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탑 캡, 니엘, 천지, 엘조, 창조, 리키(왼쪽부터)

아침 9시 30분, 졸린 눈 비비며 하품 한 번 크게 해도 놀랍지 않은 이른 시간. 아직 잠에서 덜 깬 듯 보인 여섯 소년을 만났다. 고운 미소로 고단함을 숨기려 해도 피로가 얼굴에 고스란히 묻어 나왔다. 며칠째 잠을 거의 자지 못했다는 말에 옆에 놓인 이동식 난로 주변으로 잠시 자리를 펴 줘야 하나 싶은 마음마저 들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인터뷰 시작할게요”라는 이야기와 동시에 다들 눈에 생기를 되찾았고, 마지막까지 무거운 눈꺼풀과 사투를 벌이던 멤버조차 웃음 섞인 대답을 쉬지 않고 내놓았다. ‘아, 이래서 지금의 틴탑이 있을 수 있는 거구나!’라는 감탄 섞인 생각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난 순간이었다.

무대 위에서 완벽한 군무를 구사하던 소년들에게 자유로운 춤을 주문했다. 지금까지 해본 적 없던 콘셉트이기에 낯설고 어색했을 게 분명했다. 색다른 것을 시도하는 건 언제나 쉽지 않은 일이니깐. 그렇지만 그들은 그들의 방식으로 결국 해냈고, 예정된 시간보다 더 일찍 촬영을 마칠 수 있게 했다. “너무 어려워,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 누군가의 애교 섞인 투정에 곁에 있던 누군가는 “집중해서 빨리 잘 해보자!”라고 다독였다. 무대 아래에서는 그저 귀여운 소년들일 것이라고 예상했던 이들은 돈독한 팀워크를 지닌 하나의 팀이었고, 자신이 해내야 하는 것에 있어서는 끝까지 책임을 지는 프로였다. 틴탑 여섯 멤버와 함께한 화보 촬영 이야기를 전해본다

# 내 노래는 야무지게 골라야지!
촬영용 배경 음악을 튼 순간, 건너편 스튜디오에 있던 캡과 창조가 슬그머니 컴퓨터 앞으로 다가왔다. 준비해 간 노래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어쩌나 하고 걱정하던 차, 이때다 싶어 말을 건넸다. “혹시, 춤추고 싶은 곡 있으면 직접 골라도 돼요!” 하니 캡이 기다렸다는 듯 “내가 출 노래는 내가 골라야지”라며 음원사이트에서 검색을 시작했다. 캡이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노래를 고르자 옆에 서 있던 창조도 뒤이어 재생목록에 곡을 올렸다. 두 사람이 선택한 노래가 스튜디오를 둥둥 울렸고, 캡과 창조는 온몸으로 리듬을 타며 자신들은 춤출 준비가 돼 있음을 알렸다. 쉬는 시간, 창조가 다시 한 곡을 재생 목록에 올렸는데, 그건 바로 태양의 ‘링가 링가’. “태양 선배님 음원 순위 올려드려야 돼요!”라며 여전한 선배 사랑으로 가사를 흥얼거렸다. 참고로, 두 사람이 고른 노래는 Jason Derulo의 ‘Talk Dirty’, Sean Kingston의 ‘Beat It’, 2 Chainz의 ‘Netflix’다.

# 네 컷의 완벽한 승부사, 캡형
단 네 컷이었다. 테스트 컷까지 합쳐봤자 다섯 컷. 캡의 개인 촬영은 여태까지 진행한 화보 촬영 중 제일 빠르고 신속하게 끝났다. 촬영 첫 타자로 나섰던 니엘이 조금 어려워하며 멤버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니 맏형이자 리더인 캡이 “제가 먼저 할게요”라며 선뜻 나섰다. 그는 자신이 할 수 있는 걸 한 번에 드러내 단숨에 끝내고 마는 승부사 기질을 지니고 있었다. 덕분에 단 네 컷 만에 오케이 사인을 받아냈다. 촬영을 마친 뒤, 사진기자는 캡의 얼굴이 사진을 찍기에 참 적합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얼굴 자체가 단단한 근육으로 이뤄진 듯해 격한 동작에도 군살 하나 쳐지지 않아 나중에 따로 보정 작업을 할 필요가 없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 아니, 얼굴이 손바닥만하잖아!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천지는 웬만한 여자 연예인보다도 얼굴이 작아 보였다. 3명 단체(캡, 천지, 니엘) 사진을 찍을 때, 점점 벽으로 붙으며 캡과 니엘의 뒤로 가던 그에게 “얼굴이 너무 작아서 앞으로 좀 나와야 돼요!”라고 말하니 “어, 작아 보이려고 뒤로 가는 거였는데”라고 천연덕스럽게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이 말에 순간적으로 “아니, 대체 왜! 지금도 너무 작아!”라며 웃음 섞인 ‘욱’을 그를 향해 발사해 버리고 말았다. 저기, 그 얼굴로 그러는 건 정말 너무해. (부러워서 이러는 거, 맞아요.)

