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황후’에서 주인공 기승냥을 연기하는 배우 하지원
MBC 월화 드라마 ‘기황후’는 하지원에게 어떤 드라마로 남을까? 남장을 해서 가까스로 살아남았던 고려의 여인, 그러나 힘없는 조국은 그녀를 타국의 공녀로 보내버리고 그 과정에서 나라도 사랑도 잃고만다. 하지만 타국에서도 살아남게 되는 그야말로 불굴의 여인. 국내에서 독보적 위치를 점한 배우 하지원에게도 이런 여인을 연기해낸다는 것은 꽤 특별한 일인 듯 보였다.드라마는 고려가 기억하는 희대의 악녀, 기황후를 미화한다는 이유로 초반 역사왜곡논란에 시달렸지만, 막상 뚜껑이 열린 드라마는 20%를 넘어서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하며 순항 중이다. 총 50부작 중 23회 방송을 앞두고 있는 ‘기황후’는 이제 막 절반을 지나 제2막으로 접어들고 있다. 그 중심에는 기승냥의 인생을 연기하기 위해 자신의 몸을 던진 배우 하지원이 있다.
극 초반 상당한 분량의 액션신은 물론, 꼬이고 꼬인 감정을 섬세하게 그려내면서 극 전체를 끌어가야하는 하지원을 20일 오후 MBC 일산드림센터에서 만났다.
“몸 상태가 말이 아니다”라고 털어놓은 그녀는 딱 보기에도 건강상태가 좋지 않아 보였다. 잔기침이 끊이지 않았고, 다소 기력이 쇠해보였다. 이날 오후 방송되는 23회에 등장하는 수중신이 그녀의 몸을 혹사시켰다는 관계자의 귀띔이 있었다. 그렇지만 하지원의 표정은 평소처럼 밝았다. 문제의 수중신을 직접 언급할 때 몇 차례 목이 잠기기는 했지만 말이다.
하지원은 문제의 신에 대해 “연기를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신”이라고 말했다.
“승냥이 아이를 임신하고 그 사실을 알게 되고 또 동굴에서 아이를 낳게 됩니다. 그 장면들은 액션보다도 훨씬 힘들었어요. 짧은 분량 속에서 왕유(주진모)의 아이를 임신하게 된 사실을 알고, 아버지가 없는 아이를 낳아야 하는 여인의 감정을 모두 연기해야 했었죠. 대본 분량이 충분치 않아 짧은 시간 속에 다 표현해야하는데, 입덧과 같은 사소한 몸짓 하나라도 어설퍼 보이면 안되므로 신경이 많이 쓰였어요. 어떻게 비춰질까 걱정도 많았고요. 아무래도 2막이 시작되는 부분이니까 굉장히 중요한 신이었거든요. 정말 최선을 다 했습니다”
하지원이 연기하는 기승냥이라는 인물은 여러 드라마를 가지고 있다
처음 해보는 연기인 탓에 하지원 같은 프로 연기자도 주변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어머니와 언니는 물론 현장에서 만난 선배들의 도움이 큰 힘이 됐다고 그는 말했다. 그래서였을까. 하지원은 강가에서 얼음물 속에 뛰어드는 신에서도 몸을 사리지 않았다. 스태프들이 10cm 두께의 얼음을 깨는데 그 역시도 두팔벗고 얼음을 깼다고 한다.“그 안에 들어가 연기를 하고 나오는데 온 몸이 마비가 됐어요. 스태프들이 내 몸을 주무르는데 몸이 깨질 것만 같아 하지 말라고 했었죠. 극한의 상황으로 치달았어요. 우스갯소리로 ‘난 누구, 여긴 어디’라고 그랬습니다.”
이날 하지원은 드라마 초반의 역사왜곡 논란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그는 “촬영 중이라 논란이 계속 되고 있는지 잦아 들었는지 확인을 못 해봤어요. 그리고 승냥이 아이를 출산하는 대목은 저 역시 부담이 되기도 했어요. 하지만 왕유라는 인물 자체도 가상의 인물이니 출산이라는 가상의 상황을 왜 드라마에 가져오게 됐는지는 아마 지금부터 펼쳐지는 이야기 안에 분명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하지원은 또 과거 그의 출연작 ‘황진이’를 언급하며 “‘황진이’를 할 때 어머니 시대의 분들도 굉장히 재미있게 봐주셨어요. 본인이 펼치지 못한 것에 대한 대리만족을 느끼시는 것 같았는데, 승냥을 통해서도 비슷한 부분을 느끼시는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여성시청자들이 앞으로도 재미있게 봐주실 것 같아요”라고 2014년에 ‘기황후’가 던지는 메시지에 대해 이야기 했다.
‘기황후’로 2013년 MBC 연기대상을 수상한 데 대한 특별한 감회도 들려주었다. ”너무 큰 상을 주셔서 어깨가 무거워요. 하지만 스태프들이 워낙 고생하고 있어 한편으로 좋았어요. 그동안 굉장히 열심히 했지만 상을 받은 뒤로는 더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라는 솔직한 심정을 전한 뒤, “승냥이의 또 다른 모습과 이야기들이 있기에 저도 더 공부 열심히 하고 혼신의 힘을 다해 상에 걸맞은 모습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글. 배선영 sypova@tenasia.co.kr
사진제공.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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