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곡이 하루에도 수십 개씩 쏟아지는 시대에 단 하나의 곡으로 인상을 남기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지만 래퍼 지올팍(Zior Park)의 첫인상은 강렬함을 넘어 충격이었다. 지올팍을 처음 알게된 건 마미손이 이끄는 크루 뷰티풀 노이즈(Beautiful Noise)의 단체곡 ‘Noise’를 통해서였다.
‘Noise’는 시작부터 독특함으로 흥미를 자아낸다. 지올팍은 마미손, 김승민, 원슈타인과 그 독특한 분위기를 이어가다 전개를 뒤집어버린다. 쾌감을 주는 반전이다. 지올팍의 반전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한 편의 호러물처럼 만들어진 ‘Noise’의 뮤직비디오는 ‘Chuck Bluman’이란 또 다른 예명을 쓰는 지올팍이 연출한 것이다. 청각과 시각에서 모두 쾌감을 주는 ‘Noise’는 유튜브 뮤직비디오 조회수는 입소문을 타고 60만을 돌파했다.
랩은 물론 프로듀싱, 영상 연출에까지 재능을 가진 지올팍은 지난 3월엔 새 데모 테이프 ‘THUNDERBIRD MOTEL’을 냈다. 지올팍이 새로운 장르를 이끌수도 있겠다란 생각이 들 만큼 색이 확실한 앨범이었다. 팝에 가까운 더블 타이틀곡 ‘CAN’T STOP THIS THUNDER’는그의 넓은 음악 역량을 보여줬다. ‘THUNDERBIRD MOTEL’ 발매 후 만난 지올팍은 완벽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10. 음원 사이트에선 ‘THUNDERBIRD MOTEL’이 정규 앨범으로 분류돼 있지만 앨범 소개엔 ‘THUNDERBIRD MOTEL’에서 발견된 일기를 토대로 한 데모 테이프라고 적혀있다. 10곡이 수록돼 있어 정규 앨범이라고 할 만 한데 데모 테이프라고 한 이유는?
지올팍: 내가 원하는 분위기를 한계 없이 낼 수 있을 때 정규 앨범을 발매하고 싶다는 욕심이 있다. 비주얼에도 초점을 두는 편인데 ‘THUNDERBIRD MOTEL’ 뮤직비디오도 찍고 성에 안 차서 다섯 번을 엎었다. 그래서 촬영했던 영상의 소스만 분리해 유튜브에 리릭 비디오로만 내고 있다.
10. ‘THUNDERBIRD MOTEL’의 전 트랙을 본인과 오하이오 피쉬(Ohio Fish) 단둘이 만들었던데 어떤 사이이고 어떻게 알게 됐나?
지올팍: 오하이오 피쉬는 음악 노예다.(웃음) 여섯 살 어린 내 친동생이랑 동갑이고 되게 친해서 붙어있다 보면 곡이 나오기도 한다. 사운드클라우드에 ‘Benefits’을 올린 후에 오하이오 피쉬가 자기 비트를 보내주고 싶다고 연락을 줬다. 마미손도 나한테 사운드클라우드로 먼저 연락했다.
10. 오하이오 피쉬의 비트를 받아보고나서는 어땠나?
지올팍: 그때도 비트를 내가 다 찍고 있었기 때문에 오하이오 피쉬의 비트가 평범하다고 느꼈다. 그래서 ‘미안한데 내가 다 찍어서 괜찮다’라고 답을 했더니 믹싱 등 도움이 필요하면 말해달라고 했다. 그후에 믹싱을 한번 같이 해보고 작업하다보니 효율적이라고 느꼈다. 이젠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뭔지 잘 안다. 전체적인 분위기나 리듬을 말해주거나 톱 라인만 불러줘도 소통이 잘 된다. 지금도 톱 라인만 모아놓은 곡이 3~40곡 있다.
10. ‘THUNDERBIRD MOTEL’의 수록곡 중에서도 ‘RUN ! DAVID, RUN !’이 돋보였다. 이를 포함해 전 트랙을 들으면 존재하지도 않는 ‘THUNDERBIRD MOTEL’을 경험한 듯한 느낌이 든다.
지올팍: 작년에 정신적으로 힘들어했다. 우울해하면서도 가사를 쓰고 있는 내 모습을 보면서 언젠가 봤던 영화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미국에 흔한 모텔에서 뭔가를 열심히 쓰던 투숙객이 며칠 뒤 변사체로 발견되는 장면이었다. 이 이미지가 좋아서 이야기로 풀어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트로 트랙에서 모텔 청소부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투숙객이 방에서 너무 안 나가니까 무슨 일이 있는지 보러 온 상황이다. 청소부가 문을 열고 들어간 방에서 일기장을 찾았고, ‘THUNDERBIRD MOTEL’의 이야기는 그 일기장에서 시작한다.
