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생각하면 절로 웃음이 지어진다. 잘 생긴 얼굴도, 훤칠한 키도, 탄탄한 복근도 없는 너무나도 평범한 배우다. 하지만 그가 만들어내는 코믹한 캐릭터는 대체 불가능하고, 작품 속에서 쏟아내는 웃음은 배꼽을 떨어지게 한다. 그의 눈물은 진한 페이소스를 안기기도 한다. 존재감은 주, 조연을 가리지 않는다. 한국 영화계를 더욱 풍성하게 만드는, 충무로에 꼭 필요한 존재로 거듭나고 있다. 그는 바로 김인권이다. 그 이름 세글자가 주는 개성은 대중의 기억 속에 강하게 자리잡고 있다.
김인권은 영화 <전국노래자랑>을 통해 기존에 보여주지 않았던 또 다른 모습을 대중들에게 선물한다. 싸이(Psy)의 ‘챔피언’ 음악에 맞춰 춤을 추기도 하고, 애절한 감정을 담아 부활의 ‘친구야 너는 아니’를 부르기도 한다. 김인권이 부르는 ‘전국을 뒤집어놔 (Feat. 형돈이와 대준이)’는 경쾌함을 전한다. 대중에게는 물론 김인권 본인에게도 <전국노래자랑>은 남다른 추억을 남겼다. 그가 추천한 노래도 바로 ‘추억’이다. 김인권의 추억이 담겨 있는 노래를 따라가 본다.
1. Sting의
“스팅(Sting)의 ‘Shape Of My Heart’는 영화 <레옹>에 나온 명곡이다. 킬러인 레옹이 소녀 때문에 남성성이 무너지지 않나. 저 역시 딸 셋을 낳으려고 했는지 그 감성에 푹 빠졌던 기억이 난다. 특히 고교 시절 영어 시험 전날 친한 친구가 교무실에서 몰래 영어 시험지를 빼왔다. 그래서 공부를 하지 않고 비디오방에 가서 본 게 <레옹>이다. 그러니 얼마나 영화가 맛있었겠나. 그런 추억이 담긴 영화이자 노래다.” 1994년 <레옹> 국내 개봉 당시 신드롬이 불었다. 영화의 인기가 높아질수록 스팅의 ‘Shape Of My Heart’도 전국에 울러 퍼졌다. 스팅 특유의 음색과 영화의 느낌이 제대로 맞아 떨어졌다.
2. Ennio Morricone의
“영화 <러브 어페어>는 제가 본 남녀의 사랑 이야기 중 최고인 것 같다. 특히 엔리오 모리꼬네(Ennio Morricone)의 음악은 영화 속 감동의 8할을 책임지고 있을 만큼 절대적이다. 또 <전국노래자랑>에서 오영감과 보리 내용을 먼저 찍었는데 그 이야기에 <러브 어페어> OST를 깔아 놨더라. 그걸 보면서 눈물이 펑펑 날 정도였다. 개봉된 영화에선 그 음악이 아니다.” 김인권이 기억하는 <러브 어페어>는 워렌 비티, 아네트 베팅이 주연한 1994년 작이다. 1939년, 1957년 작에 이어 세 번째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이유는 엔리오 모리꼬네의 음악 때문이다. 배우 김태우도 이 영화를 꼽으며 “음악이 가장 인상 깊었다”고 말한 바 있다.
3. 조용필의 <1집 창밖의 여자>
“부산이 고향이고, 어릴 적엔 부산 광안리에 살았다. 광안리 바다가 너무 보고 싶어 일주일 동안 자전거 타고 부산을 가기도 했다. 영화제든, 촬영이든 요즘도 부산에 자주 가는데 제가 부산에 진입하는 순간 흥얼거리는 노래가 조용필의 ‘돌아와요 부산항에’다. 고향에 대한 추억과 돌아가고 싶은 곳, 이 노래가 그 추억을 담고 있다.” 조용필 정규 1집 수록곡으로 지금의 조용필을 있게 한 대 히트곡이다. 발표와 동시에 전 국민의 호응을 얻었고, 현재도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널리 노래되고 있는 국민가요다. 부산 야구장에서도 자주 들을 수 있다.
4. Mamas & Papas의
“영화 <중경삼림>을 볼 때마다 대단한 뮤직비디오 같은 느낌이다. 음악과 영화의 힘인 것 같다. 영화학도 때인데 새로운 카메라 워킹과 쇼킹한 영상 등을 보는 재미가 있었고, 그 위로 ‘California Dreaming’이 흐르는데 정말 멋졌던 것 같다. 이 음악은 영화학도로서 추억이다.” 마마스 앤드 파파스(Mamas & Papas)의 ‘California Dreaming’은 <중경삼림> 개봉 후 국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모았던 노래. 영화의 분위기와 어울리는 멜로디가 여전히 귓가를 맴돈다. 이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김인권과 같은 추억이 있을 듯.
5. 부활의 <11집 사랑>
“이번 영화 <전국노래자랑>을 하면서 부활의 ‘친구야 너는 아니’를 들었는데 너무 좋더라. ‘나무가 꽃을 피우고 열매를 달아줄 때 사실은 참 아픈거래’, ‘아름답기 위해선 눈물이 필요하다고’ 등 가사가 정말 예술이더라. 직접 불러야 해서 식겁하긴 했지만. 여튼 이 노래는 이번 영화에 대한 추억이 담겨 있다. 참고로 개봉된 영화에선 이 노래가 마지막에 흐른다. ‘저한테 주는 선물’이라고 해 굉장히 기대하고 있다.(김인권 인터뷰는 개봉 전 진행됐다.)” 영화 <전국노래자랑>에 깜짝 출연한 부활은 ‘친구야 너는 아니’를 부르는 봉남(김인권)을 보고 ‘이 노래를 아는 사람이 있네’라고 한다. 그 말처럼 사실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곡은 아니다. 이해인 수녀의 시를 부활이 노래로 옮겼다. 영화의 흥행에 따라 대중적인 인기를 모을 수도.
노래로 ‘전국을 뒤집어놔’
“원래 노래와 춤 실력은 엉망이다. 이번 영화를 하면서 트레이닝을 받았고, 그나마 노래 실력이 조금 나아진 것 같다.”(웃음) 김인권은 크게 웃음 짓지만 처음 관객들에게 춤과 노래를 보여주는데 있어 얼마나 긴장됐을까. 더욱이 두 번째 주연작 <강철대오: 구국의 철가방>이 흥행에서 만족스럽지 못했던 터라 흥행에 대한 부담도 클 텐데 말이다. 그래도 특유의 생존력으로 웃음이 먼저 나왔다. “영화가 잘 되면 노래도 널리 알려지겠죠. 가수는 아니지만 제가 부른 노래인데 널리 알려지면 좋죠.” 연기 뿐 아니라 김인권이 부르는 노래에 귀를 귀울려보자.
글. 황성운 jabongdo@tenasia.co.kr
사진. 이진혁 eleven@tenasia.co.kr
편집. 홍지유 ji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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