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뫼비우스’ 김기덕 감독영상물등급위원회로부터 두 번이나 제한상영가 판정을 받은 김기덕 감독의 영화 ‘뫼비우스’가 30일 서울 왕십리 CGV에서 시사회를 열고 영화를 공개했다. ‘뫼비우스’는 김기덕 감독이 지난 해 영화 ‘피에타’로 제 69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은 이후 처음으로 선보이는 차기작으로 큰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근친 성관계 묘사라는 이유로 영상물등급위원회로부터 제한상영가 판정을 두 번이나 받았고, 지난 5일 재심의 끝에 청소년관람불가로 내달 5일 개봉된다.
‘뫼비우스’와 관련된 첫 공식석상에서 김기덕 감독은 영화를 둘러싼 안팎의 논란에 대해 입을 열었다. 매번 새 영화를 선보일 때마다 갈 길을 잃고 상영공간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저예산 영화들의 현실을 위해 쓴 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던 김 감독은 이번에도 현실에 대한 안타까운 심경을 전했다.
다음은 김기덕 감독과의 기자회견 문답이다. 영화 내용과 관련된 질의응답은 지난 28일(현지시각)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개막한 제 70회 베니스국제영화제 비경쟁부문 출품을 이유로, 내달 3일까지 엠바고가 걸려있어 그 부분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Q. 영화를 선보인 소감을 들려달라.
김기덕 감독 : 우선 불구 영화를 보여드려 죄송하다. 전체적으로 3분 정도의 흉터가 있다. 어디에 생채기가 났는지는 보시면서 눈치 챘을 것이다(영화는 이미 사전에 개봉 찬반시사를 진행해 언론에 무삭제본을 공개한 바 있다). 가장 큰 흉터는 마지막 꿈 장면에 있다. 그 부분에서 약 2분 정도가 잘려나갔다. 영화에서 2분은 엄청난 분량이다. 그러니 큰 상처를 입은 영화다. 언론에 알려져 있다시피, 그 부분(근친 성관계)을 연상을 하면서 볼 수밖에 없었을 텐데요. 아직 영화가 온전히 보여 질 수 없는 사회에 살고 있는 것이 우리의 자화상이니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Q. 3분 안에 영화의 주제가 들어가 있는 것인가. 이 작품의 완성도는 몇 프로라고 생각하나.
김기덕 감독 : 3분 안에 주제가 다 들어있진 않다. 우리 몸으로 치면 영화의 심장 부분에 해당하는 장면이었다. 영화라는 것이 달려가는 기차라고 비유한다면, 종착역이 있는데 종착역에 도달하기 직전에 고장 난 그런 느낌이다. 보통은 영화가 극장에 개봉되는 것이 시작인데, 이 영화는 영등위에 제한상영가를 받는 순간부터 상영을 시작한 것이 아닌가라고 생각할 정도로 ‘뫼비우스’라는 영화 자체가 묻는 질문보다 영화가 상영되는 과정에서 우리에게 질문하는 그 무엇들이 큰 것 같다.
Q. 지난 해 베니스에서 ‘피에타’로 황금사자상을 받은 이후 또 베니스에 갔다. 이번에는 특히 한국영화로는 유일하게 가는 것이라 더욱 뜻 깊다. 소감을 들려 달라.
김기덕 감독 : 베니스가 5번, 칸이 3번, 베를린이 3번이라, (베니스가) 가장 많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한국영화가 없다는 것이 안타깝다. 베니스에서 프로그래머가 와서 한국영화 다 보고 갔는데, 내 영화만 한 자리를 차지한 것이 미안하고 안타깝다. 한 편으로는 어쩌면 영화제나 의미 있는 영화들로부터 멀어지게 할 수 밖에 없는 시장 때문은 아닌가 라는 생각도 한다.
Q. 영화를 둘러싼 잡음이 많았다. 영등위에서는 영화를 보면 제한상영가 판정을 이해할 것이라고도 말했었다. 그런 말들을 들으면 어떤 기분이 드나.
김기덕 감독 : 17년 동안 19편의 영화를 만들었다. 그러면서 이와 비슷한 감정은 늘 느껴왔다.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다행스럽게도 이전보다는 대중이 (제가 처한 상황을) 이해하는 편으로 바뀌었다. 처음에는 제 주장과 제 생각만을 고집하면서 만들었는데, 이제는 이런 상황들이 우리가 바라보는 거울이구나 내 맞은 편이구나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 또 아쉽기는 하지만, 그분들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무대 위에 배우들도 악역도 있고 선한 역이 있다. 다 인생이라는 무대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한편으로는 안타깝고 한편으로는 그런 역할을 해주면서 가치가 객관화되는 것 아닐까라는 생각도 든다. 극복되지 못한 것이 현실이고 극복해나가기 위한 과정이다. 그러니 ‘뫼비우스’는 영화 안에도 논란의 소지가 있지만 영화 밖에도 있다.
