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eyes, ‘인간중독’ 탁월한 19금 멜로 > 한국판 ‘색, 계’ 라니, 농담도 참

영화 ‘인간중독’ 김진평(송승헌)과 종가흔(임지연) 스틸 이미지.

모두의 신임을 받으며 승승장구 중인 교육대장 김진평(송승헌) 대령과 남편을 장군으로 만들려는 야망을 가진 아내 이숙진(조여정). 어느 날 김진평의 부하로 충성을 맹세하는 경우진(온주완) 대위와 그의 아내 종가흔(임지연)이 관사 옆 집으로 이사를 온다. 진평과 가흔은 첫 만남부터 서로에게 강렬한 떨림을 느끼게 된다. 뭔가 비밀을 품고 있는 가흔과 그녀에게 걷잡을 수 없이 빠져드는 진평은 서로 위험한 사랑을 시작한다. 텐아시아 영화 기자 두 명이 각자 다른 시선으로 ‘인간중독’의 사랑을 지켜봤다. 청소년 관람불가, 14일 개봉.

황성운 : 탁월한 19금 멜로 분위기와 탁월한 배우 활용 그리고 베드신 ∥ 관람지수 7
정시우 : 연출도 연기도 베드신도 2% 목마르다 ∥관람지수 6

‘인간중독’은 진짜 사랑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극 중 배경인 군 관사는 가식과 허세가 가득한 공간이다. 진심이나 진실성 대신 자신의 이익에 맞게 요리조리 움직이는 사람들뿐이다. 눈앞에선 손을 비비고, 돌아서면 욕지거리다. 극 중 주요 인물인 김진평 이숙진 부부, 경우진 종가흔 부부는 쇼윈도 부부처럼 보인다. 이숙진은 남편인 김진평을 장군으로 만들기 위해 애쓰지만, 김진평은 그런 아내에게 비위를 맞춰주는 정도다. 종가흔도 사랑 때문에 죽고 못 사는 모습과는 한참 떨어져 있다. 이런 마음은 마음끼리 통한다. 김진평과 종가흔이 처음 보자마자 떨림을 느끼는 건, 그 마음이 통했으리라. 그리고 중독된 것처럼 빠져든다.

철저한 계급사회로 상징되는 군 관사는 두 사람의 위험한 사랑에 긴장감을 부여한다. 두 사람이 같이 서 있는 것만으로도 묘한 긴장감을 전한다. 최대한 감정을 숨기지만, 이제 막 진짜 사랑을 맞이한 두 사람의 감정이 숨긴다고 숨겨질까.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눈치채는 사람이 없다. 이숙진과 경우진도 자신의 남편, 아내의 변화에 무감각하다. 오히려 관사 밖 사람들이 직감한다. 군 관사는 이런 곳이다. 튼튼하고 더 좋은 줄을 잡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면서도 서로를 견제하는, 그래서 진실로 사람을 대하기보다 목적과 의도에 따라 움직이는 바로 그런 곳이다. 여기에 1969년은 ‘부부’의 틀을 깨는 게 지금처럼 쉽지 않았던 때다. 극 중에서는 뜨겁게 표출하지 않았지만, 스크린 넘어서는 그 열병 같은 사랑이 느껴졌다.

김대우 감독은 ‘19금 멜로’의 분위기를 잡아내는 데 탁월한 감독답다. 화면 곳곳에서 꼭 사랑해야 할 것만은 같은 분위기가 가득했고, 그에 맞는 음악 선택도 적절했다. 여러 번의 베드신도 과감하다. 첫 베드신에 나선 송승헌의 몸은 감탄할 만큼 탄탄했지만, 베드신 자체는 다소 어색했다. 그래도 이전 영화에서 보여줬던 것과 비교했을 때 송승헌의 도전에 대한 노력은 인정받을 만하다.

다른 배우들의 활용도도 만족스럽다. 무엇보다 신예 임지연은 될성부른 나무다. 놀랄만한 연기력을 보여준 건 아니지만, 관객을 자기 안으로 끌어들인다. 각도에 따라, 의상이나 헤어스타일에 따라 각기 다른 매력을 드러낸다. 매우 다양한 얼굴을 지녔다. 조여정의 활용법도 뛰어나다. 많은 분량은 아니지만, 극 중 인물을 확실하게 새겼다. 영화 시작과 함께 등장하는 송승헌 조여정의 베드신 중 터져 나오는 조여정의 대사는 매우 차지다. 군 관사 내 여자들 사이에서 부드럽게 허세를 부리다가도 냉혹하게 쏘아붙이는 모습도 인상적이다. 온주완 역시 적재적소에 활용됐다.

결말은 다소 아쉽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목숨을 던지는, 임팩트 있는 순간에서 멈췄다면 어땠을까 싶다. 그 이후의 이야기는 장황하다. 전체적인 러닝타임을 줄이는 게 흥행에 좀 더 효과적이었을 것 같다. 또 감정을 숨긴 채 속병을 앓던 김진평이 갑작스레 감정을 폭발하는 장면은 뜬금없이 느껴진다. 김진평에게서 대령의 포스를 찾기엔 조금 어렵다. 감독의 의도처럼 보이지만, 어쨌든 개인적인 의문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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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황성운 jabongdo@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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