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 ’1박 2일’의 연출을 맡은 유호진 PD
정말 지독하다 싶을 정도다. 최근 상승 가도를 달리고 있는 KBS2 ‘1박 2일 시즌3’의 중심에는 전 시즌을 통틀어 가장 독하고 지능적인 연출자 유호진 PD가 있다.지난 9일 첫 전파를 탄 ‘1박 2일’이 전국시청률 15.8%(닐슨코리아 기준)을 기록한 데 이어 ‘1박 2일’이 지속적으로 상승세를 타고 있는 이유는 시즌3에 합류한 김주혁, 김준호, 데프콘, 정준영 등 새 멤버의 활약도 컸지만, 더 눈길을 끄는 대목은 외양만큼이나 달라진 프로그램 구성에 있다.
‘1박 2일 시즌’의 첫 회가 형상화한 것이 소위 ‘1박 2일’의 정신으로 불리던 ‘야생’, ‘입수’ 등의 열정적인 자세라면, 지난 15일 방송된 3회는 시즌3만의 색채를 분명히 했다. 더 독해지고, 더 똑똑해졌다는 것. ‘1박 2일’이 외양만 바꾼 것이 아니라 내면까지 알차게 변화했다는 증거다.
‘1박 2일’ 3회는 비포선셋’(Before Sunset)이라는 콘셉트로 해가 지기 전까지 서해안 고속도로를 따라 캠핑용품을 획득해 베이스캠프로 돌아오는 초대형 레이스를 펼쳤다. 재미있는 대목은 이 게임의 설정을 톨스토이의 소설 ‘사람에게는 얼마만큼의 땅이 필요한가’에서 따왔다는 것.
하지만 막상 방송된 ‘1박 2일’에는 ‘인간의 욕심’을 다룬 소설의 메시지보다 더 지능적인 의도가 숨겨져 있었다.
‘1박 2일 시즌3’의 연출을 맡은 유호진 PD는 “첫 회에서는 새 시즌을 맞아 전열을 가다듬느라 강제로 행해진 미션들이 많았기에 두 번째 편부터는 멤버들이 직접 풀어나가는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며 “여기에 더해 아직 구체화되지 않은 멤버들의 성향과 성격, 모험심 등의 요소를 파악하기 위해 이러한 게임을 구성했다. 이번 방송을 통해 드러난 멤버들의 성향은 차후 방송에 적용돼나갈 것”이라는 의미심장한 대답을 내놓았다.
이런 유 PD의 지능적인 프로그램 구성은 첫 회에서도 빛을 발했다. ‘혹한기 캠프’에 입소한 출연진은 유 PD의 지시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땅을 팠고, 그 구덩이로 물을 퍼다 날랐으며, 그 물로 얼음물 등목을 하고, 마지막으로 구덩이를 뛰어넘었다. 필요에 의한 ‘복불복’ 게임이 시즌1의 특징이었다면, 시즌3는 여기에 다음 진행과 연계되는 복합적인 게임을 더한 셈이다.
이번 방송에서 ‘원팔이’라는 이름까지 얻은 트럭은 앞으로도 이런 식의 전개가 계속될 것임을 의미한다. “트럭은 언제 구입한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유 PD는 “이번 시즌에 돌입하며 산 것”이라며 “트럭의 낡은 상태가 ‘1박 2일’의 정서와 맞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뒷좌석에 사람이 탑승할 수 있다는 게 매력적이다. 이제는 그런 차량을 구하기 어려우므로 발견했을 때 바로 사들였다. ‘원팔이’의 활약상을 기대해 달라”고 설명하며 앞으로 더 독해진 ‘1박 2일’의 변화를 예고했다.
글. 김광국 realjuki@tenasia.co.kr
사진제공.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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