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먼 오영(송혜교)은 오수(조인성)를 만나기 전까지 왕 비서(배종옥)가 가둬놓은 틀 속에 갇혀 바깥 세상과 단절돼 있었다. 그런 오영에게 오수가 다가온다. 78억이라는 빚을 떠안은 오수는 PL그룹의 상속녀 오영에게 접근한다. 오수는 오영의 방에 풍경을 달아 닫혀 있던 오영의 마음을 열고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는다. 지금껏 그 누구도 쉽게 믿지 못하던 오영은 오수가 불러온 새로운 세계가 궁금하다. 그리고 많은 질문을 던진다. 그 질문들 속에 <그 겨울, 바람이 분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Q. 넌 내 싸가지만 보이고 니 앞에 내가 눈이 안 보이는 건 안 보이니?

A. 동생이 21년 만에 만난 오빠에게 바라던 인사는 돈 때문에 온 것이 아니라는 말보다 위로였다. 차가운 태도로 오수를 외면하던 오영은 이 질문으로 자신의 속마음을 처음 드러낸다. 그저 78억을 얻기 위해 가짜 오빠 행세를 하던 오수는 이때부터 오영을 돈이 아닌 사람으로 보기 시작한다. 이후로도 오영의 질문은 계속된다. 돈을 원하면 자신을 죽이라는 말로 오수를 당황케 한 오영은 “왜 안 밀었어?”라고 묻는다. 또 “설마 우리가 한 그 약속이 기억 안 나는 건 아니지?”라는 물음으로 어렸을 적 약속을 증명하라고 보챈다. 사실 이 질문들은 의심이라기보다는 자신의 외로움을 위로해주지 않은 오빠에 대한 원망이자 고통스러운 삶에 대한 냉소였다. 이전까지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던 오영이 오수를 만나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들을 시작으로 그들의 관계에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Q. 첫사랑 얘기 해달라니까?

A. 오수는 온실에서 오영의 추억들을 본 후, 오영을 진심으로 대하기 시작한다. 지하철과 호수에서 두 번의 자살시도를 한 오영은 자신을 구해준 오수를 믿게 된다. 그 후 둘은 함께 여행을 떠나고 이때부터 오수와 오영은 진짜 친남매처럼 가까워진다. 함께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오영은 첫사랑 얘기부터 오빠의 생김새까지, 오수의 모든 것을 알려는 듯 끊임없이 질문세례를 한다. 오영의 질문이 늘어날수록 오수의 마음은 흔들린다. 오수는 ‘오빠도 남자야’라며 끊임없이 자신의 마음을 추스르지만 결국 첫사랑 희주의 기일도 잊어버릴 만큼 오영에게 빠져들게 된다. 희주의 기일을 잊어버린 그날 밤, 오영은 오수의 첫사랑을 묻는다. 오수는 희주가 자신의 아이를 임신한 채 죽었다는 사실은 숨기고, 어렸을 적 에피소드를 이야기한다. 서로의 얘기를 주고받으면서 둘의 관계는 점점 깊어져 간다. 오수를 믿게 되면서 발랄해진 오영은 “오늘 친구 누구 만났어? 만나서 뭐 했어? 노래방 갔어? 카페 갔어? 아니면 클럽?”처럼 짧은 질문을 연달아 한다. 오빠에 대해 커지는 호기심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Q. 동생이 오빠를 좋아해도 되니?

A. 조무철(김태우)에게 돈을 갚기로 약속한 날이 다가오지만 오수는 자신이 살겠다는 마음보다 오영에 대한 감정이 앞선다. 사실을 폭로하겠다는 진소라(서효림)의 문자를 받고 밤늦게 집에 돌아온 오수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잠든 오영에게 키스를 한다. 눈을 감고 있었지만 아직 잠들지 않았던 오영은 혼란스러워한다. 입맞춤 이후 오영은 오수를 사랑하고 있음을 깨닫게 되고 오수와 눈을 마주치지 못한다. 오영은 혼란 속에 희선을 만나 동생이 오빠를 좋아해도 되는지를 묻는다. 그리고 오수에게 묻는다. “어젯밤에 오빠 네가 나한테 입 맞춘 거 알아. 왜 그랬어?” 오수는 “너를 사랑하니까”라는 대답으로 진심을 내보인다. 이전까지 오수는 오영의 질문에 솔직한 대답을 하지 않았다. 진짜 오빠 행세를 하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오영에 대한 마음을 들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수의 거짓말로 시작한 둘의 관계는 오영의 질문에 오수가 솔직하게 대답함으로써 흔들리고, 이 순간부터 드라마 전체를 둘러싼 거짓들 또한 서서히 밝혀지기 시작한다.



