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사냥’ 네 MC 샘 해밍턴 성시경 신동엽 허지웅(왼쪽부터)
끼 많은 네 남자의 솔직 원초적 입담대결에 시청자들은 짜릿한 카타르시스 경험현대 사회에서 ‘성(性)’은 더 이상 은밀하게 다루어지는 소재가 아니다. 동방예의지국인 우리나라에서도 술자리에서 남자들이 친구들끼리 나누는 음담패설을 넘어 여성들도 브런치를 먹으며 경험담을 서로 털어놓는 시대가 도래했다. 2000년대 초중반 파격으로 다가왔던 미드 ‘섹스 앤 더 시티’ 속 대화를 서울 강남 가로수길 브런치 카페에서 수시로 들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런 시대 흐름에 맞춰 방송에서도 금기가 무너지고 있다.
‘성’은 더 이상 교육용 다큐멘터리의 소재에 머물지 않는다. 아직 솜털이 보송보송한 청춘들이 자신의 경험과 욕망을 적나라하게 털어놓는 광경을 수시로 목격할 수 있다. 학식 있고 점잖은 부부들이 나와 자신들의 섹스트러블을 아무렇지도 않게 털어놓기도 한다. 섹스는 더 이상 꺼내면 얼굴이 붉어지는 거북한 소재가 아니라 웃으면서 건강하게 소비할 수 있는 삶의 축복받은 한 부분으로 조명되고 있다.
방송에서도 은밀한 욕망을 소비하는 형태의 ‘원조 19금 프로’보다 길거리에서 수시로 만날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 건강하게 섹스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프로들이 더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원나잇 스탠드’의 개념이 처음 시작된 나와 같은 X세대 출신인 중년들도 깜짝깜짝 놀랄 정도로 시대는 급변하고 있다.
아직도 섹스는 지극히 개인적인 일이라 생각하는 내가 요즘 즐겨보는 프로그램은 JTBC ‘마녀사냥’이다. 초반 ‘남자들의 여자 이야기’를 표방하며 시작된 이 프로그램은 시간이 지나면서 ‘뭔가 아는 고수’들의 연애 상담 쇼로 변하면서 남녀를 초월해 폭발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다. 상담 도중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출연자들의 개인적인 경험담은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경험하게 한다.
‘마녀사냥’의 허지웅 신동엽 성시경 샘 해밍턴(왼쪽부터)네 MC의 케미스트리는 최고다
‘마녀사냥’이 대중으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모으게 된 이유는 끼가 넘쳐흘러 홍수를 이루는 출연자들의 매력과 환상궁합이다.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신동엽, 성시경, 허지웅, 샘 해밍턴의 완벽한 호흡은 매회 ‘깨알재미’를 선사하며 대한민국 ‘청춘남녀(?)’들을 TV 앞에 집합시킨다. 서로 밀어주고 이끌어주는 네 남자들의 입담대결을 보다보면 젊은 사람들이 요즘 말하는 ‘케미 돋는다(화학 작용이 일어난다)’는 말의 의미를 확실히 알게 된다.구성애 여사만큼 대한민국에 건강한 성담론을 불러일으킨 신동엽의 존재감은 ‘명불허전’이란 말을 실감케 한다. 신동엽은 낯 뜨거울 수 있는 이야기도 장난스러운 유머로 승화시킬 수 있는 묘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 자신을 내려놓는 척하지만 결코 정신줄을 놓지 않고 중심을 확실히 잡으면서 프로그램을 이끌어가는 모습에 ‘명진행자’란 찬사가 저절로 나온다.
성시경과 허지웅의 매력도 만만치 않다. 아주 먹물스러운 것 같으면서도 가장 원초적이고 솔직한 두 남자의 입담은 전복의 쾌감을 느끼게 한다. 특히 대중 앞에 완벽히 자신을 내려놓은 성시경의 맹활약은 눈부시다.
사실 나를 비롯해 수많은 대한민국 남성들은 성시경을 보면서 둘이 함께 출연한 광고에서 허지웅이 한 말 “재수없다”는 말을 자주 해왔다. 자신이 잘난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그걸 즐기는 듯한 모습에 반감(솔직히 콤플렉스)을 느꼈던 것. 그러나 회를 거듭할수록 한 꺼풀씩 벗겨져 이제 완전히 발가벗겨진 성시경의 솔직한 모습에 처음으로 동질감을 느끼게 됐다. 그도 욕망에 충실한 남자였을 뿐이다. 나도 처음으로 호감을 느끼며 응원의 박수를 보내게 됐다.
여성 패널도 등장하는 ‘마녀사냥’의 2부 스튜디오
샘 헤밍턴과 2부 고정 출연진 곽정은, 한혜진은 들뜨다 못해 산으로 갈 것만 같은 분위기를 진정시켜주며 몰입도를 높여준다. 솔직한 입담과 해박한 지식으로 모든 문제에 진정성 있는 태도로 접근하는 곽정은은 프로그램의 수위를 조절하며 품위를 유지시켜준다. 남성과 여성을 아우르는 홍석천의 감초 역할도 조미료 역할을 톡톡히 한다.그러나 최근 회가 거듭되면서 프로그램이 너무 착해져 재미가 덜하다는 게 중론. 상담에 집중하면서 프로그램 분위기가 다소 딱딱해져가고 있다. 사연도 공감가지 않고 신선도도 떨어져 간다. 시청자들이 사랑했던 날 것 그대로의 재미가 사라지고 있다. 상담에 주력하기보다 끼 많은 남자들이 ‘난장 까는’ 매력을 되살려야 한다. 포맷의 수술이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한다. 초반의 재미를 살려낼 제작진의 고민이 절실히 필요하다. ‘마녀사냥’의 시청자 사냥이 2014년에도 쭉 지속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글. 최재욱 대중문화평론가 fatdeer69@gmail.com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JTB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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