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정경호라는 배우는 어떤 걸 잘 보여주는 거 같나.
정경호 : 내 성향 자체가 우울한 걸 싫어한다. 밝으려고 노력하는 편인데 그런 면을 좋게 봐주시는 분들이 있는 거 같다.

“허세를 부리지 않는 게 가장 신경 쓰이는 부분이다”
정경호│“물이 흘러가는 것처럼 같이 흘러가면 된다” -2
정경호│“물이 흘러가는 것처럼 같이 흘러가면 된다” -2
아직은 잘하는 걸 하고 싶나, 아니면 이제 조금씩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나.
정경호 : 지금은 그런 것보다 그냥 좋은 작품을 하고 싶다. 좋은 감독, 좋은 배우들과 함께. 그게 즐겁다.

‘좋은’이라는 수식어를 많이 쓰는데 그건 과연 어떤 걸까. 가령 배우 입장에서 좋은 연출가란 어떤 건가.
정경호 : 설명하기 어렵다. 배우도 똑같다. 좋은 배우라는 걸 정의하기 어렵지 않나. 연기 잘하는 선배님이 좋은 사람이 아닐 수 있는 거고, 사람이 좋아도 관객에게 인정 못 받으면 그를 좋은 배우라고 할 수 없을 거 같고. 어쨌든 기본적으로는 우선 좋은 사람이어야 좋은 배우, 좋은 연출이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 같다.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고생시키면 좋은 사람, 좋은 배우라 할 수 없겠지. 다행히 여태까지 내가 만났던 분들은 다 좋은 배우이자 좋은 감독이었다.

하지만 사람이 좋아서 연기적으로 자기 걸 잘 못 챙기는 배우들도 있다.
정경호 : 나도 그런 소릴 많이 들었다. 내 몫을 많이 못 챙긴다고. 그것에 대해 어렸을 땐 많이 생각을 안 했던 것 같다. 그러니까 이젠 작품에 임할 때 정말 잘해야 한다고,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열심히 하는 것과 잘하는 건 다른데.
정경호 : 아우, 다르다. 그래서 책임감이 많이 생기는 것 같다. 과연 이 작품을 통해 얼마만큼 사랑받을 수 있을지에 대해. 당장 지금 하는 작품이 잘 안 되면 나중에 내가 하고 싶어도 안 써주는 경우가 분명 생긴다. 그러니 책임감 있게 한 마디 한 마디 뱉어야 한다.

그럼 배우 정경호가 생각하는 잘하는 연기는 무엇인 것 같나.
정경호 : 꾸미지 않는 것. 멋이나 허세를 부리지 않는 게 가장 신경 쓰이는 부분이다.

자칫 배우 정경호가 도드라지지 않을 수도 있는데.
정경호 : 물이 흘러가는 것처럼 같이 흘러가면 된다. 혼자 튀면 바로 골로 가더라. (웃음) 그런 건 를 촬영하며 이준익 감독님한테 많이 배운 것 같다. 작품은 혼자 가는 게 아니라 같이 가는 것이라는 걸.

다른 출연자들과 경쟁적으로 연기하는 타입의 배우도 있는데 그런 것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정경호 : 약간 소심해서 그런 거 못한다. 삐져있으면 풀어줘야지. (웃음) 할 때 김진민 감독님께서 걱정하신 게 준기 형이랑 나랑 있으면 누가 연기 더 잘하려고 경쟁하는 거였다. 자칫 그런 게 불편한 분위기를 만들까봐 그랬던 건데 다행히 둘 다 별 생각 없이 편해 보였다고 하더라. (웃음)

원래 현장에 잘 녹아드는 편인가.
정경호 : 사람을 좋아하는 것 같다. 술 좋아하고. (웃음) 그리고 사람이 8개월 지내다보면 정말 가족같이 친해지게 되어 있다. 물론 드라마 같은 경우는 촬영 때문에 일정이 촉박해 인간관계를 쌓긴 어려워도 오랜 시간이 지나면 결국 다 친해진다. 5년 전에 KBS 을 1년 정도 촬영했는데 이순재 선생님을 비롯해 그쪽 팀이랑은 지금도 자주 만나고 연락한다.

그런 게 연기에 있어 도움이 되나.
정경호 : 인간관계가 넓어지면 연기에 있어 피곤해지지. (웃음) 저 사람 삐진 건 아닌가, 신경 쓰일 때가 많아서. (웃음)

“아들이랍시고 아버지 이름에 먹칠하는 건 상상할 수도 없다”
정경호│“물이 흘러가는 것처럼 같이 흘러가면 된다” -2
정경호│“물이 흘러가는 것처럼 같이 흘러가면 된다” -2
정경호│“물이 흘러가는 것처럼 같이 흘러가면 된다” -2
정경호│“물이 흘러가는 것처럼 같이 흘러가면 된다” -2
이걸 물어본 건, 작품 활동 외의 영역에서 연기의 깊이를 어떻게 만들어갈지 궁금했던 거다.
정경호 : 나는 공부를 좀 더 하고 싶다. 어떤 방식이든지. 여태 연기를 위해 공부를 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책도 많이 읽고 싶고, 읽어야 되고, 여행도 많이 다니고 싶다. 여태까지 너무 쉬지 않고 작품으로서만 배워왔는데 그 외의 것들도 많이 배우고 해야 될 것 같다. 영화 에 같이 출연했던 배종옥 선생님을 보면 정말 책도 많이 읽고 공부를 굉장히 많이 하신다. 내가 알고 있는 분들 중 그렇게 아는 게 많은 분이 없는데 그러면서 잘난 척은 절대 안 하시고. 그런 걸 보면 부럽다.

좋은 작품을 많이 보는 것도 좋은 공부가 될 텐데 혹 아버지 정을영 감독의 작품도 챙겨 보나.
정경호 : 물론이다. 다 본다.

어떤가?
정경호 : 재밌다. 너무 좋다. 뭐라 하기 어려울 정도로. SBS 같은 작품을 보면 아버지도 아버지고, 김수현 작가님도 정말 대단하다. 1943년생이신데 어떻게 그런 이야기를 만드는지. 노력을, 고민을 많이 하시는 거 같다. 부럽다.

그런 대단한 어른들이 곁에 있다는 것이 연기자로서의 정경호에게 어떤 의미일까.
정경호 : 내가 이 일을 하게 되면서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 아버지다. 대단하신 분인 것 같고, 아들이랍시고 아버지 이름에 먹칠하는 건 상상할 수도 없다. 하지만 먹칠하지 않으려고 현장에서 잘하려고 하는 건 아니다.

스타가 되고 싶은 것도 아니고 아버지의 영향에 좌우되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본인을 연기하게 만드는 가장 큰 동력은 뭔가.
정경호 : 아무래도 작품을 보면 아픔이 있거나 성공하지 못한 이들의 이야기가 더 재밌다. 그런 걸 연기로서 살아보며 느끼고 싶다. 나라면 어땠을까. 그렇게 캐릭터에 다가가고 삶을 표현하는 과정이 좋다.

글. 위근우 eight@
사진. 이진혁 eleven@
편집.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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