마지막 트랙인 ‘LAND’를 들으면 다시 인트로와 연결된다. 우울함과 공허함을 해결하려고 해도 또 반복된다는 걸, 잠깐 좋아지더라도 그뿐이라는 걸 표현하고 싶었다. 또 트랙에 쓰인 비유들이 성경에도 나온다. ‘RUN ! DAVID, RUN !’의 ‘DAVID’는 다윗으로, 나를 다윗한테 비유해서 썼다. 트랙들의 가사는 내 기도 내용이다.
10. 공연 계획은 없나?
지올팍: 공연도 많이 하고 싶다. 공연을 하기 전에는 내 음악과 영상을 같이 각인시키고 싶다. 미국의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Tylor, The Creator)처럼 아트 디렉터다운 느낌을 확실하게 주고 싶은 거다. 언젠간 미국에서 아트 디렉터로 활동하고 싶어서 그간 영상 외에도 ‘Wunderkid’와 같은 다른 뮤지션들의 믹스테이프 커버 디자인도 해줬다.
10. 사운드클라우드에 올렸던 첫 믹스 테이프 ‘BIG BLUE TOOTH’도 반응이 좋았는데 왜 내렸나? 또 그 믹스 테이프의 모든 곡을 알파벳 ‘B’로 시작한 이유는?
지올팍: 발성도 내가 원하는 느낌이 아니었고 랩도 완성되기 전의 모습이라 버려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아까운 멜로디는 몇 개 있어서 분할해 활용할 생각은 있다. 제목 짓기 편하게 ‘B’로 지었다.(웃음)
10. 첫 싱글인 ‘Benefits’을 발매했을 땐 기획사가 ‘filot club’으로 나온다. ‘filot club’은 뷰티풀 노이즈에 합류하기 전 기획사인가?
지올팍: ‘filot club’은 내가 속한 크루고 뷰티풀 노이즈는 마미손의 개인 회사라고 보면 된다. ‘filot club’엔 음악하는 사람, 영상하는 사람들이 섞여 있다.
10. 지올팍 외에도 ‘Chuck Blueman’처럼 또 다른 아이덴티티를 만든 것이 흥미롭다.
지올팍: 척 블루먼은 저예산 뮤직비디오를 선보일 때 쓰는 이름이다. 이젠 ‘Chet Black’이라는 또 다른 아이덴티티를 만들어서 고퀄리티의 명품 같은 영상을 만들 때 쓸 예정이다. 지올팍은 음악을 하고 척 블루먼과 쳇 베이커는 영상을 하는 식이다. 원래 영상을 먼저 시작하고 관심도 많아서 뮤직비디오의 디렉팅과 편집을 다 한다. 지금도 현장을 배우려고 조감독으로도 일을 하고 있다. 10. 음악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지올팍: 음악 스타트업을 차리고 싶어서 20대 초반에 미국 실리콘 밸리를 향해 떠났다. 프로그래머 한 명, 기획자 두 명과 함께였다. 그 과정을 찍어서 독립 영화도 만들자는 목표도 세웠다. 영상도 할 줄 모르는데 패기로 간 거였다. 아이같은 마음에 일만 하러 가는 건 너무 재미없을 거라 생각해서 뉴욕에서 좀 놀다가 샌프란시스코에 들른 후, 실리콘 밸리가 있는 산호세로 가자고 생각했다.
10. 계획대로 됐나?
지올팍: 뉴욕에서 돈을 너무 많이 쓰고 샌프란시스코로 갔는데 그때 쯤이면 와 있어야 할 기획서가 아무리 기다려도 안 왔다. 한국에 있는 디자이너 친구들이 보내주기로 했는데 잠수를 타 버린 거다. 원래는 기획서를 받고 엔젤 투자자들을 만나 멋있게 보여주는 것이 계획이었는데. 결국 집세를 유지할 수 없는 상태가 돼 차를 타고 한 달간 노숙을 했다. 그때 노숙을 하면서 음악을 해야겠단 생각이 든 거다.
10. 어떻게 노숙을 하면서 음악을 해야겠단 생각이 들었나?
지올팍: 당시 빅션이라는 미국 래퍼에게 빠져있었다. 한국에선 절대 차트에서 1등을 못할 노래가 어딜 가든 흘러나오고 있었다. 빅션은 랩만으로 차트 1위를 한거다. 처음으로 ‘저거 되게 멋있는 거구나’라고 느꼈다. 그전부터 힙합을 좋아했지만 래퍼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던 건 그때였다. 빅션의 비트에 가사도 써보고, 한국에 가면 제대로 해봐야겠다고 결심했다.
