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팀(&TEAM) 팬 사인회, 몸 수색에 불만 토로
계속되는 연예인 과잉 경호 논란
자극적 단어에 흐려진 문제의 본질
앤팀 / 사진=하이브
앤팀 / 사진=하이브
《윤준호의 불쏘시개》

연예계 전반의 이슈에 대해 파헤쳐 봅니다. 논란과 이슈의 원인은 무엇인지, 엔터 업계의 목소리는 무엇인지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하이브(HYBE)가 '과잉 검색 논란'에 휩싸였다. 팬들을 상대로 한 팬 사인회에서 보안 검색을 강화하면서 불만의 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비성숙한 팬 문화 등을 고려했을 때 과잉 대응으로만 보긴 어렵다는 반론도 제기되고 있다.

하이브 재팬 소속 그룹 앤팀(&TEAM)은 지난 8일 두 번째 미니앨범 '퍼스트 하울링: 위'(First Howling : WE) 발매를 기념한 팬 사인회를 진행했다. 이날 행사에서 성추행에 가까운 속옷 검사가 진행됐다며, 자리에 참석했던 일부 누리꾼들이 불만을 토로했다.

하이브 측에서 강도 높은 검사를 한 것은 행사에 부적합한 품목을 소지한 이들이 찾아오기 때문. 예를 들어, 녹음기 등을 몰래 숨겨오는 것을 막기 위해 소지품 검사를 하는데 그 정도가 지나쳤다는 지적이 나왔다.

실제로 행사에 참석한 A 씨는 자기 개인 SNS를 통해 "살다 살다 팬 사인회에서 속옷 검사하는 경우는 처음 본다"라며 팬 매니저가 자기 가슴을 만졌다고 주장했다.

이에 하이브 측은 "팬 사인회는 아티스트와 팬 간 1대 1 대화의 자리로, 녹음 내용이 외부에 유출돼 팬과 아티스트가 함께 곤란해지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녹음과 촬영이 가능한 전자장비의 반입을 엄격하게 제한해 왔다. 8일 전자장비를 몸에 숨겨 반입하는 사례가 다수 발생해 이를 확인하는 보안 바디체크가 여성 보안요원에 의해 진행됐고, 기쁜 마음으로 행사에 참석하신 팬 여러분에게 불쾌감을 드리게 됐다"라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이어 "아무리 보안상의 이유라고 해도, 그것이 팬분들을 불편하게 할 근거가 될 수는 없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현장에서 이런 일이 일어난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앞으로 보안 목적의 검색에 비접촉 방식을 도입하는 등 개선안을 준비하고, 좀 더 편안하고 즐거운 분위기에서 아티스트와의 팬 사인회에 참여하실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알렸다.
앤팀 / 사진=하이브
앤팀 / 사진=하이브
연예인에 대한 과잉 경호 논란은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 5월 그룹 NCT 드림의 경호원 A 씨는 한 여성 팬과 충돌, 전치 5주 상처를 입혔다. 그룹 엑소는 2016년 콘서트를 찾아온 팬들의 몸을 수색해 '성희롱 논란'을 일으켰다.

경호업체들은 엔터사들이 고용한 용역업체다. 내부적으로 가이드라인은 있지만, 현장 요원들의 대응에 아쉬움이 남는다.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즉각적인 대응, 개선은 또 다른 문제다. 엔터사의 경우 고용 업체의 잘못일 뿐이다. 아티스트에게까지 논란이 번지지만 않으면 된다. 경호업체는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있지만, 계속되는 '과잉 경호' 논란에는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변하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과잉 경호 논란이 터져도 경호 업체를 바꾼다거나 징계를 내리지는 않는다. 가이드라인은 분명히 있다. 다만, 혼잡한 상황이기에 (경호원의 행동을) 이해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속옷 검사에 가려진 '非성숙한 팬 문화'…하이브, 과잉 수색 논란의 진실 [TEN스타필드]
엔터사를 마냥 비난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일부 팬들이 규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으면서 안전과 보안문제가 끊임없이 나오기 때문이다. 다른 연예계 관계자는 "과거 100명 정도가 모이는 팬 사인회 현장에서 엔터사가 사전 공지한 소지 금지 물품을 가져온 5~60명의 인원이 있었다"라며 "악의적인 사진 촬영, 성희롱 목적의 녹음 등은 아티스트들의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히기에 팬들을 수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며 행사 진행에 큰 어려움이 있다"라고 밝혔다.

결국 문제는 본인의 이익만을 생각하는 비성숙한 팬 문화. 실제로 대다수의 팬은 악의적인 용도의 녹음기, 촬영 도구 등을 가져오는 일부 팬들을 비판했다. 한 K팝 팬은 "K팝 문화가 여전히 후진적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과잉 경호에 대해 아쉬움은 남지만, 오히려 '가슴을 만졌다' '속옷을 벗겼다' 같은 자극적인 이야기로 문제의 본질을 흐리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라고 전했다.

윤준호 텐아시아 기자 delo410@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