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다리 다 잘린 AOMG, 잇단 재계약 불발 속 탈출구 있나 [TEN피플]
간판 아티스트들과의 잇단 재계약 불발, 회사 내부적 문제로 인한 구설, 시스템 변화 등으로 침체기를 맞은 엔터 기업이 있다. 힙합, R&B 신을 대표하며 몸집을 키웠고, 음악 외 인물들도 영입하면서 말 그대로 종합 엔터사로서 입지를 다져왔던 AOMG의 이야기다.

AOMG는 2013년 박재범이 설립한 힙합 레이블로 알려졌다. 여기에 그레이, 사이먼 도미닉, 로꼬, 어글리 덕 등 힙합 아티스트들의 대거 합류로 대표적인 힙합 레이블로서의 입지를 굳혔다. 회사가 설립된 시기 국내에는 힙합 오디션 열풍이 불었고, AOMG 역시 몸집을 키워왔다. 특히, AOMG의 새 아티스트를 뽑는다는 목적으로 방송된 2019년 MBN '사인히어'는 업계 내, 외부 AOMG의 영향력을 보여준 사례이기도 하다.

급격히 '사세'를 키워왔던 AOMG가 흔들리고 있다. 회사 기둥이라 불린 다수의 아티스트가 계속해서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먼저, 2018년부터 약 6년간 회사를 이끌던 수장 DJ 펌킨이 자리에서 내려왔다. 또 올해 2월 소속 가수 미노이가 라이브 방송에서 '눈물'을 보인 계기로 터진 '광고 펑크' 논란도 한몫했다. 실제로, 미노이와 AOMG 간 불편한 기류가 흘렀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DJ 펌킨 사임 소식 3일 만에 그레이, 우원재, 이하이, 구스범스가 전속 계약 종료 소식을 전했다. 또한 사이먼 도미닉은 이미 지난달 회사를 떠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고, 현재 정리 절차를 밟는 것으로 전해졌다. 코드 쿤스트는 역시 같은 달 전속계약을 종료했다.
팔·다리 다 잘린 AOMG, 잇단 재계약 불발 속 탈출구 있나 [TEN피플]
엔터 기업 특성상, 소속 아티스트와의 재계약 불발 소식은 특별한 것이 아니다. 다만, AOMG 소속 아티스트들이 지난 몇 달간 연속해서 회사를 나갔다는 점, 현재 AOMG에 회사를 이끌만한 '기둥'격 아티스트가 없다는 점은 힙합 팬들의 우려를 살만하다.

물론, AOMG에는 로꼬, 유겸, 쿠기, 후디, 펀치넬로, 미노이 등의 아티스트가 남아있다. 비음악인으로는 정찬성, 작가 기안84 등이 있다. 반등의 여지는 있다. AOMG는 독자 레이블이 아니다. CJ ENM을 모회사로 둔 만큼, 당장의 위기는 회사의 존폐까지 거론하기 어렵다. 또한 AOMG만의 독창적이고 세련된 음악은 여전히 대중의 관심을 끌기 충분하다.

다만, 남아있는 아티스트들이 왕성한 음악 활동을 보여주지 못한다는 점, 회사를 나온 아티스트들과 비교해 이슈 생산 및 대중의 주목도가 떨어진다는 점은 AOMG의 과제로 남아있다. 여기에 현재 소속 아티스트들의 '탈 AOMG' 가능성도 있다.

회사 차원에서 바라본다면, 잇단 아티스트 재계약 불발 사유에 대한 정확한 원인 파악이 우선되어야 한다. 회사 입장에서 '재계약 불발'은 결국 새로운 비전 부재, 소통 문제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AOMG가 과거의 명성을 되찾고 또 한 번 발돋움 할지 주목된다.

윤준호 텐아시아 기자 delo410@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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