10. 20대 초반에 미국에 가서 음악 관련 스타트업을 해볼 생각이었다면 그전부터 음악을 많이 좋아했나보다.
지올팍: 마이클 잭슨의 광팬이었다. 마이클 잭슨과 프린스, 브루노 마스의 영상을 매일같이 봤다. 나한테 힙합을 처음 알려준 건 릴 웨인이었다. 릴 웨인의 ‘Tha Carter’ 시리즈를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다 들었다. 이런 게 힙합이구나란 생각을 했다. 10. 앞으로 어떤 음악을 하고 싶은가?
지올팍: 앞으로 하고 싶은 음악을 어떤 장르로 구분지어야 할지 모르겠다. 음악 외에도 하고 싶은 것들이 많다. 다만 사람들이 들었을 때 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희소성은 있지만 대중성이 없는 음악은 하고 싶지 않다. 또 지올팍의 음악을 듣는 것에 대해 자부심이 느껴지도록 하고 싶다.
10.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지올팍: 최종 목표는 다시 실리콘 밸리로 가는 거다. 영상 프로덕션을 세운 후 할리우드에 진출한 후, 궁극적으로는 실리콘 밸리로 가는 것이 로망이다. 음악 사업은 더 이상 하고 싶지 않다.(웃음) 할리우드에선 영화 제작이나 시나리오 작가 일을 하고 싶다. 나만의 새로운 브랜드를 만드는 것도 목표다. 내 롤모델은 영화 ‘찰리와 초콜릿 공장’에 나오는 윌리 웡카다.
10. 그 이유는?
지올팍: 윌리 웡카는 판타지를 팔기 때문이다. 윌리 웡카처럼 누군가의 판타지를 만족시켜줄 수 있거나 그보다 더한 걸 줄 수 있는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 그 브랜드를 위해 필요한 요소엔 음악은 물론 영상, 패션도 있다고 생각한다.
10. 판타지를 팔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 계기는?
지올팍: 내가 원하는 것이 뭔지 생각을 해봤다. 음악을 하는것만으로는 충족이 안될 것 같았다. 슈퍼스타가 되는 것만도 내가 원하는 길은 아닌 것 같았다. 그래서 아직도 원하는 걸 찾고있는 과정에 있다. 한가지 확실히 아는 건 내가 판타지를 팔고 싶다는 거다.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
‘Noise’는 시작부터 독특함으로 흥미를 자아낸다. 지올팍은 마미손, 김승민, 원슈타인과 그 독특한 분위기를 이어가다 전개를 뒤집어버린다. 쾌감을 주는 반전이다. 지올팍의 반전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한 편의 호러물처럼 만들어진 ‘Noise’의 뮤직비디오는 ‘Chuck Bluman’이란 또 다른 예명을 쓰는 지올팍이 연출한 것이다. 청각과 시각에서 모두 쾌감을 주는 ‘Noise’는 유튜브 뮤직비디오 조회수는 입소문을 타고 60만을 돌파했다.
랩은 물론 프로듀싱, 영상 연출에까지 재능을 가진 지올팍은 지난 3월엔 새 데모 테이프 ‘THUNDERBIRD MOTEL’을 냈다. 지올팍이 새로운 장르를 이끌수도 있겠다란 생각이 들 만큼 색이 확실한 앨범이었다. 팝에 가까운 더블 타이틀곡 ‘CAN’T STOP THIS THUNDER’는그의 넓은 음악 역량을 보여줬다. ‘THUNDERBIRD MOTEL’ 발매 후 만난 지올팍은 완벽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10. 음원 사이트에선 ‘THUNDERBIRD MOTEL’이 정규 앨범으로 분류돼 있지만 앨범 소개엔 ‘THUNDERBIRD MOTEL’에서 발견된 일기를 토대로 한 데모 테이프라고 적혀있다. 10곡이 수록돼 있어 정규 앨범이라고 할 만 한데 데모 테이프라고 한 이유는?
지올팍: 내가 원하는 분위기를 한계 없이 낼 수 있을 때 정규 앨범을 발매하고 싶다는 욕심이 있다. 비주얼에도 초점을 두는 편인데 ‘THUNDERBIRD MOTEL’ 뮤직비디오도 찍고 성에 안 차서 다섯 번을 엎었다. 그래서 촬영했던 영상의 소스만 분리해 유튜브에 리릭 비디오로만 내고 있다.
