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수녀들'과 '하얼빈'이 보여주고자 하는 바는 같아요. 지키고 싶은 무언가를 위해 한 걸음, 한 걸음 헤쳐가는 사람들이 연대하는 이야기죠."
영화계가 부쩍 어렵다는 요즘, 전여빈은 지난해 연말 '하얼빈'에 이어 올 연시 '검은 수녀들'까지 두 대형 작품에 연달아 출연했다. '검은 수녀들'은 544만 명을 동원한 흥행작 '검은 사제들'(2015)의 세계관을 잇는 작품. 강력한 악령에 사로잡힌 소년 희준을 구하기 위해 금지된 의식에 나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오컬트물이다.
전여빈은 "대본을 읽는 순간 두 작품이 같은 뿌리에서 나온, 서로 다른 결의 얘기라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검은 사제들'이 오컬트의 장르적 색채에 충실했다면, '검은 수녀들'은 오컬트인 동시에 사람들의 연대가 돋보이는 드라마입니다. 이런 차이점이 특별하게 다가왔어요. 기꺼이 참여하고 싶었어요. 부담감보다 설레는 마음이 컸죠." 전여빈은 구마(마귀를 쫓음)의 실체를 의심하는 동시에 호기심도 품은 미카엘라 수녀 역을 맡았다. 미카엘라 수녀는 정신의학과 전공의로서 부마(마귀 들림) 증상은 없다는 입장. 하지만 그는 영적 경험을 해본 적 있는 인물로, 의학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현상에 대해 내적 혼란을 겪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전여빈은 구마 사제의 제자인 유니아 수녀(송혜교 분)를 만난다. 미카엘라는 처음엔 유니아를 경계한다. 그러나 '악령에 들린 소년을 살리겠다'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노력하는 유니아를 보며 힘을 보태기로 한다.
이 영화 시나리오에는 미카엘라 역에 대한 지문(인물의 심리 등에 대한 추가 설명)이 많지 않다. 때문에 전여빈은 이 인물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스스로 고민하고 답을 찾아야 했다. 그는 "액션보다 리액션이 중요한 역할이었다"고 미카엘라 연기의 포인트를 설명했다.
"이야기의 흐름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적재적소에서 잘 반응하는 연기를 해야 했어요. 어떻게 하면 이 역할을 잘 할 수 있을까 고민이 깊었습니다. 유니아, 희준이 대결하는 구마 의식 장면에서는 한걸음 떨어진 상황에서 그들을 바라보고, 두려워하고, 결심하고,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합니다. 모든 장면에서 이런 포인트를 찾기 위해 집중하는 것밖에 달리 방도가 없었어요. 간절한 마음으로 동료 배우들의 소리를 듣고 촬영 공간을 이해하려고 했어요." 전여빈은 함께 연기한 송혜교를 향한 존경심, 팬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학창 시절 혜교 선배님의 작품들은 웬만해선 거의 다 봤다. 제 인생 드라마 중 하나가 선배님이 나온 '그들이 사는 세상'이다. 아끼는 드라마다. 이번 작품을 통해 혜교 선배님을 만날 수 있어 기뻤다"고 말했다.
"혜교 언니는 큰 나무 같아요. 들판에 크고 깊게 뿌리 내린 나무요. 둘 다 수다스러운 성격은 아니라서 언니와 현장에서 시시콜콜 잡담을 많이 나누진 않았어요. 하지만 언니의 그늘 안에 있으면 언니가 지켜준다는 편안한 기분을 느꼈죠. 심적으로 많이 의지했어요. 의지하는 마음 덕분에 억지로 노력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케미가 빛날 수 있었어요. 연기할 때 언니 눈을 보면 대사를 치기 전부터 마음이 일렁였어요. 언니 눈도 일렁였죠. 사람이라는 게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마음이 분명 있는 것 같아요."
이번 영화에는 '검은 사제들'의 주인공 강동원이 우정 출연해 힘을 보탰다. 전여빈은 영화에서 등장인물 중 유일하게 강동원을 만난다.
"대본의 이 대목을 보니 기분 좋은 웃음이 나오더라고요. 하하. 동원 선배님은 이번 작품으로 처음 봤어요. 걸어오는데 완벽한 사제복 핏에 감탄하며 바라봤죠. 촬영일에 햇빛도 좋았어요. 기분 좋게 촬영했습니다. 선배님이 지원 사격해준 거잖아요.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전여빈은 배우로서 다소 늦은 나이인 29살에 촬영한 영화 '죄 많은 소녀'를 통해 '슈퍼 루키'로 주목받았다. 이후 드라마 '멜로가 체질'·'빈센조', 영화 '거미집'·'하얼빈' 등을 통해 탄탄한 연기력을 보여주며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 전여빈은 "나는 욕심쟁이인지 다 겪어보고 싶다"며 "운이 닿는 한, 건강이 허락하는 한 차곡차곡 밟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배우로서의 꿈은 배우의 길을 가면서 더 커졌다. 이제는 단지 인기 있는 작품이 아닌, 좋은 작품을 내고 싶다는 생각이 크다. 다양한 인물로 변신할 수 있는 배우, 그것에 충실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할 수 있어서 정말 감사합니다. 좋아하는 분야에서 제가 쓰일 수 있다는 데 감사해요. 배우는 자신이 아무리 준비됐다고 한들 찾아주는 분들이 없다면 그 노력을 어디에 어떻게 쏟아야 할지 알 수 없어요. 방향성을 가질 수도 안착할 수도 없죠. 주어진 오늘에 감사하고, 커다란 행운이 도와주고 있다고 생각해요. 이 행운을 당연한 것이라 여기지 않고, 감사하면서도 들뜨지 않는 겸허한 자세로 하루하루 집중하면서 조금씩 나아지고 싶어요."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영화계가 부쩍 어렵다는 요즘, 전여빈은 지난해 연말 '하얼빈'에 이어 올 연시 '검은 수녀들'까지 두 대형 작품에 연달아 출연했다. '검은 수녀들'은 544만 명을 동원한 흥행작 '검은 사제들'(2015)의 세계관을 잇는 작품. 강력한 악령에 사로잡힌 소년 희준을 구하기 위해 금지된 의식에 나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오컬트물이다.
