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net ‘댄싱9′ 우승 팀 레드윙즈

잊고 있던 감정이 되살아났다. 몸을 움직이는 즐거움, 그리고 몸이 만들어내는 유려한 곡선의 아름다움을 바라보는 기쁨. 지난 5일 종방한 케이블채널 Mnet ‘댄싱9’은 그렇게 잔잔했던 우리의 삶에 결코 가볍지 않은 파문을 남겼다.

“모든 (춤의) 장르는 전부 ‘춤’으로 통한다는 사실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지난 6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CJ E&M 센터에서 열린 우승팀 레드윙즈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안준영 PD는 ‘댄싱9’의 최대 성과를 이렇게 요약했다. 현대무용, 스트리트 댄스, 댄스 스포츠 등 대중에게 익숙지 않은 춤의 장르를 소개했다는 것, 그리고 더 나아가 우리가 춤에 대해 갖고 있던 인식의 변화를 가져왔다는 것. ‘댄싱9’은 초반의 우려를 모두 불식시키며 묵직한 메시지를 전했다.

지난 5일 상대 팀 블루아이를 상대로 0.6점차 신승을 거둔 뒤 기자간담회장에 자리한 레드윙즈 팀 하휘동, 김홍인, 남진현, 류진욱, 소문정, 이루다, 이선태, 서영모, 여은지의 모습에선 우승자의 여유나 짜릿한 기쁨의 흔적보다는 어깨에 새로운 짐을 짊어진 아티스트의 고뇌가 읽혔다. ‘댄싱9’이 끝나고 음악은 멈췄지만, 그들의 무대는 이제부터가 시작인 듯했다.

Q. 각자 자신의 색깔이 분명한 팀원들을 이끌어 나가기가 쉽지 않았겠다. 결국, 우승까지 거머쥔 것은 그만큼 하휘동의 리더십이 뛰어났다는 얘기인가(웃음).
하휘동: 나이가 있다 보니 시즌 중반부터 체력적으로 힘들었다(웃음). 남진현과 이선태가 곁에서 많이 도움을 줬다. 나뿐만이 아니라 모두가 힘든 시간을 보냈을 거다. 다른 장르의 댄서들을 만나서 교집합을 찾는 과정이 생각만큼 간단치 않았다. 같은 팀 나를 믿고 잘 따라준 게 좋은 결과를 만든 것 같다.

우승 팀 레드윙즈의 류진욱, 김홍인, 남진현(왼쪽부터)

Q. 마지막 MVP 결정전에서 심사위원 점수는 이선태가 더 높았다. MVP가 하휘동이 되면서 아쉬움은 없었나.
이선태: 사실 아주 잠깐, 3초 정도 생각했었다(웃음). 처음부터 우리가 모두 MVP 자격이 있으니 누가 MVP가 되더라도 축하해주자고 했었다. 한 달반 가량 합숙생활을 하면서 서로 다른 장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경험할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내게는 충분히 의미가 깊다.

Q. 사실 ‘댄싱9’은 자신의 장르에서 활약하고 있는 프로 댄서들을 모아놓고 서바이벌 체제를 사용한다는 점 때문에 방송 초반에 여론의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그런 포맷으로 프로그램을 기획한 이유가 있나.
안준영 PD: 포맷에 대한 고민을 작년부터 계속해왔다. ‘댄싱9’의 ‘9’는 최종적으로 살아남는 댄서의 숫자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마지막 레벨인 9단계까지 모두 통과해야만 댄서로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프로그램을 시작할 때부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댄싱9’이 댄스 신에 누가 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지금은 제작진이 기획했던 것 이상으로 참가자들이 잘해줬기에 고마운 마음뿐이다.

Q. 서바이벌 무대라는 점을 알고도 출연을 결심했을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각자 자신이 원했던 성과를 거뒀는가.
류진욱: 현대무용을 하며 ‘댄싱9’에 참가한 이유는 현대무용이란 정말 멋진 춤이 있다는 사실을 대중에게 알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나도 현대무용을 하고 있지만, 간혹 나조차도 이게 정말 난해하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댄싱9’에 출연하며 시도한 것이 기존에 내가 해왔던 것들과 차이가 커서 ‘내가 하고 있는 게 맞는 걸까’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댄싱9’을 통해서 대중예술과 순수예술의 차이가 미묘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금은 우리가 조금 더 쉽게 접근하면 현대무용에 대한 관심도 높아질 거라 확신한다.
남진현: 현대무용의 장점이자 단점이 추상적인 표현이다. 현대무용은 그걸 보는 관객의 지식과 경험에 따라 재해석될 여지를 제공한다. 하지만 ‘댄싱9’을 통해 일차원적인 표현력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댄싱9’을 하며 관객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알게 됐기에, 그걸 현대무용에 적용해나가는 것은 앞으로 내가 풀어야 할 숙제라고 생각한다.
이선태: ‘댄싱9’에서 보여드린 작품들은 명확한 콘셉트가 있었기에 그것을 보는 대중이 쉽게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다. 이런 기회를 통해 대중과의 간격을 좁히는 성과를 거뒀기에, 앞으로 새로운 시도도 할 수 있을 거다.
이루다: 스토리를 갖고 춤을 췄을 때 관객의 반응이 오는 것을 보고 소통이 된다는 느낌을 받았다. 나는 천석이 넘는 극장에서 가운데 몇 줄만 찬 상태에서 공연한 적도 있다. 열심히 준비해도 피드백을 받을 수 없을 때, 예술은 외로운 싸움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다. 근데 이번 계기를 통해 더 열심히 준비하면 그런 인기를 얻을 수 있구나 했다. ‘댄싱9’ 우승자로서 대중성과 예술성을 겸비해야겠다고 느꼈다.

