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세 번 결혼하는 여자’ 11,12회 2013년 12월 14일, 15일 토~일 오후 10시

다섯 줄 요약
태원(송창의)에게 거절당한 채린(손여은)은 최여사(김용림)에게 가서 이 사실을 말한다. 최여사는 충격을 받아 혈압으로 쓰러진다. 태원은 이런 채린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지만, 채린은 태희(김정난)에게 태원을 포기할 뜻이 없다고 말하고 태희는 태원에게 이런 채린의 태도를 경고한다. 최여사는 결국 은수(이지아)의 시댁에 전화를 걸어 ‘은수와 태원이 만나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은수는 난감해진다. 이 사실을 알게 된 태원은 은수를 보호하기 위해 채린과의 결혼을 택한다.

리뷰
보고 있으면 내내 가슴을 치게 되는 답답한 캐릭터들의 향연이다. 덕분에 이야기는 더욱 오리무중이고, 명쾌한 대사에 비해 이물감이 느껴지는 답답한 이야기들은 드라마를 보는 내내 머릿속만 복잡하게 헤집어 놓는다.

선택을 후회하지 않으려 발버둥치는 은수(이지아) 모습은 안쓰럽기도 하지만 결국은 ‘자업자득’이라는 결론에 이른다. 은수는 그렇게 모두가 보는 결말을 혼자만 보지 못했다. 광모(조한선)를 짝사랑하면서도 내내 고백하지도 못하고, 심지어 친한 친구와 결혼하도록 등을 떠밀어 놓고서도, 막상 광모가 들이대자 속절없이 흔들리는 현수(엄지원) 역시 답답해 보이는 건 다르지 않다.

은수가 말라가는 동안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하고, 심지어 최여사(김용림)의 패악을 알면서도 독립을 선언하지 못한 채 은수를 보내줘야 했던 태원(송창의)도 마찬가지다. 매 순간의 선택에 수동적이고 방어적인 태원의 태도는 ‘착한 남자’라는 것으로 포장한다 하더라도 갑갑하게 느껴진다. 다미(장희진)에게 결국은 휘둘리고 있는 준구(하석진) 역시도 다르지 않다. 이성은 없고 ‘이성을 향한 본능’만 존재하는 듯 보이는 광모(조한선)도 그저 ‘찌질한 바람둥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고, 무의미하게 광모에게 집착을 보이던 주하(서영희)는 말할 것도 없다.

이처럼 ‘세 번 결혼하는 여자’에는 그 누구 하나 매력적인 인물이 없다. 입체적이지도 않을뿐더러 전형적이기까지 해 결국 이야기를 제자리에 맴돌게 한다. 결국 이중성을 드러낸 채린이나 패악질을 부리는 최여사, 어디로 튈 지 모르는 광모가 없이 ‘세 번 결혼하는 여자’는 앞으로 진도를 나가지 못하는 것처럼 보일 정도다. 그마저도 채린의 고자질에서 시작해 최여사의 패악질로 이어지고 결국 태원이 어머니의 강요에 무릎을 꿇게 되는 결말로 가는 상황은 이미 몇 번씩 반복되어 익숙하기까지 하다.

‘세 번 결혼하는 여자’는 맵지도 않은 것은 물론, 뭐가 들었는지도 모를 정도로 밋밋한 요리를 먹는 느낌이다. 드라마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결혼’에 담긴 진짜 함의인지, 아니면 ‘결혼’에 대해 아무런 생각도 느낌도 철학도 없는 젊은 6명 주인공들의 밋밋한 멜로인지 현재까지는 도무지 알 길이 없다. ‘결혼과 재혼’에 대한 거창한 메시지를 담겠다는 시작은 기억력이 나쁜 것이 분명해 보이는 은수의 반복되는 실망과, 결혼에 염세적인 준구의 외도, 반복되는 학습효과도 소용 없이 속수무책 최여사의 패악에 당하는 태원과 대책 없는 광모에 그 광모의 태도를 잡지 못하는 현수로 인해 혼란스러워지고 있다.

기억에 남는 장면도, 기억에 남는 캐릭터도, 기억에 남는 이야기도 없다. ‘세 번 결혼하는 여자’가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건지 의문점도 남는다. 밋밋한 캐릭터들 속에서 이야기는 제자리 걸음. 이제 3분의 1을 지났다. ‘세 번 결혼하는 여자’는 언제쯤이면 원하는 이야기를 제대로 ‘전달’할 수 있을까.

수다 포인트
- 이쯤 되면 채린의 눈에서 미저리의 눈빛을 발견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
- 왜 때문에 드라마 속 주인공들은 항상 ‘늘 먹던’ 와인과 샴페인 쯤은 있는 겁니까!
- 의외로 이 드라마 속에서 가장 상식적인건 ‘태희’ 하나 뿐인지도…

글. 민경진.
사진제공.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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