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혜교 / 사진=텐아시아DB
송혜교 / 사진=텐아시아DB
"K오컬트는 주인공들이 '운명'을 어떻게 대하느냐를 다루는 것 같아요. 운명에 어떻게 대처해가고 연대해 나가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권혁재 감독은 영화 '검은 수녀들'에 담은 메시지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송혜교, 전여빈이 주연한 '검은 수녀들'은 강력한 악령에 사로잡힌 소년을 구하기 위해 금지된 의식에 나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2015년 개봉한 '검은 사제들'(감독 장재현)의 후속작이다. 1편이 544만 명을 동원한 흥행작이었던 만큼 권 감독은 "부담감이 있었지만 프로젝트에 집중했다. '검은 수녀들'만의 개성이 드러날 수 있는 방법이 뭘지 고민했다"며 드라마적 요소에 집중해 연출했다고 밝혔다.

"'숙명을 바꿔 새롭게 변화할 것이냐'는 논제를 깊게 파고들 수 있는 장르가 오컬트라고 생각합니다. '검은 수녀들'은 두 수녀가 운명에 저항하고 깨고 나가려는 순간들을 담은 영화예요. 잘 담기면 관객들에게 울림도 줄 수 있고 오컬트적인 매력도 선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권혁재 감독 / 사진제공=NEW
권혁재 감독 / 사진제공=NEW
'검은 수녀들'에서는 송혜교가 유니아 수녀 역을, 전여빈이 미카엘라 수녀 역을 맡았다. 서로 다른 성격의 유니아와 미카엘라는 힘을 합쳐 악령 들린 소년을 살리겠다는 목표를 향해 나아간다. 송혜교에게는 이 작품이 10여년 만의 스크린 복귀작이기도 하다. 송혜교가 이번 작품의 어떤 점에 끌렸을 것 같냐는 물음에 권 감독은 "유니아 캐릭터가 혜교 씨에게 강한 인상을 줬던 것 같다. '더 글로리' 이후 장르물에 대한 자신감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혜교 씨는 현재에 충실해요. 무언가를 흔쾌히 합니다. 영화에 흡연신이 있잖아요. 비흡연자인데 시네마틱 모먼트를 위해 쿨하게 '연습하겠다'고 하더라고요. 유니아는 준비해야 할 게 많은 캐릭터인데, 매 순간 선택들이 시원시원했다죠. (욕설은) 찰떡같아요. 상대방과 연기에서 호흡을 아주 미세하게 조절하더라고요. 평소에는 조곤조곤 말하는데, 영화에서 욕은 찰지죠. 적당한 수위를 맞춰줬어요."
'검은 수녀들' 스틸. / 사진제공=영화사 집, NEW
'검은 수녀들' 스틸. / 사진제공=영화사 집, NEW
극 중 유니아와 미카엘라는 악령 들린 소년을 구하기 위해 천주교식 구마뿐만 아니라 한국의 무속 신앙, 서양의 점술 도구인 타로카드도 동원한다. 이는 무조건 아이를 살리겠다는 두 수녀의 절박함을 보여준다.

"이 점이 영화에 신선함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타로, 무속 신앙 등의 공통점은 운명을 다룬다는 점입니다. '운명'이 이들을 연결하는 중요한 키워드죠. 어떤 신앙이든 각자의 의식과 관계없이 공통적으로 중요하다고 여기는 부분은 절실한 마음, 치성을 드리는 마음이었습니다. 그 부분을 짚으려고 노력했어요."
'검은 수녀들' 스틸. / 사진제공=영화사 집, NEW
'검은 수녀들' 스틸. / 사진제공=영화사 집, NEW
'검은 수녀들'은 개봉을 앞두고 시사회로 미리 영화를 접한 관객들 사이에서 '여험 논란'이 일기도 했다. '여성의 신체를 비하하는 장면과 대사가 나온다'라는 지적이 나왔다. 권 감독은 "다양한 해석이 나올 수 있고 영화에 대한 모든 의견이 소중하고 존중한다"면서도 여험 의도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민감한 대목인 만큼 이 영화의 제작사인 '영화사 집'도 설명을 보탰다. 영화사 집의 오효진 제작이사는 "악마의 잉태는 고전 오컬트부터 있었던 설정이고, 검은 수녀들은 여성이 악마를 품는다는 것에서 나아가 이를 전복시키는 이야기를 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또한 "악마가 여성의 몸과 병을 빗대어 공격하는 것은, 실제 유니아가 자신의 성별로 겪는 한계와 억압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이 공격을 당하는 수녀가 결국 이를 자신의 방식으로 악마를 무너뜨리는 구조이고, 기존의 구도를 전복하는 이야기에 가깝다"라고 전했다. 권 감독 역시 "이 같은 의도에 동의했고 그것들을 구현하기 위해 함께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부마 과정에서는 특정 신체를 부각하려는 의도는 없었고 유니아를 악랄하게 공격하려는 악마성을 부각하고자 했어요. 그런 비열한 악마를 유니아가 자신의 방식으로 무너뜨리는 결말을 잘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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