전여빈은 "대본을 읽는 순간 두 작품이 같은 뿌리에서 나온, 서로 다른 결의 얘기라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검은 사제들'이 오컬트의 장르적 색채에 충실했다면, '검은 수녀들'은 오컬트인 동시에 사람들의 연대가 돋보이는 드라마입니다. 이런 차이점이 특별하게 다가왔어요. 기꺼이 참여하고 싶었어요. 부담감보다 설레는 마음이 컸죠." 전여빈은 구마(마귀를 쫓음)의 실체를 의심하는 동시에 호기심도 품은 미카엘라 수녀 역을 맡았다. 미카엘라 수녀는 정신의학과 전공의로서 부마(마귀 들림) 증상은 없다는 입장. 하지만 그는 영적 경험을 해본 적 있는 인물로, 의학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현상에 대해 내적 혼란을 겪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전여빈은 구마 사제의 제자인 유니아 수녀(송혜교 분)를 만난다. 미카엘라는 처음엔 유니아를 경계한다. 그러나 '악령에 들린 소년을 살리겠다'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노력하는 유니아를 보며 힘을 보태기로 한다.
이 영화 시나리오에는 미카엘라 역에 대한 지문(인물의 심리 등에 대한 추가 설명)이 많지 않다. 때문에 전여빈은 이 인물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스스로 고민하고 답을 찾아야 했다. 그는 "액션보다 리액션이 중요한 역할이었다"고 미카엘라 연기의 포인트를 설명했다.
"이야기의 흐름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적재적소에서 잘 반응하는 연기를 해야 했어요. 어떻게 하면 이 역할을 잘 할 수 있을까 고민이 깊었습니다. 유니아, 희준이 대결하는 구마 의식 장면에서는 한걸음 떨어진 상황에서 그들을 바라보고, 두려워하고, 결심하고,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합니다. 모든 장면에서 이런 포인트를 찾기 위해 집중하는 것밖에 달리 방도가 없었어요. 간절한 마음으로 동료 배우들의 소리를 듣고 촬영 공간을 이해하려고 했어요." 전여빈은 함께 연기한 송혜교를 향한 존경심, 팬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학창 시절 혜교 선배님의 작품들은 웬만해선 거의 다 봤다. 제 인생 드라마 중 하나가 선배님이 나온 '그들이 사는 세상'이다. 아끼는 드라마다. 이번 작품을 통해 혜교 선배님을 만날 수 있어 기뻤다"고 말했다.
"혜교 언니는 큰 나무 같아요. 들판에 크고 깊게 뿌리 내린 나무요. 둘 다 수다스러운 성격은 아니라서 언니와 현장에서 시시콜콜 잡담을 많이 나누진 않았어요. 하지만 언니의 그늘 안에 있으면 언니가 지켜준다는 편안한 기분을 느꼈죠. 심적으로 많이 의지했어요. 의지하는 마음 덕분에 억지로 노력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케미가 빛날 수 있었어요. 연기할 때 언니 눈을 보면 대사를 치기 전부터 마음이 일렁였어요. 언니 눈도 일렁였죠. 사람이라는 게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마음이 분명 있는 것 같아요."
이번 영화에는 '검은 사제들'의 주인공 강동원이 우정 출연해 힘을 보탰다. 전여빈은 영화에서 등장인물 중 유일하게 강동원을 만난다.
"대본의 이 대목을 보니 기분 좋은 웃음이 나오더라고요. 하하. 동원 선배님은 이번 작품으로 처음 봤어요. 걸어오는데 완벽한 사제복 핏에 감탄하며 바라봤죠. 촬영일에 햇빛도 좋았어요. 기분 좋게 촬영했습니다. 선배님이 지원 사격해준 거잖아요.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전여빈은 배우로서 다소 늦은 나이인 29살에 촬영한 영화 '죄 많은 소녀'를 통해 '슈퍼 루키'로 주목받았다. 이후 드라마 '멜로가 체질'·'빈센조', 영화 '거미집'·'하얼빈' 등을 통해 탄탄한 연기력을 보여주며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 전여빈은 "나는 욕심쟁이인지 다 겪어보고 싶다"며 "운이 닿는 한, 건강이 허락하는 한 차곡차곡 밟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배우로서의 꿈은 배우의 길을 가면서 더 커졌다. 이제는 단지 인기 있는 작품이 아닌, 좋은 작품을 내고 싶다는 생각이 크다. 다양한 인물로 변신할 수 있는 배우, 그것에 충실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할 수 있어서 정말 감사합니다. 좋아하는 분야에서 제가 쓰일 수 있다는 데 감사해요. 배우는 자신이 아무리 준비됐다고 한들 찾아주는 분들이 없다면 그 노력을 어디에 어떻게 쏟아야 할지 알 수 없어요. 방향성을 가질 수도 안착할 수도 없죠. 주어진 오늘에 감사하고, 커다란 행운이 도와주고 있다고 생각해요. 이 행운을 당연한 것이라 여기지 않고, 감사하면서도 들뜨지 않는 겸허한 자세로 하루하루 집중하면서 조금씩 나아지고 싶어요."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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