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꿈나무 김주혁
예능 꿈나무 김주혁
예능 꿈나무 김주혁

김주혁이 돌아왔다. 그것도 배우가 아닌 예능 꿈나무로. 영화 ‘세이 예스’로 데뷔해 드라마 ‘카이스트’, ‘사랑은 아무나 하나’로 이름을 알린 배우 김주혁. 그는 최근 KBS2 ‘해피선데이-1박 2일 시즌3’에 합류해 ‘예능 늦둥이’로 두 번째 전성기를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생각해보면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을 통해 대중과의 거리를 좁히려던 김주혁의 노력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1년 MBC ‘황금어장-무릎팍 도사’를 찾은 김주혁은 “피를 바꾸고 싶다”는 의미심장한 걱정거리를 들고 나왔다. 부드러운 도시 남자의 이미지로 ‘한국의 휴 그랜트’라는 수식을 얻었지만, 혈액형이 ‘A형’이라 너무나도 소심한 성격에 대인관계가 서툴다는 것, 김주혁이 밝힌 자신의 약점이다. 이후 “나는 사회성이 없는 놈이다”고 셀프 디스까지 시전하며 숨겨진 매력을 어필했지만, 의욕만 갖고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은 법. “오늘 정말 열심히 해야 한다”고 의욕을 불태웠던 그의 노력은 ‘무릎팍 도사’이 끝나자 조용히 사그라지고 말았다.

MBC ‘황금어장-무릎팍 도사’ 방송화면 캡처
MBC ‘황금어장-무릎팍 도사’ 방송화면 캡처
MBC ‘황금어장-무릎팍 도사’ 방송화면 캡처

‘김주혁’이란 배우의 필모그래피를 살펴봐도 그의 예능에 대한 갈망을 읽기는 쉽지 않다. 김주혁은 톱스타를 대거 배출한 드라마 ‘카이스트’에 출연해 멀끔한 외모와 반듯한 이미지로 얼굴을 알렸고, 2005년 제42회 백상예술대상 남자 최우수연기상을 거머쥐게 한 SBS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을 만나 한층 공고한 이미지를 쌓았다. 그가 선보인 까칠한 듯 보이지만 부드럽고 세련된 이미지는 같은 나이때 배우들에게는 쉬이 발견되는 성질의 것이 아니었던 터라 더더욱 그랬다. 그 후 영화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난다 홍반장’, ‘광식이 동생 광태’, ‘방자전’ 등으로 적당히 망가지는 역할까지 소화해냈지만, 작품이 거둔 성과에 비해 ‘김주혁’이란 배우가 크게 조명받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tvN ‘SNL 코리아 시즌1′ 1회 방송화면 캡처
tvN ‘SNL 코리아 시즌1′ 1회 방송화면 캡처
tvN ‘SNL 코리아 시즌1′ 1회 방송화면 캡처

그랬던 김주혁이 본격적인 예능 신호탄을 쏜 시점은 2011년 말 케이블채널 tvN ‘SNL 코리아 시즌1’의 첫 방송에 호스트로 출연하면서부터다. 장진 감독과의 평소 친분을 바탕으로 호스트 출연을 확정 지은 김주혁은 ‘SNL 코리아 시즌1’를 통해 정신과 의사, 동성애자 커플, 아바타, 군인 등 다양한 캐릭터를 맡아 자신의 진가를 드러내 보였다. 일찍이 첫 호스트로 김주혁을 섭외하며 “김주혁은 망가질 때 확 망가지는 배우”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은 장진 감독의 말이 정확하게 맞아떨어진 셈. 김주혁의 출연 이후 그의 망가지는 연기가 다른 호스트들의 이미지 변신의 기준점이 되었음은 물론이다.

그리고 2013년, 김주혁은 ‘1박 2일’의 전면 개편과 함께 새 멤버로 합류하며 다시금 넘치는 예능감을 선보일 기회를 잡게 된다. 올 한 해 MBC 일일드라마 ‘구암 허준’ 외에 별다른 활동이 없었던 김주혁은 2011년 ‘무릎팍 도사’에 출연할 때와 같이 의욕적인 모습으로 예능 나들이에 나섰으나 ‘큰형’ 대우는 안중에도 없는 동생들의 짓?은 농담과 인기투표에서 꼴찌를 차지하는 굴욕적인 과정을 통해 시청자에게 큰 웃음을 안겼다.

‘1박 2일 시즌3’의 연출을 맡은 유호진 PD는 김주혁의 매력을 ‘입체적인 성격’이라고 말했다. 유 PD는 “소심한 듯 보이지만 너그럽게 동생들을 챙길 수 있고, 무뚝뚝한 듯하지만, 수준급 유머감각을 갖춘 김주혁이야말로 ‘1박 2일’의 맏형으로서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무심한 듯이 한 발 물러서 있지만, ‘장작 패기’, ‘얼음물 등목’ 등 모두가 기피하는 일이 있을 때면 당당히 앞장서기를 마다치 않는 그에게선 연장자가 아닌, ‘1박 2일’ 팀 리더의 모습이 묻어났다.

KBS2 ‘해피선데이-1박 2일 시즌3′ 방송화면 캡처
KBS2 ‘해피선데이-1박 2일 시즌3′ 방송화면 캡처
KBS2 ‘해피선데이-1박 2일 시즌3′ 방송화면 캡처

시즌3 개편 후 4회 방송을 마친 ‘1박 2일’은 뜨거운 인기에 힘입어 일요일 동 시간대 1위 자리를 탈환했다. 한층 독해진 ‘1박 2일’에 전에 없이 푸근한 맏형이라니. 어찌 보면 어색함이 느껴지는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이 기묘한 조합에 마음이 흔들리는 건, ‘예능 꿈나무’ 김주혁이 줄곧 품어온 예능에 대한 갈망과 열정을 알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그의 뒤늦은 예능 프로그램 출연이 반가운 이유다.

글. 김광국 realjuki@tenasia.co.kr
사진제공. KBS,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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