Q. 영화를 편집하지 말고 끝까지 싸워볼 생각은 혹시 없었을까.
김기덕 감독 : 주변에서 그렇게들 많이 말씀하시던데, 나와 규제가 싸울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영화는 제작비가 들어가고 스태프들의 개런티가 들어간다. 내 영화라고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구조다. 스태프들의 참여 문제도 있고, 또 카피 문제도 있다. 그리고 이 문제는 보려는 사람과 보지 못하게 하는 사람간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또 한국의 배급시장을 잘 알지 않나. 정말 치밀하게 돼있다. 내가 개봉하고 싶다고 하는 것이 아니고, 개봉하기 싫다고 안 하는 것이 아니다. 메이저 4사들이 치밀하게 구조적으로 짜여진 틈 안에서 겨우 날짜를 잡았다. 결코 쉽지 않다. 1년 후, 2년 후, 언제 개봉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그나마 NEW라는 회사가 저의 목숨을 구해줬다.
Q. 지난 해 CJ와의 작업의사가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진행된 점이 있는지.
김기덕 감독 : 별로 진행된 것이 없다.
Q. 혹시 무삭제판을 한국이나 다른 곳에서 볼 기회가 있을까.
김기덕 감독 : 베니스에서는 오리지널이 상영된다. 그러나 그 외 영화제에서는 한국에서 상영하는 버전을 보내는 것이 맞지 않나 싶다. 왜냐하면 해외에 오리지널을 팔았을 때 TV 방영권으로 넘어가는데, 거기에서 복사가 돼 불법으로 유통된다. 그렇게 되면, 극장에서 보는 것이 의미가 없다. 베니스 외에는 전 세계적으로 극장이던 영화제던 한국판이 상영될 것 같다.
Q. ‘뫼비우스’라는 영화 제목은 어떻게 정하게 됐나.
김기덕 감독 : 제목을 처음부터 정하고 작업을 하지 않는다. 시나리오 줄거리를 잡아들어가면서 몇 번을 고쳐 쓰는 과정에서 소화된 느낌으로 제목을 붙인다. ‘뫼비우스’도 마찬가지 였다. 처음에는 ‘몽정’이라는 가제도 있었다. 어느 순간 이 시나리오를 반복적으로 고치면서 이 영화에 가장 맞는 것이 ‘뫼비우스’라고 생각했다. ‘뫼비우스’의 원리는 여러분도 잘 알 것이다. 앞과 뒤, 선이 만나는 것. 또 저는 뫼비우스를 추상과 구상의 경계선 없이 허물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영화에는 내 개인적인 고민일 수도 있는, 또 이 시대를 살며 개인적으로 저한테서 발생하게 되는 에너지를 통해 제 스스로가 만들어낸 스토리와 이미지가 담겼다. 객관화될지는 모르겠다. 김기덕이라는 사람은 김기덕으로부터 출발했다. 사회로부터 온 것이 아니다. 질문을 던지는 영화라고 생각할 수 있다. 제목도 그러하다.
Q. 영화에 대사가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이같은 설정을 한 이유는.
김기덕 감독 : 의도적으로 배제했다. 나름의 작은 시도이자 실험이다. 그럼에도 이 영화를 집중해서 보길 원했고, 이 영화를 관객들이 대사가 아닌 이미지로 이해해주길 바랐다.
Q. 올해 16세인 서영주 군을 캐스팅한 이유를 들려 달라.
김기덕 감독 : 영주 군과 영주 군의 어머님과 셋이 만나 매 장면을 설명했다. 그렇게 참여가 결정됐다. 그러나 아무리 상황을 이해했다해도, 막상 현장에서 (감정을) 옮기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인데, 신기하게도 (영주 군이) 이은우 씨를 리드하더라. 나는 그 순간 서영주 군이 두 번 태어난 사람이 아닐까 싶었다. 마치 한 번 인생을 살아본 느낌이었다.
Q. 조재현 씨와는 2002년 ‘나쁜남자’ 이후 11년 만에 만났다. 오랜만에 작업한 소감은?
김기덕 감독 : 우리 재현씨와는 오래 전부터 애정이 있다. (내게) 아쉬운 점이 있을 때는 아프게도 말씀해주시고, 좋을 때는 격려도 해주신다. 오랫동안 저를 지켜봐주신 분이다.
Q. 늘 수위가 센 영화들만 한다. 혹시 말랑말랑한 영화를 해볼 생각이 있나.
김기덕 감독 : 하기 싫다. 그 사람의 성질이라는 것이 있다. 형성된 유전자의 본질이다.
Q. 영화 속에 유머러스한 부분들도 있고, 지금까지 중 가장 유해진 느낌이다. 스스로도 변화한 것을 느끼나.
김기덕 감독 : 유하게 보셨다고 하는데 왜 못 보게 자르는지 모르겠다. 저는 좀 변하긴 변했다. 저 스스로는 인생을 살면서 더 이상 쓰레기를 만들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살고 있다. 물리적인 쓰레기도 있고, 정신적인 쓰레기도 있는 것 같다. 사람을 미워하고 싫어하는 것도 쓰레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영화 속 스킨 마스터베이션은 결코 유한 장면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영등위에서 말한 장면(근친성관계)는 유치하고, 오히려 그 장면(스킨 마스터베이션)을 많이 고민하고 논쟁을 해봐야한다고 생각한다.
글. 배선영 sypova@tenasia.co.kr
사진. 팽현준 pangpang@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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