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훈, '괴물' 종영 인터뷰
"신하균보며 자극 받았다"
"미스코리아 출신 배우 아내, 고맙고 미안해"
"차기작 정해져, 올해도 열일 예정"
JTBC 금토드라마 '괴물'에서 박정제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최대훈./사진제공=에이스팩토리
JTBC 금토드라마 '괴물'에서 박정제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최대훈./사진제공=에이스팩토리
"'그 사람이 그 사람이었어?' 라는 말을 듣는 게 좋아요. 드라마를 보는데 인물의 전작이 자꾸 생각나거면 이야기 몰입도가 떨어지니까요. 그래서 매 작품 다른 인물로 보이기 위해 노력하죠. 외적, 내적으로 스펙트럼이 넓은 배우라는 말을 듣고 싶어서요."

새로운 '연기 괴물'의 등장이다. 배우 최대훈의 변화무쌍한 연기력이 JTBC 금토드라마 '괴물'을 통해 빛을 발했다. 최근 종영한 '괴물'에서 최대훈은 이동식(신하균 분)의 죽마고우이자 문주시 시의원 도해원(길해원 분)의 아들, 문주 경찰서 수사 지원팀 박정제로 분했다. 그는 박정제의 의중을 파악할 수 없는 의문스러운 면모부터 모든 사실이 밝혀진 이후 혼란에 빠진 모습까지 캐릭터의 복잡한 심경을 심도 깊은 연기로 차근히 풀어냈다.

전작 tvN '사랑의 불시착'에서 허술한 재벌가 장남 윤세준 역을 맡아 코믹스러움을, tvN '악의 꽃'에서 강력계 팀장 이우철 역으로 냉철한 카리스마 자아냈던 최대훈의 모습은 말끔히 지워져 있었다.

'괴물'에서 최대훈은 21년 전 이동식 동생 이유연(문주연 분) 사건의 진실에 다가갈수록 짙어지는 혼란과 그가 느끼는 고통을 폭발적인 감정선으로 표현했고, 죄를 덮고 숨기기에만 급급했던 이들과 다르게 스스로 죄를 시인하고 진짜 진실을 찾기 위해 분투하는 열연은 숨 막히는 몰입감을 선사했다.

박정제가 기억하는 이유연 사건의 내막은 이렇다. 이유연 실종 당시 박정제는 그녀와 교제 중이었고 그날 만났다. 어머니 도해원 모르게 문주연과 교제하며 연락을 이어오던 데 불만을 표해 다퉜고, 늦은 밤 이유연은 홀로 길을 나섰다. 술에 취해 있던 박정제는 이유연이 떠난 후 약을 먹었고, 술과 약에 취한 채 운전대를 잡았다. 이후 음주운전으로 도로에 쓰러진 이유연을 차로 쳤다. 술기운과 약기운에 기억을 잃은 박정제는 이유연이 아닌 사슴만을 떠올렸고, 엄마 도해원은 이 사실을 은폐, 박정제를 4년 동안 정신병원에 입원시켰다.

최대훈은 "작품 시작하기 전에 인물, 작품의 소개를 대략 들었는데, 작가님이 일정 부분 외에는 사건의 진실을 모른 상태로 가는 게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고 하더라. 박정제가 해리성 기억상실증이라는 설정이었기 때문에 일부로 필요한 부분들의 정보만 아는 상태로 촬영했다"고 밝혔다.

"기억이 없다는 느낌을 육체적으로 느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이동식이 가졌을 아픔과 박정제에 상황에 대해 이해하려고 했어요. 그것이 정리되고 차곡차곡 쌓인 뒤에는 혼자서 시뮬레이션은 많이 가졌습니다."
배우 최대훈./사진제공=에이스팩토리
배우 최대훈./사진제공=에이스팩토리
'괴물' 속 다양한 악역 중 어떤 결의 빌런을 맡았다고 생각하는지 묻자 최대훈은 "우리가 살면서 모르고 저지르는 실수들, 그게 상대방에게 커다란 상처를 주는 인물들이 있다. 본인은 의도하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는 악한 짓인 거다. 박정제는 그런 부분을 담당하지 않았나 싶다"고 답했다.

최대훈은 박정제 캐릭터가 가진 유약함, 연약함을 표현하기 위해 외적, 내적으로도 신경을 많이 썼다. 그는 "말투는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힘을 빼고 연기했다. 작가님이 박정제의 외관은 피부가 하얗고 키가 크지만 덩치는 크지 않은 미남을 생각했다고 했다. 그런데 나는 남성스러운 외관을 가져서 연기적으로 그것을 감추고자 했다"며 "눈동자의 위치를 많이 생각했다. 어떻게 해야 강한 사람처럼 보이는지, 어떻게 해야 약한 기운을 형성할 수 있는지 관찰하며 내 안에서 끄집어내려 했다"고 말했다.

매회 반전을 거듭했던 '괴물'. 최대훈은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에 대해 "매 엔딩마다 놀랐지만, 연쇄살인마 강진묵(이규회 분)이 사망했을 때 특히 더 놀랐다. 이유연을 처음 자동차로 친 범인이 한기환(최진호 분)이었다는 엔딩도 충격이었다"고 밝혔다.

여진구는 앞서 텐아시아와의 화상인터뷰에서 '괴물' 속 가장 연기해보고 싶은 캐릭터로 박정제를 꼽았다. 최대훈이 연기해 보고 싶었던 '괴물' 속 캐릭터는 누구일까.

