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호, 할로우 잰, 짙은, 준오(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세상 밖으로 세상 밖으로 대문 밖으로 신나게 밖으로 나갈래, 세상 밖으로 세상 밖으로 오래 기다려줘서 고마워요이규호 ‘Spade One’
이규호 ‘세상 밖으로’ 中
이규호가 1999년 1집 ‘얼터에고(Alterego)’ 이후 15년 만에 발표한 2집. 참 많은 이들이 기다렸다. 한때 라디오에 자주 흘렀던 ‘내일도 만날래?’ ‘머리 끝 물기’를 좋아했던 팬들도 이규호를 기다렸겠지만, 참 많은 동료 뮤지션들이 이규호의 ‘재림’을 고대했다. 이승환, 고찬용, 윤영배, 이한철, 정준일 등과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면 가장 컴백을 기대하는 동료로 이규호를 첫 손에 꼽곤 하더라. 1993년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동상을 수상하며 데뷔한 이규호는 조동진, 조동익의 하나음악을 거점으로 활동하며 장필순, 한동준, 이승환, 유희열, 윤종신, 이소라, 박정현 등의 앨범에 참여해 수려한 음악성을 뽐냈다. 이규호는 재작년 음악페스티벌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에 출연하며 오랜만에 팬들 앞에 나섰다. 이제 경력으로만 보면 중견 측에 속하지만 그의 목소리와 외모는 여전히 소년처럼 순수해보였다. 이번 앨범 ‘스페이드 원(Spade One)’은 음악적 성숙함과 소년의 순수함이 동시에 느껴지는 야누스와 같은 앨범이다. 오랜만에 세상 밖으로 나오는 자신을 자축하는 듯한 첫 곡 ‘세상 밖으로’에서 사운드의 치밀함과 ‘반가워요’라고 말하는 가사(‘신나게 신나게’가 가녀리게 이어져 여운을 남기는) 수줍은 가사가 이규호답다. ‘없었다’에서 베이스와 신디사이저로 만드는 미니멀한 사운드는 그야말로 압권. ‘바이러스’는 이규호 나름의 불만을 드러낸 곡일까? 이규호의 음악동료들이 노래로 참가한 ‘보물섬’을 들으면 그 목소리들이 너무 순수해 미소가 흐르다 감탄사가 이어지고, 결국 감동이 남는다. 이규호는 이제 더 많은 대중 앞에 나설 때다.
할로우 잰 ‘Day Off’
무려 8년 만의 새 앨범이다. ‘쌈지 사운드 페스티벌’ 숨은 고수 출신인 할로우 잰은 2006년 첫 정규앨범 ‘러프 드래프트 인 프로그레스(Rough Draft In Progress)’를 발표하고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최우수 록 음반’을 수상했다. 이후 반 해체 상태였던 할로우 잰은 2011년 열린 라이브클럽 ‘쌤’의 마지막 공연 ‘20002011’을 위해 일시적으로 재결성했다고 한다. 이를 계기로 다시 모인 멤버들은 정규 2집 ‘데이 오프(Day Off)’를 내기에 이른다. 지난 3월 텍사스 오스틴에서 열린 ‘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에서도 할로우 잰은 출중한 무대를 선보였다. 특히 훌륭한 밴드 사운드를 뽑아내며 현지인들에게 앵콜을 받기도 했다. 할로우 잰은 처음 등장했을 때 ‘하드코어’(미국 뉴 메탈이 잘못 사용된 용어)라는 장르로 이야기되기도 했지만, 사실 이들은 어떤 장르에 넣기 애매한 오리지널리티를 가지고 있다. 헤비한 사운드 위로 처절한 멜로디가 얹어져 있어 ‘울면서 달리는’ 느낌이랄까? 묵직함이 몸을 울리고 멜로디가 가슴을 적신다. 죽음을 소재로 한 8곡이 담겼는데 러닝타임이 무려 70분에 육박할 정도로 긴 곡들이 담겼다. 기타 아르페지오와 샤우팅으로 비장함을 전하는 트랙도 있으며 음향 효과를 통해 앰비언트 적인 느낌을 주는 트랙도 있는데 중요한 것은 각각의 일관성을 유지하면서도 그 안에 하나의 드라마를 지니고 있다는 것. ‘한편의 영화’가 아닌 8개의 단편을 이어 감상하는 느낌이다.