Q. 나무 밑에 버려진 오수는 꿈이 뭐였어?

A. 오영은 우연히 왕비서와 오수의 대화를 듣게 되고, 그제서야 자신만의 공간인 줄 알았던 온실에서 ‘여러 사람 냄새가 난다는 걸’ 알게 된다. 배신감을 느낀 오영은 카메라 렌즈를 향해 질문을 던진다. “어디까지 니가 계획한 사기인거야? 내가 널 오빠로 믿는 것까지? 아니면 사랑하게 되는 것까지?” 스스로를 가둔 채 살던 오영은 오수를 만나 마음을 열었고, 그만큼 오수를 사랑했기 때문에 배신감은 더욱 컸다. 오영은 오수와의 추억이 담긴 풍경과 열쇠고리를 버리면서 오수와의 추억을 버린다. 모든 사실을 알게 된 후, 오영과 오수는 마지막 여행을 떠난다. 그날 밤, 오영은 ‘오빠 오수’가 아닌 ‘나무 밑에 버려진 오수’의 꿈을 묻는다. 진실을 알게 되고 오빠와의 추억은 버렸지만, 눈 앞의 오수를 사랑한 마음은 남았기 때문이다. 마지막 여행에서 오영은 오수에 대한 애증의 감정을 쏟아냈고, 오수는 입을 맞췄다. 오영은 “이제 우리, 진짜 끝난 거지?”라는 물음으로 관계의 끝을 통보한다.



Q. 수술이 잘 끝나면, 나중에, 또 지금처럼 우리 얘기할 수 있겠지, 너랑 나?

A. 주변 사람들을 떠나보낸 뒤, 오영은 손목을 그었고 다시 돌아온 오수에 의해 발견된다. 다행히 의식을 회복한 오영은 오수가 온실에 남겨 놓은 진심을 확인한다. 예전처럼 오수가 만든 감자스프를 먹고 담담히 이야기를 나누던 오영은 ‘수술 후의 너랑 나’를 묻는다. 별장에서 ‘우리의 끝’을 물었던 오영은 이제 ‘우리의 다음’을 묻는다. 떨어져 살던 시간동안 미래를 생각하지 않던 오영과 오수는 서로를 만나면서 ‘다음’이 간절해졌다. 서로가 서로를 살아야 할 이유로 느낄 만큼 사랑했기 때문이다. 삶의 끝을 생각하던 오영과 오수는 우리의 다음을 위해 각각 도박판과 수술실로 들어간다.



앞을 보지 못하는 오영은 오수를 만나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질문들은 오영과 오수의 관계에 변화가 생길 때마다 달라졌다. 창에 매달린 풍경처럼 오영은 오수가 불러온 바람에 끊임없이 흔들렸다. 의심했고 믿었고 사랑했고 확인했다. 그리고 희망이 생겼다. 마침내 오수와의 사랑을 진심으로 확인하는 순간, 오영은 이렇게 말한다. “오늘이 우리의 끝이 아니라면, 넌 내가 묻는 그 모든 질문에 다 대답해야 할 거야.” 혼자만의 세상에 갇혀 있던 오영은 오수를 만나 질문을 하게 됐고, 질문을 하기 위해 미래를 꿈꾼다. 겨울은 지나가고, 봄이 왔다. <그 겨울, 바람이 분다>는 오영의 질문·오수의 대답 대신 기분 좋은 봄바람 속에서 마무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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