10. ‘THUNDERBIRD MOTEL’의 전 트랙을 본인과 오하이오 피쉬(Ohio Fish) 단둘이 만들었던데 어떤 사이이고 어떻게 알게 됐나?
지올팍: 오하이오 피쉬는 음악 노예다.(웃음) 여섯 살 어린 내 친동생이랑 동갑이고 되게 친해서 붙어있다 보면 곡이 나오기도 한다. 사운드클라우드에 ‘Benefits’을 올린 후에 오하이오 피쉬가 자기 비트를 보내주고 싶다고 연락을 줬다. 마미손도 나한테 사운드클라우드로 먼저 연락했다.
10. 오하이오 피쉬의 비트를 받아보고나서는 어땠나?
지올팍: 그때도 비트를 내가 다 찍고 있었기 때문에 오하이오 피쉬의 비트가 평범하다고 느꼈다. 그래서 ‘미안한데 내가 다 찍어서 괜찮다’라고 답을 했더니 믹싱 등 도움이 필요하면 말해달라고 했다. 그후에 믹싱을 한번 같이 해보고 작업하다보니 효율적이라고 느꼈다. 이젠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뭔지 잘 안다. 전체적인 분위기나 리듬을 말해주거나 톱 라인만 불러줘도 소통이 잘 된다. 지금도 톱 라인만 모아놓은 곡이 3~40곡 있다.
10. ‘THUNDERBIRD MOTEL’의 수록곡 중에서도 ‘RUN ! DAVID, RUN !’이 돋보였다. 이를 포함해 전 트랙을 들으면 존재하지도 않는 ‘THUNDERBIRD MOTEL’을 경험한 듯한 느낌이 든다.
지올팍: 작년에 정신적으로 힘들어했다. 우울해하면서도 가사를 쓰고 있는 내 모습을 보면서 언젠가 봤던 영화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미국에 흔한 모텔에서 뭔가를 열심히 쓰던 투숙객이 며칠 뒤 변사체로 발견되는 장면이었다. 이 이미지가 좋아서 이야기로 풀어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트로 트랙에서 모텔 청소부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투숙객이 방에서 너무 안 나가니까 무슨 일이 있는지 보러 온 상황이다. 청소부가 문을 열고 들어간 방에서 일기장을 찾았고, ‘THUNDERBIRD MOTEL’의 이야기는 그 일기장에서 시작한다.
마지막 트랙인 ‘LAND’를 들으면 다시 인트로와 연결된다. 우울함과 공허함을 해결하려고 해도 또 반복된다는 걸, 잠깐 좋아지더라도 그뿐이라는 걸 표현하고 싶었다. 또 트랙에 쓰인 비유들이 성경에도 나온다. ‘RUN ! DAVID, RUN !’의 ‘DAVID’는 다윗으로, 나를 다윗한테 비유해서 썼다. 트랙들의 가사는 내 기도 내용이다.
10. 공연 계획은 없나?
지올팍: 공연도 많이 하고 싶다. 공연을 하기 전에는 내 음악과 영상을 같이 각인시키고 싶다. 미국의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Tylor, The Creator)처럼 아트 디렉터다운 느낌을 확실하게 주고 싶은 거다. 언젠간 미국에서 아트 디렉터로 활동하고 싶어서 그간 영상 외에도 ‘Wunderkid’와 같은 다른 뮤지션들의 믹스테이프 커버 디자인도 해줬다.
10. 사운드클라우드에 올렸던 첫 믹스 테이프 ‘BIG BLUE TOOTH’도 반응이 좋았는데 왜 내렸나? 또 그 믹스 테이프의 모든 곡을 알파벳 ‘B’로 시작한 이유는?
지올팍: 발성도 내가 원하는 느낌이 아니었고 랩도 완성되기 전의 모습이라 버려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아까운 멜로디는 몇 개 있어서 분할해 활용할 생각은 있다. 제목 짓기 편하게 ‘B’로 지었다.(웃음)
10. 첫 싱글인 ‘Benefits’을 발매했을 땐 기획사가 ‘filot club’으로 나온다. ‘filot club’은 뷰티풀 노이즈에 합류하기 전 기획사인가?
지올팍: ‘filot club’은 내가 속한 크루고 뷰티풀 노이즈는 마미손의 개인 회사라고 보면 된다. ‘filot club’엔 음악하는 사람, 영상하는 사람들이 섞여 있다.
10. 지올팍 외에도 ‘Chuck Blueman’처럼 또 다른 아이덴티티를 만든 것이 흥미롭다.
