그러고보니 오는 6월 29일 단독콘서트 ‘소란했던 시절에’를 개최한다. 첫 단독콘서트인데 심정은 어떤가?
빌리어코스티 : 공연에서는 먼저 1집에 수록된 곡을 모두 들려드릴 예정이다. 또 내가 계획하고 있는 곡을 먼저 들려드릴 수 있을 것 같다. 또 예전부터 좋아했던 롤러코스터의 ‘내게로 와’, 버스킹 때부터 불렀던 노래 등 다양한 추억의 곡들을 커버할 예정이다. 두 시간 가량 진행되는 공연인데 오시는 분들이 후회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음… 나는 사실 집에 지인을 초대하거나 무언가를 주최할 때 그 사람이 100퍼센트 만족해야 행복하다. 단독 콘서트 역시 관객들이 100퍼센트 만족할 때까지 노력하겠다. 일명 ‘고객 만족’이라 해야하나. 하하. 관객들과 함께 호흡하는 즐거운 공연을 펼치고 싶다.
글. 최진실 true@tenasia.co.kr
사진제공. 디에이치플레이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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