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20년, 장근석은 ‘예쁜 남자’ 그 이후를 꿈꾼다
새해 첫눈이 길거리를 수놓았던 지난 20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 한 식당에서 배우 장근석을 만났다. 지난 9일 KBS2 ‘예쁜 남자’ 종방 이후 일본 투어 콘서트로 분주한 시간을 보냈다는 그는 “안녕하세요, ‘아시아의 프린스’ 장근석입니다”라는 말로 자신을 소개했다. 총기 있는 눈빛에 밉지 않을 정도의 자신감, 그야말로 딱 장근석다운 모습이었다.

일본 콘서트까지 미뤄가며 드라마 출연을 결정했던 터라 드라마 종방연도 참석하지 못했다는 장근석은 신년회를 겸한 식사 자리에서 ‘예쁜 남자’를 마친 소감을 전했다.

“시청률은 크게 중요하지 않아요. 중요한 건 제가 이 작품을 통해서 무엇을 얻었느냐 하는 거죠. 지금 와서 하는 말이지만, 만약 시간을 되돌린다고 해도 저는 ‘예쁜 남자’를 다시 선택할 것 같아요.”

‘예쁜 남자’는 천계명의 동명 원작 만화를 바탕으로 제작돼 기획 단계부터 큰 기대를 모았지만, 반응은 신통치 않았다. 장근석은 드라마를 통해 10명의 성공녀를 만나며 팔색조 매력을 뽐냈지만, 멀어져가는 시청자의 마음을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동 시간대 방송된 SBS ‘상속자들’이 이민호, 김우빈 등 배우를 앞세우며 수목극을 시청률을 독점하다시피 한 것도 그 이유 중 하나이다.
KBS2 '예쁜 남자' 방송 화면 캡처
KBS2 '예쁜 남자' 방송 화면 캡처
이에 장근석은 “원작은 정말 매력적이었지만, 이걸 극화하는 과정에서는 무리가 따랐던 것 같다”며 “16부작의 제한된 분량 안에 원작의 메시지를 담는 데는 어려움이 컸다. ‘10명의 성공녀’ 캐스팅을 위해 공을 많이 들였지만, 아직은 우리나라에서 이런 스타일의 드라마는 인기를 얻기 힘든 것 같다. 소위 ‘신데렐라 콤플렉스’라고 부르는 삼각관계가 없다는 게 ‘예쁜 남자’의 장점이자 단점이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예쁜 남자’를 통해 장근석이 거둔 성과는 무엇일까. 앞서 장근석은 ‘예쁜 남자’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장근석은 “이번 작품을 통해 ‘배우 장근석’이라는 이름을 되찾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예쁜 남자’와 함께한 3개월의 여정을 마친 장근석은 “우리나라만큼 유행과 스타의 탄생 주기가 빠른 국가가 없다. 보통 ‘한류스타’라는 타이틀을 얻고 나면 부담감에 작품 출연을 꺼리게 되는데, 나는 이번 작품에 출연하며 그 틀을 깬 것 같다. 배우로서 나의 가능성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며 작품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데뷔 20년 차, 아역 배우와 광고 모델로 시작된 그의 인생은 이제 또 다른 전환점을 맞이한 듯했다. 장근석은 “나의 20대는 러닝머신 위해서 끝없이 달리는 청춘과 같았다”며 “어느덧 28편의 작품에 출연하며 주연 배우로 거듭났지만, 아직 나는 다양한 것들을 시도할 수 있을 만큼 젊다. ‘예쁜 남자’를 시작으로 연기 활동도 본격적으로 이어나갈 계획이고, 그 외적인 활동들도 계속해나갈 거다”는 포부를 밝혔다.

2013년 2월 프로젝트 그룹 팀 에이치 일본 히로시마 공연(위쪽)과 2011년 11월 첫 도쿄돔 공연
2013년 2월 프로젝트 그룹 팀 에이치 일본 히로시마 공연(위쪽)과 2011년 11월 첫 도쿄돔 공연
2013년 2월 프로젝트 그룹 팀 에이치 일본 히로시마 공연(위쪽)과 2011년 11월 첫 도쿄돔 공연

실제로 아시아 전역과 한국을 오가는 장근석의 모습은 기가 찰 정도다. 이미 잘 알려진 대로 장근석은 한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들에서는 가수로서도 나름의 입지를 굳혔다. 식당에서 기자들과 담소를 나누던 장근석은 자신의 휴대전화기에 저장된 다양한 콘서트 영상을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흔히 한류스타가 노래한다고 하면 발라드만 부를 것으로 생각하시는 데 저는 그렇게 오글거리는 건 잘 못해요(웃음). 디제잉에 관심이 많아서 DJ 파티를 꾸미기도 하고 밴드를 대동해서 노래를 부르기도 하죠. 올해도 음악 파트너 빅 브라더와 결성한 프로젝트 그룹 팀 에이치 투어와 밴드 투어 두 가지 공연이 계획돼 있어요. 무대에서도 애써 꾸민 안무를 추기보다는 음악에 취해 자유롭게 즐기는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해요. 그게 바로 ‘장근석 스타일’이죠.”

데뷔 이래 단 한 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직진’해 온 장근석. ‘한류 스타’라는 타이틀이 부담스럽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럴 리가? 나만큼 ‘한류 스타’의 삶을 즐기는 사람도 없을 거다”는 당찬 답변을 내놓은 그의 모습에서는 ‘스타’ 그 이후를 꿈꾸는 한 남자의 열정이 읽힌다.

글. 김광국 realjuki@tenasia.co.kr
사진제공. 트리제이 컴퍼니,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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