우승 팀 레드윙즈의 이루다, MVP 하휘동, 소문정(왼쪽부터)

Q. ‘댄싱9’의 무대를 준비하며 마스터들에게 느끼는 마음도 각별했겠다.
류진욱: 문정이와 유닛으로 만났을 때 이민우, 팝핀제이 마스터가 우리를 봐줬다. 사실 마스터 매치라서 책임감을 느낀다고는 해도 워낙 바쁜 분들이니 많은 기대는 안 했었다. 근데 두 분이 정말 추석 연휴 기간에도 시간을 내서 코치를 해주셨다. 특히 문정이가 나이가 어리다 보니 많이 위축돼 있었는데, 그때 마스터들이 와서 응원, 조언 등을 해줘서 고마움을 많이 느꼈다.

Q. ‘댄싱9’이 끝나서 이들의 무대를 더는 볼 수 없다는 게 아쉽다. ‘갈라쇼’ 외에 좀 더 적극적으로 공연을 이어나갈 계획은 없나.
안준영 PD: 방송을 마치고 댄서들에게 “끝나고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물었다. 근데 대부분 자신이 활동하는 팀이 있어 9명의 스케줄을 맞추기가 어렵더라. 논의한 결과 추후 재능기부 형식이라도 무대를 꾸밀 계획이 있다. 블루 팀도 갈라쇼에 콜라보레이션 무대나 특별무대를 통해 참여할 예정이다.

Q. 11월 1일과 2일 양일간 갈라쇼가 예정되어 있다. 티켓 가격이 9만 9,000원으로 책정됐는데, ‘댄싱9’의 의미를 고려한다고 해도 팬들에게는 조금 부담스러운 가격이 될 수도 있다.
안준영 PD: 티켓 판매 수익은 어떻게든 댄서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티켓 가격을 떠나서 표를 판매해야 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지금은 이 문제로 인해 잡음이 생기더라도, 향후에 공연을 할 때에 돈을 내고 이들의 공연을 보는 문화가 형성돼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이선태: 티켓 가격은 공연을 꾸미는 사람의 가치와 비례한다고 생각한다. 음악과 달리 공연 예술은 꼭 현장에서 봐야만 한다. 그런 의미에서 제작진이 우리의 가치를 높이는 계기를 준 것 같아서 감사한 마음이 크다.

우승 팀 레드윙즈의 이선태, 서영모, 여은지(왼쪽부터)

Q. ‘댄싱9’이 춤과 대중의 간격을 좁혔다고 해도 댄스 장르마다 온도차가 있을 것 같다. 또한 ‘댄싱9’ 출연 이후 아티스트로서 활동의 방향성도 변화가 생길 것 같다.
김홍인: ‘댄싱9’을 통해 댄스 스포츠가 많이 알려졌다. 개인적으로는 댄스 스포츠의 기본이 현대무용과 발레인 만큼, 나 자신의 발전을 위해서 현대무용을 집중적으로 배워보려고 한다. 나중에 그 정도 실력이 되면 현대무용과 댄스 스포츠를 접목시켜보고 싶다.
하휘동: 사실 나는 비보이로 참가를 했지만, 참가한 의도는 비보이가 아니라 댄서로서의 나를 확인해보고 싶었던 마음이 더 컸다. ‘댄싱9’을 통해서 스트리트 댄스를 알렸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댄싱9’의 가치가 모든 춤 장르를 알리는 데 있었던 만큼, 춤을 대중화시키는데 성과를 거뒀다는데 의미를 두고 활동을 그런 방향으로 활동을 이어나가겠다.
이선태: 타임스퀘어 사인회 때 편지를 받았는데 현대무용이란 장르를 알게 해줘서 감사하다는 얘기가 적혀있었다. 앞으로 ‘댄싱9’은 끝났지만, 조금 더 대중성을 띠고 있는 작품을 만들어서 대중에게 현대무용을 어필하고 싶다. 이것은 현대무용뿐만이 아니라 현대무용, 발레, 클래식 하는 분들 모두가 함께 풀어야 할 숙제라고 생각한다.
서영모: 클래식 댄스도 종류가 많지만, 스트리트 댄스도 장르가 무척 많다. ‘댄싱9’을 통해 브레이킹, 비보잉, 왁킹 등의 장르를 알릴 수 있었던 것 같다. 아직 잘 안 알려진 장르가 많아서 아쉬움도 크다. 시즌2에서는 더 많은 장르가 소개됐으면 좋겠다.

글. 김광국 realjuki@tenasia.co.kr
사진제공. CJ 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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