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포스터

0.5초. 관객이 영화포스터를 보고 스쳐 지나가는데 걸리는 평균시간이다. 이 짧은 찰나의 순간은 이따금 많은 걸 바꿔 놓기도 한다. 김대우 감독의 ‘인간중독’ 포스터가 그렇다. 관객들의 기대 밖에 있었던 ‘인간중독’은 송승헌과 임지연의 격정적인 키스가 담겨 있는 포스터 공개와 함께 호감도가 급상승했다. 신예 임지연에 대한 호기심을 증폭시킨 것도 이 한 컷의 이미지. 포스터 속 두 남녀의 모습을 보며, 야릇한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는 사람이 한 둘이 아니다. 포스터와 관련, 각 연예매체들이 쏟아낸 (아래) 기사 제목만 봐도 짐작 할 수 있다.

<‘인간중독’ 연이은 파격적 포스터 공개…대체 얼마나 야할까?>
<‘인간중독’ 포스터 공개, ‘색 계’ 연상케 해>
<‘인간중독’ 송승헌-임지연 ‘정사신’ 버금가는 19금 ‘키스신’ 포스터>
<‘인간중독’ 송승헌-임지연 농밀키스 “포스터가 이 정도면…”>
<‘인간중독’ 송승헌-임지연, 격정적 키스… 포스터부터 ‘25금 느낌>

포스터에 흐르는 묘한 ‘성적’ 뉘앙스는 그림커뮤니케이션의 배광호 실장의 손끝에서 완성됐다. 배광호 실장은 지난해 텐아시아에서 집중 조명한 바 있는데,(관련 기사:포스터 디자이너 배광호 “영화 포스터에 낚이셨습니까?”) 당시 그는 “아무리 예쁜 포스터라고 해도 메시지가 관객들에게 전달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고 말했었다. 그 말을 떠올려 보면 이번 ‘인간중독’ 포스터는 배광호 실장의 철칙이 100% 표현된 결과물이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이미지 하나가 영화의 많은 걸 토해내고 있으니까. ‘인간중독’ 포스터 작업 뒷이야기를 배광호 실장을 통해 살짝 엿봤다.

Q. 포스터에 대한 반응이 뜨겁다.
배광호: 예상하지 못한 반응이다.

Q 포스터 한 장이 영화 인지도를 이렇게까지 끌어올린 사례가 있었나 싶다. 과거 장화홍련이후 정말 오랜만인 것 같은데, 포스터 콘셉트는 어떻게 잡았나.
배광호:이미지도 그렇고, 의미도 그렇고 모든 걸 뒤집어 보고 싶었다. ‘인간중독’은 부하의 아내(임지연)를 사랑하게 된 한 남자(송승헌)의 욕망에 대한 이야기다. 흔히들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고 하는데, 그런 시선을 전복해 보고 싶었다. 금기의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는 남녀의 애절함을 담아내려고 했다.

Q. 남녀의 노출이 있다거나 진한 스킨십이 있는 포스터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적뉘앙스가 강렬하게 풍긴다.
배광호:분위기에 신경 썼다. ‘벗긴다’보다 ‘느낀다’로 접근했다. ‘인간중독’은 단순히 시각적인 노출을 노리는 영화가 아니다. 스토리 자체가 굉장히 좋았다. 김대우 감독님 자체도 스토리텔링에 능한 감독이라 그에 부합하는 이미지를 그려내려고 했다.

Q. 포스터가 처음 나왔을 ?, 주위 반응은 어땠나?
배광호: 대체적인 반응은 ‘세다’였다. “배우들을 벗겨놓은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센지 모르겠다”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게 그렇게 야한가’ 싶었다. 하하하.

Q. 어떤 단어로 이 포스터를 표현할 수 있을까.
배광호:‘젖어든다?’ 네 안에 들어간다고 해야 하나? 왜 사람이 사랑에 빠지면 상대를 자기 안에 넣고 싶잖아.

티저포스터

Q. 하하. 이거야 말로세다!
배광호: 하하하. 꼭 육체적인 사랑만을 뜻하는 게 아니다. 상대의 심리를 알고 싶고, 마음을 얻고 싶고, 상대의 기억 속에 들어가고 싶은 게 사랑의 속성이지 않나. 그런 의미에서 ‘젖어든다’고 표현하고 싶다.

Q. 작업하면서 심의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을 거다. 작업한 작품 중에, 심의에 걸렸던 작품이 많은 걸로 안다.
배광호: 많다. ‘미인’ ‘애인’ 등 에로영화들은 대부분 심의에 걸렸었다고 보면 된다. 안 걸릴 수가 없다. 노출에 대한 심의가 생각보다 엄격하거든. 기준도 다소 모호하다. 이를테면 똑같이 노출을 해도 단독 컷이면 심의가 나고, 두 사람이 함께 등장하면 심의가 잘 안 난다. 인물들이 서로 닿아있으면, 상상을 불러일으킨다는 이유로 통과가 어렵고.(‘인간중독’의 경우 처음 공개된 티저포스터는 광고용으로 배포되지 않는다. 광고용으로 배포하려면 심의를 받아야 하는데, 이럴 경우 표현 수위를 전체관람가로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Q. 송승헌이라는 배우에게 이런 느낌이 있었구나, 포스터를 보면서 새삼 놀랐다.
배광호: 송승헌 씨와는 ‘일단 뛰어’(2002년)때 작업해 본 경험이 있다. 그 영화 이후 오랜만에 만난 건데, 뭐랄까. ‘진짜 남자’가 된 느낌이었다. 왜 남자가 연륜이 들면 풍기는 그런 느낌들 있잖아. 이전이 전형적인 조각미남의 비주얼이었다면, 지금은 그 이상의 무언가를 품고 있는 듯했다. 겉모습만 멋있는 게 아니라, 뭔가가 안에 꽉 들어찼구나 싶었다.

그림커뮤니케이션 배광호 실장

Q. 계량화할 수는 없겠지만, 한편의 영화에서 포스터가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된다고 생각하나?
배광호: 90%이거나 10%이거나. 요즘 영화들을 보면 개봉 첫 주에 스코어를 ‘확’ 친 다음에 바로 빠지는 경우가 있고, 장기적으로 쭉 가는 경우가 있다. 전자의 경우, 포스터의 역할이 90% 정도는 되지 않나 싶다. 그러니까 포스터를 보고 궁금증을 느낀 관객들로 인해 초반 관객몰이에 성공하지만, 영화가 재미없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스코어가 뚝 떨어지는 거지.(웃음) 반대로 영화가 좋으면 포스터와 상관없이 영화 자체의 힘으로 오래 간다. 그 경우에는 영화에서 차지하는 포스터의 비중이 1% 미만이라 할 수 있지.

Q. 지금 어떤 작품을 준비 중인가.
배광호:하정우 씨가 준비하는 ‘허삼관 매혈기’, 주원 주연의 ‘패션왕’, 정우성과 김하늘 주연의 ‘나를 잊지 말아요’를 준비 중이다.

Q. 기대하겠다. 그나저나 조금 더 농밀한 인간중독’ B컷 포스터도 존재하겠지?
배광호: 비공개 컷들이 많다.공개할지 말지는 마케팅 팀에서 결정할 것 같다.

Q. 궁금하다. 어떻게 내 개인메일로 몇 장 보내주면 안 되겠나?(웃음)

글. 정시우 siwoorain@tenais.co.kr
사진. 텐아시아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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