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 콘서트 ‘달밤에 체조’ 현장

“신나서 뛰는 것이 아닙니다. 뛰어서 신나는 것입니다.” -싸이, 22일 자신의 콘서트 중

공연 ‘광란’시 유의사항으로 휴식공간과 의료진을 안내하는 콘서트, 마음껏 촬영을 허가하는 콘서트, 팬클럽의 특정 풍선색깔이 아닌 알록달록 야광봉의 향연이 펼쳐지는 콘서트, 진짜 미치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모이는 그곳, 바로 싸이의 콘서트. 지난 20일부터 오는 24일까지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리는 2013 싸이 올나잇 스탠드 ‘달밤에 체조’는 회당 1만 2,000 명, 5회 동안 총 6만 명에 이르는 관객을 미치게 만드는 광란의 파티를 만들고 있다.

콘서트를 완성하는 것은 싸이가 아니라 관객이었다. 조명이 꺼지며 공연의 시작을 암시하자 관객들은 무대가 시작되지 않았음에도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뛸 준비를 마쳤다. ‘챔피언’으로 콘서트의 포문을 연 싸이는 ‘연예인’ ‘라잇 나우(Right Now)’로 오프닝을 이어가며 단숨에 분위기를 절정으로 만들었다. 단 세 곡, 싸이의 얼굴에는 땀이 수도꼭지처럼 흘렀다. 관객들의 함성도 수도꼭지처럼 쉴새없이 흘러 나왔다. 무려 4시간 여 동안 이어진 콘서트 동안 관객들과 싸이는 지친 기색 없이 떼창과 점프로 콘서트를 즐겼다.

싸이 콘서트 ‘달밤에 체조’ 현장

싸이는 단 한곡도 허투루 넘어가는 일이 없었다. ‘끝’ ‘내 눈에는’ 등 히트곡에 비해 비교적 덜 알려진 노래들도 전광판에 가사를 비춰 더 즐길 수 있었고, 싸이만의 독특한 곡 소개도 함께했다. 특히 ‘내 눈에는’ 무대는 카메라가 여자 관객을 한 명씩 비추면서 마치 관객이 잡지 표지모델이 된 듯한 효과를 줘 관객들이 제대로 함께하는 무대를 만들었다. 커플을 위한 시간도 있었다. 싸이가 “원래 커플을 위한 노래는 부르지 않지만, 몇 커플 잠시만 비춰주세요”라고 하자 전광판에 등장한 커플들이 자동적으로 키스타임을 만들어 지탄을 받기도 했다. 그런 커플들을 위한 싸이의 선곡은 이전 사람과 헤어지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고민하는 가사인 ‘어땠을까’. 싸이는 “정말 지금 손을 잡은 그 사람이 최선일까 생각하는 자가 점검의 시간을 가지자”며 웃음을 자아냈고, 그 어느 때보다 솔로들의 떼창 소리는 컸다.

색다른 편곡도 돋보였다. 싸이는 데뷔곡 ‘새’를 소개하며 “우리 어머니도 내가 롱런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이 노래가 없었다면 나도 없었다”고 말한 뒤, “다소 고급스럽게 편곡했다”고 덧붙였다. ‘새’는 스윙 장르로 편곡됐지만, 진지하게 첫 소절을 시작하는 싸이의 모습은 고급보다는 코미디였다. 관객은 싸이가 한 글자를 부를 때마다 웃음을 터트렸고, 싸이도 갑작스런 귀요미 포즈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가성으로 웃음을 자아냈다. 다시 진지하게 노래를 이어갔지만, 고급스런 스윙 편곡에 탭댄스까지 곁들여 싸이만의 신나는 분위기는 잃지 않았다.

싸이 콘서트의 전매특허인 싸이의 여장 타임에는 싸이가 선미로 변해 ‘24시간이 모자라’의 춤을 춰 비주얼 쇼크를 던졌다. 수영복을 연상시키는 빨간색 의상을 입은 싸이는 튼실한 허벅지를 훤히 드러냈고, 관객들은 경악에 가까운 함성을 쏟아내며 열렬히 싸이를 지지했다.

싸이 콘서트 ‘달밤에 체조’ 현장

이와 정반대의 자지러지는 함성은 게스트 이승기가 등장하자 터져 나왔다. 이승기는 ‘되돌리다’를 부른 뒤, “보통 게스트만 부탁하는데 어떤 노래를 하라고까지 부탁하는 가수는 처음 봤다”며 “싸이형이 관객들이 쉴 수 있게 쳐지는 발라드만을 부르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럴 수 없다. 나도 놀아보겠다”며 ‘스마일 보이’를 불러 관객들과 뛰어 놀았다. 노래를 마치고 물러서는 이승기에게 관객들이 앙코르를 외치자 이승기는 당황한 듯 좋아하며 싸이가 작사 작곡했던 ‘내 여자라니까’를 열창했다. 관객들도 떼창으로 응답했다.

싸이는 2부의 시작을 2층 관객들 틈 사이에서 등장하며 또 다시 광란의 도가니를 만들었다. 2층 한 바퀴를 다 돈 싸이는 2층에서 무대까지 로프를 타고 이동하며 남다른 스케일을 선보였다. 엄청난 물량공세는 계속됐다. ‘넌 할 수 있어’를 부르며 진지한 분위기로 이어간 싸이의 배경에는 샌드아트가 펼쳐졌다. 샌드아트는 ‘넌 할 수 있어’ 가사에 맞게 좌절하고, 울상을 짓던 사람이 결국 미소를 짓게 되는 따뜻한 분위기를 연출했고, 샌드아트가 끝나고 걷어진 장막에는 웅장한 오케스트라가 드러났다. 뒤이어 ‘아버지’까지 오케스트라와 열창한 싸이는 경건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큰 환호가 아닌 큰 박수를 받기도 했다.

싸이 콘서트 ‘달밤에 체조’ 현장

싸이는 ‘위 아 더 원(We Are The One)’, ‘예술이야’, ‘강남스타일’로 공연을 마쳤지만, 진짜 콘서트의 시작은 이때부터였다. 앙코르 공연이 본 공연처럼 묵직하기로 소문난 싸이의 앙코르 무대는 DJ싸이가 펼치는 ‘땀과 음악사이’로 꾸며졌다. 싸이는 MC해머 ‘투 레짓 투 큇(Too legit to quit)’, 이정현 ‘와’, 김건모 ‘잘못된 만남’ 등 추억의 팝송과 추억의 가요를 메들리로 선보여 또 다른 새로운 분위기의 콘서트를 다시 만들었다.

“제가 언제 행복하냐면 상대방이 행복할 때 행복합니다. 오늘 저는 만 명의 행복을 봤습니다.” 싸이는 마지막곡이라며 ‘언젠가는’을 부르는 도중 이렇게 말했다. 모두들 ‘우리 다시 만나리~’라며 훈훈하게 끝나는 분위기를 자아냈지만, 공연은 끝나지 않았다. 또 다시 터지는 앙코르 요청에 싸이는 마이크를 잡았다.

빡센 마무리, 의미 있는 마무리, 긴 메들리, 짧은 메들리… 싸이의 공연은 결코 끝나지 않았다. 그 끝을 진짜 보고 싶다면, 직접 가서 보시길!

글. 박수정 soverus@tenasia.co.kr
사진제공. YG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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