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소재 영화 '아들의 이름으로' 주연
"사명감보다는 작품 완성도"
"윤여정 오스카 수상, 뭐라고 축하해도 모자라"
64년간 연기 생활 "영화 자체가 원동력"
배우 안성기 / 사진제공=엣나인필름
배우 안성기 / 사진제공=엣나인필름


"5·18 광주 이야기가 비극적이고 힘들지만 그래서 출연했다기보다 '아들의 이름으로'라는 이 시나리오 자체가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배우 안성기는 5·18 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영화 '아들의 이름으로'에 출연한 이유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이 영화는 1980년 5월 광주에 있었던 오채근(안성기 분)이 아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반성 없는 자들에게 복수하는 이야기. 안성기는 "오채근이라는 한 인물을 따라가면서 진행되는 이야기가 짜임새 있었고 나중에 복수까지 가게 된다는 것도 강렬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5·18 당시 저는 광주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잘 몰랐고 한참 후에야 진상을 알게 돼 미안한 마음이 있다. 대부분 국민이 그랬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영화 '아들의 이름으로' 스틸 / 사진제공=엣나인필름
영화 '아들의 이름으로' 스틸 / 사진제공=엣나인필름
안성기는 이번 영화에 노개런티로 출연했고 투자자로도 이름을 올렸다. 한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배우로서 사명감이 작품 선택에 영향을 미친 것일까.

"이정국 감독에게 출연 제안을 받았을 때도 노개런티라는 걸 알고 있었고, 예전에도 이런 식으로 한 적이 종종 있었기 때문에 '나한테 이럴 수 있나'라는 생각은 전혀 없었어요. 하하. 사명감보다는 작품의 완성도죠. 저예산 영화라도 좋은 작품이면 당연히 해야한다고 생각해요. 대우를 못 받는다고 해서 외면하면 안 되죠. 지금까지도 그렇게 쭉 해왔어요."

1952년생인 안성기는 한국 나이로 70세다. 하지만 고령의 나이임에도 박진감 넘치는 액션을 보여준다. 극 중 군인 출신으로 벨트 하나로 불량 청소년들을 혼내주고 5·18 책임자들에게도 과단하게 죄를 묻는다. 지난해 10월 컨디션 난조와 과로로 병원에 입원까지 했던 안성기는 "지금은 컨디션이 좋다"며 웃어 보였다.

"액션 장면은 잠깐 나오지만 굉장히 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영화에도 중요한 장치로 사용된다고 생각해서 신경 썼죠. 건강은 아주 젊었을 때부터 운동을 계속 해오는 걸로 관리하고 있어요. 몸이 조금이라도 무거워지는 걸 견디지 못하고 항상 운동을 해서 몸무게도 늘 비슷하게 유지하고 있어요."
배우 안성기 / 사진제공=엣나인필름
배우 안성기 / 사진제공=엣나인필름
지난해 '기생충'부터 최근 윤여정까지 아카데미 수상 등 전 세계에서 한국 영화와 한국 영화인들이 인정받고 있다. 한국 영화계의 대배우인 안성기의 감회도 남다를 것.

"영화 하는 사람으로서 자랑스럽고 고마워요. 이번에 윤여정 씨의 수상은 뭐라고 축하해줘도 모자랄 만큼 축하드리고 싶어요. 앞으로도 이런 분위기가 계속됐으면 좋겠어요. 우리 영화인들이 역량은 분명히 있는 것 같아요."

안성기는 차기작에 대해서는 "아직 얘기할 단계는 아닌데 신연식 감독이 준비하는 신작"이라며 "제목도 아직 가제고, 내용은 치매 걸린 딸과 아버지의 이야기다. 독특한 내용이고 이것도 저예산 영화"라고 귀띔했다. 1957년 데뷔해 64년간 연기자로 살아오고도 여전히 연기 활동에 대한 열정이 식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영화 자체가 원동력이죠. 영화의 매력, 영화의 힘이 저로 하여금 계속 하게 했어요. 앞으로도 아마 당연히 계속하게 될 겁니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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