짙은 ‘Dispora 흩어진 사람들’
짙은은 2008년 동명의 앨범 ‘짙은’을 통해 성용욱, 윤형로 듀오 체제로 데뷔했다. 전작 ‘백야’ 이후 약 2년 만에 나온 ‘Diaspora 흩어진 사람들’은 성용욱의 1인 체제로 녹음된 첫 번째 앨범이다. 사실 ‘백야’ 때부터 성용욱이 앨범 작업을 도맡아 했다고 하니, 이번 앨범은 성용욱의 준비된 미리 준비된 솔로 프로젝트 앨범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짙은이 지난 앨범까지 세련된 음악어법, 수려한 멜로디를 들려줬다면 이번 앨범에서는 메시지와 악곡이 혼연일체를 이루고 있다. 성용욱의 싱어송라이터로써 숙성된 음악세계가 발현됐다고 할까? ‘너는 질문을 했고, 나는 침묵했었다’라고 시작하는 첫 곡 ‘망명’부터 짙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되고, 그 뒤로 깔리는 풍성한 현악이 계속 음악에 집중하게끔 한다. 이러한 클래식 어법의 수용이 단순한 차용이 아닌 곡의 완성도로 이어진다는 점은 짙은의 센스를 엿볼 수 있는 대목. 흩어진 사람들 내지 상실감을 표현한 이번 앨범을 시작으로 짙은은 올해 연작 시리즈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한다.
JUUNO ‘Shift’
한국의 일렉트로 팝을 논할 때 캐스커의 준오를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준오는 2003년 캐스커 1집 ‘철갑혹성’으로 데뷔한 이래 탱고, 보사노바 등을 일렉트로니카와 결합해 주목을 끌었고, 2005년 ‘고양이와 나’를 히트시키며 대중에게 알려졌다. 캐스커가 그저 이 노래의 히트에 만족했다면 라운지 등 해외의 트렌드를 미리 선보인 얼리 어답터 정도로만 그쳤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는 타협보다는 진화의 길을 걸어왔다. 그러한 행보가 이번 데뷔 11년차에 발표한 솔로앨범 ‘쉬프트(Shift)’에 정리돼 담겼다. 기존에 캐스커는 일렉트로니카의 어법에 실제 악기, 그리고 익숙한 장르를 접붙이기해 그래도 ‘사람냄새 나는’ 음악을 주로 만들었는데, 이번에는 철저히 시퀀서와 프로그래밍 테크놀로지에 집중했다고 한다. 그런데 기계음이 중심이 된 5곡의 수록곡들은 이상하게 차갑지만은 않다. 기계음 100%라곤 하지만 사운드의 배열이 치밀하게 이루어졌기 때문일까? 아니면 준오의 인간성이 담겼기 때문일까?