"배우라면 새로운 도전을 매번 꿈꾸죠. '괴물' 속 모든 역할들을 다 해보고 싶지만, 지금으로서는 신하균 형님이 연기한 이동식을 연기해보고 싶어요. 정말 외롭고 힘든 역할이거든요. 어렵겠지만 꼭 해보고 싶은 숙제입니다."
배우 최대훈./사진제공=에이스팩토리
배우 최대훈./사진제공=에이스팩토리
최대훈은 '박정제에게 이동식이란?'이라는 질문에 세상과 소통하는 창구라고 답했다. 그는 "정상적으로 성장하지 못한 삶을 산 박정제는 이동식을 좋아할 수밖에 없겠더라. 박정제는 사람 눈도 못 마주치던 소극적인 사람이었는데, 이동식이 박정제를 괴롭히는 사람을 혼내주기도 하고, 세상과 소통하는 기회도 가지게 해줬다"고 말했다.

이어 "최대훈에게 신하균도 그런 존재"라며 "드라마 가장 선두에 서 계셨던 신하균 선배가 촬영 분위기를 잘 잡아줬다. 권위적이지도, 보수적이지도 않았고, 오래된 친구처럼 편안함을 줬다. 얼마나 많이 준비했는지 누구나 알 정도로 노력하니 동생들 모두 형을 보며 자극받았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괴물' 배우들은 코로나로 인해 화상으로 마지막 회를 같이 시청하며 종방연을 가졌다. 이를 제안한 게 최대훈이었다. 그는 "회식은 못하지만 이대로 헤어지긴 너무 아쉬웠다. 그래서 줌을 통해 화상으로 얼굴을 보자고 했다. 나는 딸이 줌으로 유치원 온라인 수업을 들어서 사용 방법을 알고 있었고, 팀원들에게 일일이 가르쳐줬다. 수신 상태에 따라 신호가 늦게 오기도 하고, 소리가 울리기도 해서 손들고 이야기하라고 했다. 그런데 드라마 시작하니까 다들 TV만 보고 이야기를 안 하더라. 드라마가 다 끝나고 다 같이 건배를 하면서 좋은날 다시 만나자고 약속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배우 최대훈./사진제공=에이스팩토리
배우 최대훈./사진제공=에이스팩토리
최대훈은 2015년 미스코리아 출신 배우 장윤서와 결혼했다. 두 사람은 tvN 드라마 '미친사랑'에 출연하며 인연을 맺었고, 이후 장윤서가 최대훈의 대학로 공연을 보러가면서 연인으로 발전했다. 현재 슬하에 딸 한 명을 두고 있다.

최대훈은 장윤서에 대해 "'괴물'이 좋은 평가를 받았을 때 자기 일처럼 좋아했다. 아내는 나보다 더 외향적이다. 내가 더 내향적이고 살림이 더 맞는데 본인이 '오빠가 열심히 사냥해 와. 내가 열심히 살림하고 육아할게'라고 하더라. 장모님이 많이 속상하셨을 것 같다. 그래서 더 잘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장윤서의 복귀 계획을 묻자 최대훈은 "딸이 어느 정도 크면 일을 시키고 싶다. '괴물'을 보며 반성한다고 하더라. 내가 연기를 얕게 했나보다, NG만 안내면 되지 라고 연기했었다고. 그 말에 연기를 하고 싶다는 뉘앙스도 있었던 것 같다"고 답했다.

최대훈은 어떤 아빠일까. 그는 "아이를 좋아한다. 딸하고 장난치는 것도 좋아하고. 와이프가 좀 나갔다와 할 정도로 집에 있는 편"이라고. 가족 예능에 대해서는 "긍정적이지 않다. 아직 저희 딸은 선택하고 책임질 나이가 아니지 않나. 내 판단만으로 딸아이를 허락 없이 사탕발림으로 데리고 나가 예능을 하고 싶지는 않다"고 강조했다.

요즘 가장 큰 관심사를 묻자 최대훈은 "코로나 시국"이라며 "사람하고 사람이 만나지 못하는 이 상황이 비극이고, 너무 불행해진 세상이 된 것 같다. 딸을 보며 피부로 실감한다. 마스크를 쓰고 놀이터에서 놀다니"라고 말했다.
배우 최대훈./사진제공=에이스팩토리
배우 최대훈./사진제공=에이스팩토리
최대훈은 2007년 데뷔 이후 거의 매해 쉬지 않고 드라마와 연극 등에 출연하고 있다. 그는 "연기를 소중하게 대하는 마음이 일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인 것 같다"며 "이렇게 연기를 계속 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큰 행운인지 잘 알고 있다. 세상에 연기 잘하는 배우들은 너무 많기 때문이다. 나 역시 이 행운이 언제 사라질까 불안하기도 하다. 그래서 내 목표는 이순재 선배님처럼 오래오래 연기하는 것"이라고 소망했다.

도전해보고 싶은 장르는 느와르라고. 그는 "예전에는 희극적인 역할을 주로 맡았다가 최근 슈트도 입고, 재벌 역도 해봤다. 스릴러는 이제 막 시작했다. 그래서 느와르 장르도 꼭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올해도 계속 열일 예정입니다. 전에 같이 호흡을 맞췄던 감독님과 촬영 중인 작품이 두 개 있어요, 출연 제의가 오가는 것도 있고요. 남는 시간에는 가족들하고 시간을 많이 보낼 것 같습니다. 하고 싶었던 취미 생활도 조금 해보려고요."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 youyou@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