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세 번 결혼하는 여자’
SBS ‘세 번 결혼하는 여자’ 13,14회 2013년 21월 22일, 15일 토,일 오후 10시다섯 줄 요약
채린(손여은)과 결혼한 태원(송창의). 태원은 결혼에 충실하려 노력한다. 하지만 채린은 슬기(김지영)를 데리러 나가는 일을 잊고, 태원은 이에 화를 낸다. 채린은 결혼 생활 중 부딪히는 일들에 대해 최여사(김용림)와 태희(김정난)마저 자신의 탓을 하자 서운함을 느낀다. 한편 우연히 준구(하석진)에게 온 기자의 문자메시지를 보게 된 은수(이지아)는 다미(장희진)와의 관계를 눈치채고, 끝까지 부인하는 준구에게 실망한다. 광모(조한선)는 현수(엄지원)가 여자로 보이기 시작하자 당황스러워한다.
리뷰
각 인물들이 최후의 보루로 믿어왔던 ‘완벽한 세계’들에 조금씩 균열이 가며 이제야 극의 진전이 조금씩 이루어지고 있다. 그 동안 ‘세 번 결혼하는 여자’는 각 인물들이 거쳐온 과거와 현재를 교차시키며 감정을 쌓아오는데 주력했지만, 정작 현재 시점에서의 사건들은 좀처럼 나아가지를 못하며 극 전체를 정체시켰다. 차분히 쌓아 올려 캐릭터의 타당성을 확보하려던 과거나 감정 등도 썩 매끈하지는 못해, 캐릭터들은 밋밋하고 때로는 답답한 느낌마저 안겼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시작된 세계의 균열은 드디어 오랫동안 막혀 있었던 ‘세 번 결혼하는 여자’의 이야기를 조금씩 뚫어나가는 듯 하다. 채린(손여은)은 결혼 후 자신에게 충실할 태원(송창의)과 자신의 편이었던 최여사(김용림)를 통해 안정을 되찾아 갈 것이라고 믿었지만, 막상 채린의 태도가 불만스러운 최여사와 여전히 감정 정리를 하지 못한 태원으로 인해 꿈꾸던 세계에 문제가 생겼음을 느낀다. 이는 채린에게 기대하는 것이 있었던 최여사와 슬기(김지영)와의 문제에서 갈등을 발견한 태원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우아하게 떠 있기 위해 발버둥쳐야 하는 고된 시집살이에서도 오로지 준구(하석진)에 대한 애정과 믿음으로 지켜왔던 결혼 생활에 중대한 균열을 발견한 은수(이지아)는 역시 기점을 맞이했다. 자신을 여자로 보기 시작한 광모(조한선)에 오랫동안 기다려온 순간임에도 당황스러운 현수(엄지원) 역시 오랫동안 묵혀 온 갈등의 전환점이 생겼다.
드디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한 세계 덕분에, 인물들의 관계는 요동치기 시작했고 이제야 ‘세 번 결혼하는 여자’는 겨우 흥미로워지기 시작했다. 그 동안 보여온 성격상 은수의 선택이나, 벌써부터 문제가 생기고 있는 채린과의 결혼 생활이 순탄할 리 없는 태원의 선택은 이미 정해진 수순이다. 하지만 이미 끝장을 낸 두 사람의 관계가 앞으로 다시금 이어지는 과정과 이 과정에서 생길 갈등은 충분히 흥미를 유발할 것으로 보인다. 그 동안 내재되어 있던 갈등의 요소들이 물 밖으로 드러나지 않으며 느껴졌던 답답함이, 이제 겨우 해소가 되기 시작한 것이다.
요즘과 같이 ‘빠른 전개’를 통한 높은 몰입도를 중시하는 상황에서 ‘세 번 결혼하는 여자’는 그 동안 안일한 부분이 없지 않았다. 물론 작품과 그 속에 담긴 메시지를 그려내는 방식은 온전히 작가와 연출의 몫이지만, 그렇다고 하기에도 친절하다 못해 답답하기까지 했던 드라마의 구성은 결국 새로운 시청자들을 끌어당기는 데는 실패했다. 그렇다고 딱히 인상적인 캐릭터나 사건이 등장한 것도 아니었고, 인물들이 말에도 짙은 여운은 발견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지지부진한 전개 가운데 겨우 시작된 세계의 균열은 매우 반갑게 느껴진다. ‘괜찮을 줄 알았다’며 후회를 반복하던 은수의 태도도 달라질 것이고, 전혀 다른 세계관을 가진 현수와 광모의 관계 전환도 이제야 조금씩 기대가 되기 시작한다. 다만 아쉬운 것은 이 뒤늦은 속도가 과연 전반부의 답답함을 해소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은 있다. 이렇게 전반전을 끝낸 ‘세 번 결혼하는 여자’의 후반부가 이제 막 시작되려는 참이다.
수다 포인트
- 아무리 ‘좋은 시댁’이라고 해도 ‘시월드’의 클라스는 영원하지요. 암요.
- 최악의 사태 수습을 보여준 준구의 마지막, 절대로 해서는 안되는 한마디. “어머니는 그러지 않으셨어!” 세상의 모든 남편들은 부부싸움 오답 노트에 꼭 적어두시기 바랍니다.
글. 민경진(TV리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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