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 시라카미 우즈/사진제공=시라카미 우즈
밴드 시라카미 우즈/사진제공=시라카미 우즈
3인조 밴드 실리카겔의 김건재가 새롭게 꾸린 밴드 시라카미 우즈가 첫 정규 앨범 발매를 앞두고 있다. 이들은 숏폼 위주의 음악 시장에서 긴 길이의 음악을 하려는 소신을 밝혔다.
시라카미 우즈(김건재, Nthonius, 이동현)는 최근 서울 종로구 평창동에 위치한 작업실에서 텐아시아와 만나 밴드 결성부터 첫 정규 1집 'HAEILO'(해일로)를 발매하기까지 이야기를 털어놨다.
밴드 시라카미 우즈/사진제공=시라카미 우즈
밴드 시라카미 우즈/사진제공=시라카미 우즈
시라카미 우즈는 데뷔 이후 첫 정규 앨범 발매를 앞둔 결성 3년 차 밴드다. 하지만 이들에게선 평균 13.3년 연예계 경력에서 비롯된 노련함이 돋보였다. 밴드 실리카겔 김건재, K팝 작곡가 엔소니우스, 이들의 대학 교수였던 프로듀서 이동현은 여유 넘치는 미소와 함께 인터뷰 현장에 나타났다.

이날 김건재는 정규 앨범 발매를 앞둔 소감으로 "필요할 때 꺼내 들을 수 있는 음악이 됐으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이동현은 '해일로'로 밴드에 합류한 소감으로 "직관하던 경기에 선수로 참여한 기분"이라며 "약간의 어색함과 떨림이 나쁘지 않다"고 털어놨다. 엔소니우스는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새로운 여행을 떠나는 것 같다. 몸 갈아 만들었다."라고 말했다.
이들의 인연은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건재는 "벌써 14년 전이다. 서울예대 입학하고 교수님(이동현)과 승원이 형(엔소니우스)을 처음 뵀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러면서 그는 "제 대학 학창 시절은 게임으로 가득 차 있었는데, 어떻게 가까워졌는지 아직도 미스터리다"라고 말했다.
밴드 시라카미 우즈 엔소니우스/사진제공=시라카미 우즈
밴드 시라카미 우즈 엔소니우스/사진제공=시라카미 우즈
엔소니우스는 "사실 둘 다 첫 기억이 없다. 건재한테 제 곡에 드럼 세션을 부탁하면서 친해진 것 같다. 교수님은 수업하면서 항상 스피커에 기대서 삐딱하게 서서 '너희 그래서 어떻게 먹고 살래'라고 잔소리하시던 건 기억나네요. '수업 준비 안 하시나' 생각했다"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를 듣던 이동현은 김건재에 대해 "묘한 독기가 느껴졌었다. 학교에서는 실리카겔에 민수랑 친했는데 건재랑 같이 일하고 친해질 줄은 그땐 몰랐다"고 밝혔다. 그는 엔소니우스를 향해 "처음 보곤 패셔너블한 학생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다나카의 잘생긴 버전 같았달까"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를 들은 엔소니우스는 "14년 전 얘기다. 잘생긴 다나카라니"라며 당혹스러워했고, 김건재와 이동현은 폭소해 현장 분위기를 훈훈하게 만들었다.
밴드 시라카미 우즈 김건재/사진제공=시라카미 우즈
밴드 시라카미 우즈 김건재/사진제공=시라카미 우즈
실리카겔로 밴드 계에 입지를 다진 김건재는 시라카미 우즈를 따로 만든 계기로 '실험'을 꼽았다. 그는 "작업할 때 이것저것 실험하겠다고 정말 난리도 아니었다. 처음에는 음악적으로 풀지 못한 욕구를 풀고자 '설사를 해보자!'면서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쾌변도 아니고 대중적 인기도 얻지 못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러면서 김건재는 "실리카겔과 별개로 배울 수 있는 게 많고, 여기서 배운 내용을 실리카겔에서 쓰고, 또 거기서 배운 것들을 여기서 쓰기도 한다. 그래서 다른 활동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나의 유기적인 활동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저는 아직 제 스타일을 정립하고 있다"며 "밴드 규모에 따라 할 수 있는 실험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저희 셋은 중년 특유의 여유가 있고 고통을 잘 견디는 편이라 음악적으로 미친 실험을 하기 좋다. 재미가 있으니 그 힘으로 질주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또한, 이들은 입을 모아 시라카미 우즈의 활동을 '배설'로 표현했다. 이에 대해 엔소니우스는 "테라피 같은 거다. 저는 K팝을 일로 한다. 같은 음악이지만 하고자 하는 음악이 있어도 마음대로 하기란 어렵다. 건재는 실리카겔로서 풀지 못하는 뭔가를 푸는 느낌, 그런 거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배설하다 보니 우리 곡은 좀 길이가 길다. 비유하자면 아저씨, 꼰대의 잔소리 같은 거다. 아저씨가 되면 말이 길어진다. 그런데 요즘 숏폼 세상에 아저씨처럼 말하면 싫어하지 않나. 남들은 15초를 떠들어도 우린 7분을 떠들고 싶은 거다"라고 말해 웃음을 더했다.

김건재는 엔소니우스의 말에 "제가 전면에 나서서 노래하는 것도 시라카미 우즈에서만 할 수 있는 욕구 해소다"라며 "요즘은 3분짜리 음악도 길게 보는 시대다. 그런데 우린 곡에 과정을 담고 싶다. 언젠가 긴 음악이 사라질 수도 있다. 우린 그저 남겨놓는 거다"라고 덧붙였다.
밴드 시라카미 우즈 이동현/사진제공=시라카미 우즈
밴드 시라카미 우즈 이동현/사진제공=시라카미 우즈
또한, 이날 이동현은 시라카미 우즈가 프로젝트 '벙커 앤 쉘터'의 일환이라고 말해 궁금증을 자아냈다. 그는 "'벙커 앤 쉘터'라는 이름에는 '예술가들이 예술적으로 미쳐서 배설하는 행동을 비밀로 지켜주는 공간'이라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동현은 "아티스트 네트워크를 계속 생각해 왔다. 지금 유행하는 크루보다는 더 확장된 개념이다. 각자 소속감 없이 활동하다가 음악적 욕구를 풀고 싶을 때 누구든 찾을 수 있는 도피처를 만들고 싶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도 이동현은 "시라카미 우즈가 이 프로젝트에 속해 있긴 하지만, 이번 앨범 기준으로는 더 대중 친화적이다. 이 정도면 완전 K팝이다"고 덧붙였다.

시라카미 우즈는 김건재, 엔소니우스 2인조 체제로 2022년 데뷔한 밴드다. 지난 1일 7분짜리 음원 '해' 발매를 기점으로 이동현이 새 멤버로 합류했다. 타이틀곡 '일몰'은 모두가 화려한 현대 사회에서 답을 찾지 못하고 외롭게 헤매는 모든 청춘을 위한 밴드 곡이다.

한편, 시라카미 우즈의 정규 1집 '해일로'는 내달 16일 각종 음원 사이트를 통해 발매된다.

이민경 텐아시아 기자 2min_ror@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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