이은미 ‘Spero Spere’
데뷔 25주년을 맞은 이은미도 쉰을 앞두고 있다. 흔히 대중에게 알려진 이은미의 모습은 두 가지다. ‘애인 있어요’ ‘어떤 그리움’ ‘기억 속으로’ 등의 발라드를 히트시킨 가수, 그리고 무대 위에서 정력적인 에너지를 토해내며 노래하는 가수. 또한 이은미는 한영애, 정서용, 정경화, 강허달림 등 수많은 여가수들의 등용문이 된 신촌블루스 출신이기도 하다. 당시 이은미 노래를 들어보면 지금의 허스키한 목소리와 달리 미성인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목소리의 변화는 이은미가 얼마나 치열한 노력을 해왔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일 것이다. ‘살아있는 한 희망은 있다’라는 뜻의 라틴어 제목인 ‘스페로 스페레’에서는 희망을 노래하려 했다. 앨범에 담긴 노래들에서는 이은미의 가슴에서 끓어오르는 듯한 복받치는 감성이 느껴진다. 그만큼 뜨겁게 노래하고 있는 것. 그때나 지금이나 ‘블루스’는 이은미에게 중요한 음악적 어법인데, 그녀의 발라드가 더 절절하게 들리는 이유는 이 때문일 것이다. 차기작에서는 오랜만에 블루스로 깊게 들어 가보는 것은 어떨까? 초심으로 돌아가 보는 것.
슈퍼주니어-M ‘Swing’
슈퍼주니어의 유닛 슈퍼주니어-M의 세 번째 EP. 슈퍼주니어-M은 중화권을 주 무대로 유닛으로 이 앨범은 ‘스윙(Swing)’의 한국어 버전 외에 모두 중국어로 이루어져 있다. 기존과 마찬가지로 히치하이커 등 SM엔터테인먼트의 주요 작곡가들이 참여해 기존의 슈퍼주니어 스타일을 이어가고 있다. ‘스윙’은 리드미컬한 팝 댄스곡으로 강렬하게 시작했다가 청량감 있는 멜로디로 반전을 꾀하는 전형적인 SM 스타일의 곡이다. 히치하이커가 만든 ‘스트롱(Strong)’은 일렉트로니카 사운드가 강조된 곡으로 클럽에 흘러도 어색하지 않을만한 곡이다. 눈여겨 볼 부분은 최근 ‘군대 무식자’로 예능프로그램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헨리가 작곡으로 참여했다는 것이다. 헨리가 결성한 작곡팀 노이즈뱅크는 감미로운 발라드 ‘마이 러브 포 유(My Love For You)’를 만들었다. 이 곡이 앨범에서 비중이 큰 것은 아니지만, 최근의 SM에서 이례적으로 그룹의 멤버가 작곡에 참여했다는 점이 흥미롭다.
랄라스윗 ‘너의 세계’
여성 듀오 랄라스윗이 2년 만에 발표한 정규 2집. 홍대 신에 여성 듀오가 참 많다. 음악 스타일도 비슷해서 언뜻 들으면 노래가 헷갈릴 정도다. 랄라스윗은 꽤 진중한 맛이 있다. 팀 이름만 들으면 달콤한 음악이 연상되지만, 음반에서는 꽤 깊이 있는 음악을 들려주곤 한다. 랄라스윗이라는 팀 이름이 어색할 정도로 말이다.(그런 면에서 슬로우 쥰의 여성 듀오 버전?) ‘너의 세계’ 역시 풋풋함 따위는 찾아볼 수 없으며 숙성된 어법들 엿보인다. 듀오의 경우 악기를 미니멀하게 쓰는 경우가 많은데 랄라스윗은 밴드를 적극 활용해 다양하고도 풍성한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다. 보통 듀오일 경우 함께 곡을 만들기도 하지만, 이들은 철저히 따로 작곡을 하는 점이 재미있다. 그런데 둘의 스타일이 통하는 부분이 있는 것을 보면 듀오는 듀오인 모양. 앨범의 전곡이 단조(minor)가 아닌 장조(Major)인데도 불구하고 밝은 곡이 많지 않다는 것이 흥미롭다. 이것이 랄라스윗의 스타일이겠지.