지올팍: 척 블루먼은 저예산 뮤직비디오를 선보일 때 쓰는 이름이다. 이젠 ‘Chet Black’이라는 또 다른 아이덴티티를 만들어서 고퀄리티의 명품 같은 영상을 만들 때 쓸 예정이다. 지올팍은 음악을 하고 척 블루먼과 쳇 베이커는 영상을 하는 식이다. 원래 영상을 먼저 시작하고 관심도 많아서 뮤직비디오의 디렉팅과 편집을 다 한다. 지금도 현장을 배우려고 조감독으로도 일을 하고 있다. 10. 음악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지올팍: 음악 스타트업을 차리고 싶어서 20대 초반에 미국 실리콘 밸리를 향해 떠났다. 프로그래머 한 명, 기획자 두 명과 함께였다. 그 과정을 찍어서 독립 영화도 만들자는 목표도 세웠다. 영상도 할 줄 모르는데 패기로 간 거였다. 아이같은 마음에 일만 하러 가는 건 너무 재미없을 거라 생각해서 뉴욕에서 좀 놀다가 샌프란시스코에 들른 후, 실리콘 밸리가 있는 산호세로 가자고 생각했다.
10. 계획대로 됐나?
지올팍: 뉴욕에서 돈을 너무 많이 쓰고 샌프란시스코로 갔는데 그때 쯤이면 와 있어야 할 기획서가 아무리 기다려도 안 왔다. 한국에 있는 디자이너 친구들이 보내주기로 했는데 잠수를 타 버린 거다. 원래는 기획서를 받고 엔젤 투자자들을 만나 멋있게 보여주는 것이 계획이었는데. 결국 집세를 유지할 수 없는 상태가 돼 차를 타고 한 달간 노숙을 했다. 그때 노숙을 하면서 음악을 해야겠단 생각이 든 거다.
10. 어떻게 노숙을 하면서 음악을 해야겠단 생각이 들었나?
지올팍: 당시 빅션이라는 미국 래퍼에게 빠져있었다. 한국에선 절대 차트에서 1등을 못할 노래가 어딜 가든 흘러나오고 있었다. 빅션은 랩만으로 차트 1위를 한거다. 처음으로 ‘저거 되게 멋있는 거구나’라고 느꼈다. 그전부터 힙합을 좋아했지만 래퍼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던 건 그때였다. 빅션의 비트에 가사도 써보고, 한국에 가면 제대로 해봐야겠다고 결심했다.
10. 20대 초반에 미국에 가서 음악 관련 스타트업을 해볼 생각이었다면 그전부터 음악을 많이 좋아했나보다.
지올팍: 마이클 잭슨의 광팬이었다. 마이클 잭슨과 프린스, 브루노 마스의 영상을 매일같이 봤다. 나한테 힙합을 처음 알려준 건 릴 웨인이었다. 릴 웨인의 ‘Tha Carter’ 시리즈를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다 들었다. 이런 게 힙합이구나란 생각을 했다. 10. 앞으로 어떤 음악을 하고 싶은가?
지올팍: 앞으로 하고 싶은 음악을 어떤 장르로 구분지어야 할지 모르겠다. 음악 외에도 하고 싶은 것들이 많다. 다만 사람들이 들었을 때 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희소성은 있지만 대중성이 없는 음악은 하고 싶지 않다. 또 지올팍의 음악을 듣는 것에 대해 자부심이 느껴지도록 하고 싶다.
10.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지올팍: 최종 목표는 다시 실리콘 밸리로 가는 거다. 영상 프로덕션을 세운 후 할리우드에 진출한 후, 궁극적으로는 실리콘 밸리로 가는 것이 로망이다. 음악 사업은 더 이상 하고 싶지 않다.(웃음) 할리우드에선 영화 제작이나 시나리오 작가 일을 하고 싶다. 나만의 새로운 브랜드를 만드는 것도 목표다. 내 롤모델은 영화 ‘찰리와 초콜릿 공장’에 나오는 윌리 웡카다.
10. 그 이유는?
지올팍: 윌리 웡카는 판타지를 팔기 때문이다. 윌리 웡카처럼 누군가의 판타지를 만족시켜줄 수 있거나 그보다 더한 걸 줄 수 있는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 그 브랜드를 위해 필요한 요소엔 음악은 물론 영상, 패션도 있다고 생각한다.
10. 판타지를 팔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 계기는?
지올팍: 내가 원하는 것이 뭔지 생각을 해봤다. 음악을 하는것만으로는 충족이 안될 것 같았다. 슈퍼스타가 되는 것만도 내가 원하는 길은 아닌 것 같았다. 그래서 아직도 원하는 걸 찾고있는 과정에 있다. 한가지 확실히 아는 건 내가 판타지를 팔고 싶다는 거다.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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