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드라마 ‘워킹 데드’가 내년 시즌 5를 확정 지었다. 이것은 수백 마리의 좀비를 다시 캐스팅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좀비 마니아라면 ‘워킹 데드’에 한 번쯤은 출연해서 좀비를 체험해야 하지 않겠나. 쉽지 않은 과정이다. 일단 한국 관객은 비싼 비행기 값을 감수하고 미국을 가야한다. 오디션, 훈련, 분장 등 이러한 고된 과정을 걸쳐 ‘워킹 데드’가 거머쥔 애미상(Emmy Awards)은 무려 2개. ‘워킹 데드’는 지난 2012년, 2011년 분장 및 특수 효과 부문 애미상을 받았다. 애미상은 텔레비전의 아카데미상이라 평가되는 미국 최대의 TV 프로그램 콩쿠르상을 말한다. 어떻게 하면 ‘워킹 데드’에 좀비로 출연할 수 있을까.
당연히 오디션을 봐야 한다. ‘워킹 데드’ 촬영은 애틀랜타, 페어번, 해럴슨, 세노이어 등 조지아 주에서 진행된다. 때문에 ‘워킹 데드’는 그 지역에 위치한 애틀랜타 엑스트라즈 캐스팅 컴퍼니(Atlanta Extras Casting Company)에서 오디션 참가자를 모집한다. 모집 공고가 뜨길 수시로 공식 사이트를 확인해야 하고 시즌이 시작할 때마다 150~200명의 배우가 오디션에 참가한다.
좀비가 되고 싶다면 마른 체형, 긴 목, 그리고 큰 눈이 가장 이상적이다. 좀비는 탐욕에 굶주린 존재이기 때문에 항상 무기력하고 배고파 보여야 한다. 또 작은 체형이 선호된다. 비좁을 공간까지 빠르게 뚫고 들어가는 끈질긴 의지를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드라마 ‘워킹 데드’의 특수분장, 효과를 담당하는 그렉 니코테라
오디션에 합격했다고 바로 촬영장으로 향하는 것은 아니다. 이제 ‘좀비 스쿨(Zombie School)’에 입학해 무사히 ‘졸업’을 해야한다. ‘좀비 스쿨’을 총괄하는 인물은 그렉 니코테라. 그는 ‘워킹 데드’의 제작 책임자이자 시즌1부터 특수분장, 효과를 담당한 거장이다. ‘좀비 스쿨’의 교장 선생님이라 불러도 무리는 없어 보인다.이곳에서 그렉 니코테라는 배우들이 얼마나 좀비다운지 확인한다. 기이한 몸동작과 오싹한 눈빛으로 상대방에게 겁을 줘야 하는 건 기본. 설명이나 예시는 최대한 줄인다. 그만큼 각 좀비의 행동은 독특하고 자연스러워야 한다. 만취 상태로 거리를 영혼 없이(?) 방황하는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린다면 그렉 니코테라 눈에 띌 것이다. 좀비는 최대한 늘어져야 하고 헐렁한 느낌을 전달해야 한다. 그렇다고 프랑켄슈타인의 괴물처럼 혹은 강시처럼 두 팔을 앞으로 벌려서 걷는다면 퇴학을 당할 수도 있다. 재미없으니까!
‘좀비 스쿨’을 졸업한 배우들의 신체 사이즈가 측정된 후 그들의 모습은 사진으로 담긴다. 좀비는 각자 다른 의상이 주어지고 분장을 걸친다. 여기에서 주의할 점이 몇가지가 있다. 배우들은 분장에 쓰일 라텍스, 틀니, 인체 보형물, 가짜 수염 피 등 알레르기가 없어야 한다. 그리고 몇 시간에 걸친 분장이 끝났다면 이제 촬영장에 입성해도 좋다. 마지막으로 적은 수당에 힘든 촬영을 버텼다면 당신을 좀비의 진정한 팬으로 모두가 인정할 것이다.
글. 이은아 domino@tenasia.co.kr
사진제공. FOX 채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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