다이앤 버치 ‘Speak A Little Louder’
다이앤 버치의 지난 앨범 ‘바이블 벨트’는 소울(Soul) 성향이 강하게 느껴지는 앨범이었다. 때문에 버치에게는 ‘릴리 알렌 혹은 아델에 의해 시작된 영국 뉴 소울에 대한 미국의 화답’이라는 수식어가 붙기도 했다. 또한 피아노를 연주하며 노래하는 모습 때문인지 캐럴 킹을 이야기하는 이들도 있었다. 이번 앨범은 1집에서 음악적으로 매우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고전적인 소울 풍의 곡은 찾아보기 힘들며, 록 앨범이라고 해도 좋을만큼 록 성향이 강해졌다. 1집 때와 같은 연주자들이 참여했음에도 이렇게 다른 스타일이 나온 것은 그만큼 다이앤 버치의 음악세계가 넓어졌다는 방증일 것이다. 가사적인 면에서 이 앨범은 다이앤 버치가 소중한 사람들과의 이별을 노래한 지극히 개인적인 앨범이기도 하다. 1집과 2집 사이 다이앤 버치는 부친의 죽음을 경험했고, 이것이 중요한 모티브로 작용했다고 한다. 개인적인 경험이 음악적인 발전으로 이어졌다는 것은 다이앤 버치가 음악에 집중하는 아티스트라는 것을 보여주는 부분일 것이다. 이것은 다이앤 버치가 예쁘다는 것보다 중요한 사실이다.
레디시 ‘The Truth’
뉴올리언스 출신의 R&B 싱어송라이터 레디시의 3년만의 새 앨범. 레디시는 재즈의 본고장인 뉴올리언스에서 뮤지션인 부모님 사이에서 태어난 이력 덕분인지 흑인음악에 대한 기본기가 확실하다. 2012년 레디시의 내한공연을 실제로 보면서 비로소 ‘슬로우 잼’이 뭔지 알 수 있을 정도였다. 1995년에 데뷔했으니 이제 20년차 가수가 됐는데, 최근 등장하는 소울 가수들과는 격이 다른 정통파라 할 수 있다. 이번 앨범에도 R&B의 전통에 충실한 트랙들이 주로 담겼다. 브리트니 스피어스, 크리스티나 아길레라 등과 작업해온 작곡가 클라우드 켈리가 만든 ‘아이 블레임 유(I Blame You)’의 경우에도 80~90년대의 향수가 느껴진다. 이외에도 머라이어 캐리, 힙합 소울의 여왕 메리 제이 블라이즈등의 앨범에 참여했던 작곡가 겸 가수 존타 오스틴과 레디시의 2011년 앨범 ‘피스 오브 미(Pieces of Me)’를 함께 작업했던 척 하모니 등이 참여했다.
샤키라 ‘Shakira’
라틴 팝의 인기 스타 샤키라의 4년 만의 정규 영어앨범. 이번 앨범이 공개되기 전에 리아나와 함께 한 ‘캔 리멤버 투 포겟 유(Can’t Remember To Forget You)’가 미리 공개되면서 주목을 끌기도 했다. 각 장르에서 최고의 섹시 스타로 군림하고 있는 두 여가수가 만나다니 팬들로써는 쌍수를 들고 환영할 만한 일이었다.(이 곡의 뮤직비디오는 무려 2억 건의 조회수를 기록했다고 한다. 누가 더 섹시한지 결정하는 것은 개인의 취향에 맡긴다) 샤키라는 글로리아 에스테판, 제니퍼 로페즈의 뒤를 이을 제목으로 꼽힐 만큼 상당한 매력과 실력을 보여줘 왔다. 겉보기에는 섹시한 외모가 강조됐지만 일찍이 작사 작곡을 해온 싱어송라이터이기도 하다. 다재다능한 아티스트인 셈이다. 거기에 IQ가 140이고 5개국어를 쓴다고 하니 신은 참 불공평하다. 이번 앨범은 자신의 이름을 타이틀로 내건 음반인 만큼 라틴 팝이라는 범주에 머무르지 않고 댄서블한 넘버부터 차분한 곡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음악을 들려주고 있다.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사진제공. 푸른곰팡이, 파스텔뮤직, 도프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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