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방송된 MBC ‘무한도전 - 2013 자유로 가요제’(이하 무도 가요제)가 성황리에 끝났다. 2년에 한 번 TV 스크린 뿐 아니라 가요계까지 들썩이게 하는 ‘무도 가요제’. 가요계에서는 예능프로그램의 코믹한 노래들이 음원차트를 장악하는 것을 실소와 부러움으로 바라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국내에서 아이돌 스타 지드래곤, 인디밴드 장미여관과 같이 활동 반경이 전혀 다른 뮤지션들을 한 무대에 설 수 있는 거의 유일한 TV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무도 가요제’의 재미는 뮤지션들이 ‘무한도전’의 출연진들을 데리고 음악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찾을 수 있다. 뮤지션(전문가)과 개그맨(비전문가)이 서로의 시각을 맞춰가는 장면이 묘한 카타르시스를 주는 것. 이것은 ‘무한도전’의 필살기 중 하나이기도 하다.



‘무도 가요제’에 출연한 뮤지션들은 패널들과 함께 음악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작곡을 넘어 곡 작업 전반을 조율하는 프로듀서 역할까지 맡게 된다. 박명수와 ‘거머리’로 팀을 이룬 프라이머리의 경우 최근 가요계에서 잘 나가는 프로듀서. 박명수가 잘 할 수 있는 부분(호통 치는 보컬로 ‘싫음 말어잇’을 외치는)을 실제 악기소리를 샘플링한 레트로(복고)풍 질감을 살린 일렉트로 팝으로 엮어냈다. 샘플링 때문에 동일 장르의 곡과 비슷하게 들릴 수 있는데, 박명수의 호통이 개성을 부여하고 있는 것.



‘무도 가요제’ 사상 가장 실험적인 곡을 꼽히는 ‘병살’(김C, 정준하)의 ‘사라질 것들’은 일렉트로니카의 하위 장르인 ‘덥(Dub)’ 스타일을 잘 살려낸 곡. 장르 특성 상 노이즈를 음악의 재료로 활용하기도 한다. 김C는 작년 3월 자신의 이름으로 발표한 첫 솔로앨범 ‘프라이어리티(Priority)’에서 이 장르를 시도한 바 있다. 이 앨범은 김C가 예능 프로그램 ‘1박 2일’을 마치고 15개월 동안 독일 베를린에 머물며 만든 곡을 담았다. 예능인에서 뮤지션으로 다시 돌아온 상태에서 정립한 음악 스타일을 다시 ‘무도 가요제’를 통해 선보인 것.



‘양평이 형’이란 애칭으로 웃음을 준 하세가와 요헤이는 인디 신에서 이름이 난 실력파 프로듀서이기도 하다. 1999년에 나온 앨범 ‘안녕하시므니까?’으로 한국인보다 더 한국적인 록을 선보인 일본인 밴드 곱창전골로 시작해 황신혜 밴드, 김C와 함께 한 뜨거운 감자, 김창완 밴드의 기타리스트로 등으로 활동했다. 최근에는 장기하와 얼굴들의 앨범을 비롯해 미미시스터즈, 룩앤리슨 등의 앨범에 프로듀서로 참여하면서 호평을 받았다. 하하와 장기하와 얼굴들이 만난 세븐티핑거스의 ‘슈퍼잡초맨’에서도 역시 한국적인 록 질감을 이끌어냈다.



가스펠에서 힙합으로 이어지는 흥미로운 편곡을 선보인 형용돈죵(지드래곤, 정형돈)의 ‘해볼라고’는 YG엔터테인먼트의 프로덕션팀인 지드래곤-테디-초이스37이 만들어낸 결과물. 지드래곤과 테디는 빅뱅과 지드래곤 솔로앨범에서 손발을 맞춰 대거 히트곡을 만들어낸 YG의 프로듀서 콤비다. 때문에 빅뱅, 투애니원 등의 앨범에서 나타났던 사운드도 엿볼 수 있다. ‘해볼라고’는 정형돈의 추임새 ‘홍홍홍’을 적극적으로 사용함으로써 대중의 공감을 이끌어낸 것이 포인트.

한편 보아와 길이 만난 갑(GAB)은 뮤지션과 뮤지션이 만난 유일한 팀. 이 무대에서는 보아의 소속사인 SM엔터테인먼트가 동방신기한테서 선보인 용틀임춤을 길에게 시키는 초강수를 뒀다. 하지만 안무에 너무 힘을 줘서인지 정작 음악에서는 다른 팀에 비해 조금 아쉬운 완성도를 보였다. 장미하관(장미여관 노홍철)은 다년간의 무대 경험을 바탕으로 에너지 넘치는 무대를 연출하며 음치 박치인 노홍철의 한계를 씻어내는 묘수를 보였다. R&B에 도전한 하우두유둘(유희열, 유재석)의 노래 ‘플리즈 돈 고 마이 걸(Please Don’t Go My Girl)’은 유희열 특유의 감미로운 멜로디가 무난하게 나타난 곡. 정작 음악은 김조한이 살렸다.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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