# ‘덩실덩실’ 말고 섹시 웨이브요
엘조에게 비트 있는 힙합에 맞춰 자연스럽게 춤추면 된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양손을 번갈아 가며 올렸다 내렸다, 그야말로 ‘덩실덩실’ 춤을 추는 게 아닌가. ‘아니, 저 귀여운 얼굴로 저런 아저씨 춤을 춘단 말인가!’ 놀라움을 금치 못해 다른 건 없느냐 물으니 “전 이거밖에 없는데…” 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안 되겠다 싶어 섹시 웨이브를 연출하는 것으로 콘셉트 급수정. 그는 잠시 난감하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몸을 구부렸다 폈다 하며 웨이브를 곧잘 해냈다. 여기에 특유의 표정 연기를 곁들이니 ‘섹시 보이’가 따로 없었다. 지켜보는 내내 “오, 잘한다! 잘해!”를 외쳐댔으니, 창조가 인터뷰 중 말한 ‘(엘조 형은) 일상이 섹시다’란 말의 의미를 조금이나마 짐작했다.

# 니엘의 긍정 에너지, 리얼 굿!
니엘의 커다란 눈이 감길 듯 말 듯했다. 이 와중에 도톰한 입술 사이로 흘러나오는 말들은 끊길 기색이 없었다. 인터뷰 도중 “니엘, 자지 마! 자면 안 돼!”라고 웃으며 말하기도 했는데, 이건 그가 그만큼 인터뷰에 충실했다는 뜻이기도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피곤해 보였던 니엘이 쉬지 않고 이야기를 해 준 덕분에 인터뷰를 수월하게 끌어갈 수 있었다. 개인 촬영 때, 캡 다음으로 차례를 미룬 그는 형의 모습을 지켜 보더니 이내 감을 잡았다는 듯 여러 가지 표현을 거침없이 해냈다. 후에 확인해 보니 개인 컷을 가장 많이 찍은 동시에 베스트 컷이 가장 많은 멤버이기도 했다. 마지막 표지 컷을 찍을 때에는 멤버도 스태프도 조금 지쳐있었다. 그 순간 니엘이 “얼른 잘해서 끝내고 가요!”라며 모두를 독려해 그가 지닌 긍정적인 에너지를 한껏 전했다.

# 귀염둥이 리키 VS 카리스마 캡형
리키는 집중력이 뛰어났다. 개인 컷을 찍을 때 어떻게 해야 할지 잠시 고민하더니 “점프를 한 멤버가 있었나요?” 묻고는 냅다 위로 뛰어올랐다. 발바닥에 용수철이라도 단 듯 너무 높이 점프해 착지가 걱정될 정도였다. 이런 리키가 어김없이 귀염둥이 모습을 보인 순간이 있었으니, 바로 캡과 함께 나란히 서 있을 때다. 대결 구도를 펼치는 느낌이었기에 눈빛으로 서로를 제압해야 했다. 리키는 자신의 상대가 캡인 걸 안 순간 “으아아앙, 저 캡 형이랑 같이 안 서면 안 돼요?”라며 멤버들 뒤로 몸을 숨기며 웃었다. 그 모습에 현장에 있던 스태프와 멤버 모두 폭소가 터져 한동안 촬영이 중단되기도 했다.

# 끝내주는 댄스 동영상 기대할게
이날 인터뷰 외에 가장 많은 얘기를 나눈 멤버는 창조다. 가장 많은 연습을 한 멤버도 창조다. 자신의 차례가 오기 전까지 계속해서 손을 뻗고 발을 움직이며 춤 동작을 연습했다. 멤버들이 휴대폰에 열중하며 쉬고 있을 때, 그는 다음 촬영을 준비하고 있는 스튜디오로 건너와 음악을 들으며 구경하곤 했다. 그런 그에게 백퍼센트의 록현과 함께 ‘Rollup’에 맞춰 춘 안무 영상을 봤다는 이야기를 하니 반색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동영상을 편집할 때 옆에 앉아 지켜보며 자신이 원하는 걸 말해 완성한 것이라는 말을 덧붙일 때의 뿌듯한 표정이 아직까지 생생하다. 창조의 개인 촬영이 끝난 뒤, 그는 뭔가 다시 생각났다는 듯 큰 목소리로 “조만간 영상 또 찍어서 올릴 거예요! 나중에 꼭 보세요!”라는 웃음 섞인 당부를 잊지 않았다.

글. 이정화 lee@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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