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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시대와 투애니원(2NE1)의 새 음반이 비슷한 시기에 나온다는 소식이 전해진 후 SM엔터테인먼트는 타이틀곡 ‘미스터미스터(Mr.Mr.)’를 세계적인 프로덕션팀 언더독스가 만들었다는 점, 그리고 YG엔터테인먼트는 씨엘의 자작곡이 들어간다는 점을 각각 강조했다. 이는 두 기획사의 지향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해외 작곡가들까지 아우르는 막강한 A&R을 통해 고도의 음악과 퍼포먼스를 조립해내는 SM. 그리고 훈육된 아이돌그룹을 아티스트로 키워내려는 의지를 가진 YG. 물론 지향점은 지향점일 뿐이다. 하지만 둘의 지향점이 결국 어떤 결과물로 이어졌는지를 비교해보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컴백 시기가 겹치진 했지만 사실 소녀시대와 투애니원을 비교하는 것은 어색하다. 두 걸그룹은 출발부터 달랐기 때문이다. 데뷔시기부터, 음악, 스타일, 팬들에게 접근하는 방식까지 뭐 하나 닮은 구석이 없다. SM엔터테인먼트와 YG엔터테인먼트의 방식이 다르듯이 두 걸그룹도 닮은 점이 별로 없다. 비슷한 점이라면 팀 고유의 이미지 구축에 힘써왔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두 걸그룹은 섹시함, 귀여움, 발랄함 등의 어떤 한정된 이미지에 한정되려 하지 않았다. 그것의 요소들을 취합해 최종적으로 멋진 여성상을 보여주려 했다.(이것이 장수비결) 그 외에 두 팀이 비슷한 점은 없다.

6일 현재 음원차트를 살펴보면 대체로 투애니원의 곡이 소녀시대보다 위에 있다. 아직 두 팀의 TV 순위 프로그램을 통해 컴백하기 전 순수하게 음원만으로 거둔 성적이다. 이는 조금 의외다. 여태까지 소녀시대의 팬덤이 더 셌기 때문이다. 걸그룹에서는 원더걸스 이후 소녀시대가 원톱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음원차트 결과는 기존의 평가를 엇나갔다. 일단 현재까지는 투애니원이 소녀시대보다 음원차트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다. 이유가 뭘까?
멋진 무대 선사하는 소녀시대 2
멋진 무대 선사하는 소녀시대 2
데뷔 8년차 소녀시대의 네 번째 미니앨범 ‘미스터미스터’는 전작들에 비해 비교적 친숙하고 조금은 평범한 곡들로 채워져 있다. 일단 타이틀곡 ‘미스터미스터’부터 전작 ‘아이 갓 어 보이(I Got A Boy)’처럼 ‘첨단의 것’을 보여줄 것이라는 예상을 벗어난다. 이제는 걸그룹 트렌드를 선도해야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난 것일까? 신보에서 예상 외로 음악적인 파격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나머지 5곡은 모두 수려한 멜로디, 사운드를 지닌 출중한 팝 넘버다. 기존의 소녀시대 앨범에서 만날 수 있었던 ‘세련된 사운드+접근하기 쉬운 멜로디+복고풍’의 어법을 잘 따르고 있으며 친숙한 멜로디를 들려준다. 린디 로빈스가 작곡에 참여한 ‘굿바이’는 영미 팝 스타일의 친숙한 문법이 잘 나타나며 SM에 소속된 작곡가 켄지가 만든 ‘유로파’는 복고풍의 신스팝이 잘 나타난다. 이 역시 첨단의 스타일을 좇기보다는 친숙함을 택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6곡이 단숨에 귀에 쏙 들어올 정도로 무난한 음반을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트렌드를 제시할 것이라 기대한 이들에게는 조금 실망감으로 다가올 수도 있겠다.
NO1_3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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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애니원은 새 앨범 ‘크러쉬(Crush)’에서 상당히 성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제 데뷔 6년차에 두 번째 정규앨범이다. 먼저 씨엘이 작사 작곡에 참여한 점이 눈에 띠는데, 이는 엄밀히 말해 씨엘이 곡을 만들었다기보다 테디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YG 프로덕션팀에 가담했다고 말하는 것이 적확한 표현일 것이다. 씨엘이 참여한 곡들은 투애니원, 그리고 빅뱅의 스타일에서 분명히 이어지고 있다. 멤버들의 음반 참여도가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씨엘이 작사 작곡에 참여한 ‘크러쉬’는 기존의 ‘내가 제일 잘 나가’의 어법을 이어가는 곡이다.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트랙인 셈이다. 타이틀곡 ‘컴백홈’은 동명의 서태지와 아이들 곡 때문에 조금 손발이 오그라들기는 하지만, 결코 녹록한 곡은 아니다. 투애니원이 간간히 선보였던 레게리듬에 훅이 있는 멜로디, 그리고 강렬한 트랩(trap)의 사운드가 적절히 버무려져 있다. 소녀시대처럼 다층적인 구성은 아니지만 나름 복합적인 구성을 보인다. 멤버들의 성장이 들리는 대목은 의외로 ‘살아봤으면 해’ ‘착한 여자’와 같은 발라드 곡, 그리고 ‘해피(Happy)’ ‘베이비 아이 미스 유(Baby I Miss You)’처럼 멜로디가 뚜렷한 곡들이다. 과거에 다소 단조롭게 노래했던 투애니원은 이제 감칠맛까지는 아니지만, 꽤 곡의 맛을 살리는 모습을 보인다.

미니앨범과 정규앨범의 차이일까? 소녀시대가 전작에 비해 힘을 뺀 반면 투애니원은 종합선물세트처럼 꽉 채워 넣은 느낌이다. 어떤 방식이 옳다고 할 수는 없다. 다만 음원차트에 비추어 생각해보면 대중은 무난한 것보다는 센 것을 원했나보다. 물론 음원차트가 결코 성적표는 아니지만 말이다. 둘 중에 승자를 따질 필요는 없다. 하지만, 굳이 승자를 가리고 싶다면 무대를 본 다음에 해도 늦지 않을 것 같다.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사진제공. SM엔터테인먼트, YG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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