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도 '죽지않는 인간들의 밤' 양선 役
절제된 코믹 연기로 '웃음 폭탄'
오랜 무명 생활, 부모님이 '힘'
"웃겨야 하는 욕심 있다"
절제된 코믹 연기로 '웃음 폭탄'
오랜 무명 생활, 부모님이 '힘'
"웃겨야 하는 욕심 있다"

이미도는 "다른 영화처럼 기승전결이 뚜렷하지 않다. 그런데도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 막힘없이 술술 재미있게 읽었다. 신 감독님 작품이라고 생각하니 온전히 이해가 되더라"며 웃었다. 이미도는 등장부터 웃긴다. 우아하게 계단을 내려오다 삐끗해서 넘어졌다가 아무렇지 않게 도도한 표정을 짓는가 하면, 이내 여고 동창생들을 만나 이미지와 상반 된 전라도 사투리를 퍼붓는다. 코미디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오버스러운 장면인데 이미도는 특유의 자연스러운 연기로 이를 커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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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중 양선은 무명배우다. 이미도는 "처음엔 전직 군인이었다. 감독님 앞에서 20대 무명배우 시절 얘기를 했는데 재미있게 들어주셨다. 그땐 현실의 벽 앞에서 좌절도 했지만 큰 꿈을 꾸고 열정적으로 살지 않나. 아마 양선도 예상치 못한 사건에 휘말려서 위기를 맞지만 무명배우의 열정으로 끝까지 갈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렇게 몰입해 양선을 연기했다"고 했다.
이미도와 더불어 영화에서 '큰 웃음'을 담당하고 있는 양동근과의 케미도 돋보인다. '애증'의 관계인 두 사람의 상황을 지켜보는 것도 볼거리다. 특히 이미도는 개봉 전 열린 기자 간담회에 "학창시절부터 양동근의 '찐팬'"이라고 밝혀 화제가 됐다. 그는 "이번 작품을 함께 하면서 양동근 선배에게 또 한 번 반했다"며 "저희 때(학창시절) 진짜 인기가 많았다. 외모도 제 스타일이었다. 이번에 함께 연기하며 '이 사람은 배우가 될 수 밖에 없는 사람이다', '괜히 한 시대를 풍미한 사람이 아니다'라는걸 느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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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지않는 인간들의 밤'은 마치 대학로 소극장에서 펼쳐지는 소동극을 연상케한다. 빠르게 전개되는 이야기 안에서 예측불허의 상황이 연달아 터진다. 배우들은 카메라 안팎에서 웃음보를 터트렸고, 그렇게 더욱 가까워졌다. 이미도는 "밤에 벌어지는 사건이어서 대부분 야간에 촬영했다. 찍을 땐 힘들었지만, 그만큼 즐겁기도 했다. 배우들끼리 한 얘기인데, 대학교 때 공연 올렸을 때의 추억이 떠올랐다. 현장을 다큐로 찍어서 내보내면 영화만큼 재미있겠다고도 말했다"며 웃었다.
이미도는 앞서 2012년 신정원 감독과 한차례 인연이 있었다. 당시 신 감독이 연출한 '점쟁이들'에 단역으로 출연했다. 당시 이미도는 무명배우였다. 그는 "사실 '점쟁이들' 때가 제일 힘들었다. '날라리 친구2', '종업원' 등 많은 역할을 맡았지만 귀신들린 역을 해야한다고 했을 때 '내가 이런 역할까지 해야하나'라고 심각하게 고민했다"며 "어머니께서 '감독님이 너를 원하는 이유가 있지 않겠느냐'라고 하시더라. 그 말 한마디에 마음을 다 잡았다. 이후에 굉장히 재미있게 영화를 찍었는데 당시 인연이 오늘까지 이어진게 신기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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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도는 "배우로서 정체성을 못 찾았을 때가 있었다. 묵묵히 열심히만 하고 있다가 결혼까지 했다. 결혼 전 상견례 자리에서 시아버님이 '아들이 연예인을 데리고 와서 당황했다'고 말씀 하시자, 우리 아버지가 '미도는 연예인이 아니다. 김혜자 선생님처럼 국민배우가 될 아이다'라고 말씀 하시더라. 그 한 마디가 제 가슴에 딱 박혔다. 그제서야 '그런 배우가 되야 겠다'는 목표가 생겼다"고 말했다.
배우로서 터닝포인트는 언제였을까. 이미도는 "드라마, 영화, 예능 가리지 않고 열심히 활동했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전, 결혼하기 직전에 'SNL 코리아 시즌8'(이하 'SNL8')에 나갔는데 반응이 정말 뜨거웠다"며 "코믹 연기를 워낙 좋아해서 열심히 했고, 제가 출연하게 된 계기부터 무명배우 시절 이야기, 날라리 여고생2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오게 된 이야기를 풀며 눈물도 흘렸다"고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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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도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엄마의 개인생활'이라는 제목으로 독특한 상황을 연출한 게시물을 올려 많은 인기를 끌었고, 아들 '감자왕자'도 덩달아 사랑받았다. '감자왕자가 배우가 되겠다면 어떻게 할 건가'라고 묻자 이미도는 "감자싹이 보이지 않는다"며 센스있게 답했다.

이미도는 "결국 좋은 배우는 좋은 캐릭터를 잘 빚어내서 대중에게 공감을 이끌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저도 그런 배우가 되고 싶다"며 "또한 배우를 오래 하기 위해선 '인간 이미도'로 잘 살아야 한다. 내가 좋아하는 연기를 하기 위해 아무 문제 없이, 사건 사고 없이 잘 살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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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규민 기자 pressgm@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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