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유연석 /사진 = 조준원 기자 wizard333@
배우 유연석 /사진 = 조준원 기자 wizard333@
"아, 리타 털이 묻었네요. 이거 제 옷이거든요."

배우 유연석은 인터뷰 중 옷에 묻은 반려견 리타의 털을 털어내며 웃었다. 옷에 묻어있는 반려견의 털. 개털 묻히고 다니는 배우라니, '이건 찐이다' 싶었다. 아기를 키우는 엄마의 옷에 항상 아기의 침 자국이 묻어 있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유연석은 영화 '멍뭉이'(감독 김주환)을 통해 진정한 반려인으로 한 단계 성장했다. 유연석은 '멍뭉이'를 찍으면서 유기견 문제에 눈을 떴고, 실제로 유기견을 입양하면서 영화를 삶에 대입시켰다. 유연석은 2021년 유기견 보호소에서 지금의 반려견 리타를 입양해 현재까지 함께 살고 있다. 버려졌고, 오랜 시간 따뜻한 돌봄을 받지 못했던 리타는 유연석의 손길을 받아 어엿한 '가족'이 됐다. '멍뭉이' 주연 배우 유연석의 진정성이 오롯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인터뷰에서 유연석은 리타 이야기가 나오자 얼굴에 미소를 머금고 '반려인 수다'를 꺼내놨다.

"리타같은 경우는 대형견에 가깝고, 2000마리 가까이 수용했던 보호소에서 왔다 보니까 사람이 여럿 있거나 다른 개들과 있는 걸 싫어했어요. 그게 입양이 안 됐던 조건 중 하나였죠. 도그 파크에도 못 가고 다른 개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게 문제였는데 시간이 지나니까 많이 나아졌어요. 1년 반 정도 정 주고 마음 주고 관리를 해줬어요. 지금은 학교를 보내고 있는데 한 마리씩 친구도 생겼어요. 거기 만나는 친구가 있더라고요. 하하"

반려인 모드를 가동한 유연석은 어머니가 키우는 반려견 '칠봉이' 이야기도 전했다. 유연석의 어머니는 지인이 키우던 강아지가 새끼를 낳았는데, 어미 개와 형제들이 다 죽고 남은 새끼 한 마리를 데려와 '칠봉이'라고 이름을 지었다고. 유연석은 "제가 '응답하라 1994' 찍고 나서였다"며 "상의해서 칠봉이라고 짓게 됐다"며 웃었다.

유연석은 멍뭉이와 사람이 만나 서로 의지하며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을 그린 '멍뭉이'가 단 한 사람의 생각이라도 바꿀 수 있다면 좋겠다고 바랐다. 반려견과 쉽게 관계맺고 쉽게 버리는 사람들, 유기견을 입양하더라도 '잡종'은 싫고 '순종'을 바라는 사람들 등이 '멍뭉이'를 보고 아주 작은 변화라도, 한 걸음의 실천이라도 이뤄낼 수 있다면 영화의 소임을 다했다고 생각한다고.

그는 "유기견이라고 문제가 있진 않다. 단순히 아이들 마다 성격이 다르고, 건강 상태가 다르고, 특징이 다른 것 뿐"이라며 "강아지 분양을 생각하시던 분들이 '멍뭉이'를 보고 유기견을 입양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 같다"고 말했다.

'멍뭉이'를 직접 삶에 녹여낸 유연석이기에 이 같은 말들에 힘과 감동이 있었다. 그의 옷에 묻은 리타의 털이 '멍뭉이'가 만들어 낸 최초의 변화였다.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 wisdomart@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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