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텐아시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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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개그맨들이 한가득 모였지만 이름값을 해내지 못했다. 넷플릭스 '코미디 리벤지'는 공개코미디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줬다. 지상파와 달리 수위제한도 없이 자유롭게 개그를 펼쳤으나, 낮은 웃음 타율을 기록했다.

숏폼으로 주목받던 코미디언도, 공개코미디를 해왔던 베테랑 개그맨들도 약한 모습을 보였다. 담배를 물고 19금 멘트 등 공영방송이나 종편에서도 볼 수 없었던 높은 수위의 개그도 통하지 않았다. 규제 때문에 공개 코미디 포맷의 프로그램이 없어졌다는 핑계도 먹히지 않는 순간이었다.

"흑백 요리사를 이길 것"이라고 자신했지만,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지난 15일 공개된 '코미디 리벤지'는 한국 톱10에 들었지만 점점 순위가 하락하고 있다. 28일 기준 '코미디 리벤지'의 순위는 8위로 10위 밖으로 밀려나기 직전이다. 글로벌 톱10에서는 이름을 찾아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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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 리벤지'는 이경규의 왕자를 뺏기 위해 코미디언들이 웃음 배틀을 펼친 프로그램이다. 시즌1 우승팀 이경규와 이창호, 엄지윤, 조훈이 '코미디 로얄' 우승 혜택이었던 넷플릭스 단독 쇼 대신 '코미디 리벤지'를 선택한 것. 시즌1에서 일명 원숭이 교미 개그로 비난을 받은바. 명예를 회복하고자 이를 갈고 돌아온 개그맨들의 쇼에 시선이 쏠렸다.

다만 시작부터 유쾌하지 못했다. '코미디 리벤지' 제작발표회 당일 출연자 이진호의 불법 도박 이슈가 터진 것. 이진호는 본지의 보도로 불법 도박으로 수억대 빚을 진 사실이 밝혀졌다. 넷플릭스 측에선 이진호를 편집하지 않고 품고 가기로 결정했다. 전체 팀전으로 진행되는 프로그램의 구성상 이진호만 편집하기에는 구조적인 제약이 있었기 때문. 막상 공개되고 보니 수고스럽게 따로 편집할 필요도 없을 만큼 이진호의 활약은 미미했다.
사진=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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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라인업은 무색해졌다. 활약하는 개그맨은 손에 꼽았다. 등촌동 레이커스 (김용명, 문세윤, 이진호), 펀치라인 (이용진, 신기루, 신규진), 산딸기 (박나래, 이상준, 황제성) 헬로 길티(김해준, 임우일, 박세미), 집사와 아가씨 (김경욱, 송하빈, 김지유), 잔나비정상 (이선민, 이재율, 곽범) 3인 1조로 6개 팀이 총 3라운드와 최종미션에 걸쳐 우승에 도전했다.

'로스팅 개그'로 점수를 얻는 1라운드는 폭로 잔치였다. 상대방의 약점이나 실수를 유머러스하게 지적하는 로스팅 개그를 이해하고 펼치는 코미디언은 스탠딩 코미디를 주로 하는 송하빈 뿐 그 외에는 그저 상대방을 비난하고 폭로하는 수준으로 개그를 펼쳤다. 1라운드에서 신기루는 담배까지 꺼내 입에 물고 흡연하는 시늉을 했지만 '굳이' 싶다. 맥락 없는 퍼포먼스였다. 억지스러움만 남았다.

라운드가 이어졌지만 '빵'하고 터지는 구간이 없다. 특히 즉흥 코미디를 펼치는 '임프랍 배틀'에서는 박나래, 김용명, 문세윤, 이진호, 이상준, 황제성 등이 노련한 애드리브로 웃음을 자아내기보단 당황해서 허둥지둥하는 모습을 보였다. 프로답지 못했다. 한국 개그맨들 수준이 퇴행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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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맨들이 '코미디 리벤지'를 위해 열심히 준비해온 건 분명하다. 하지만 대중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데에는 역부족이었다. 요즘 개그 트렌드는 현실 밀착형 개그다. 주변에서 볼 법한 상황과 인물의 특징을 잡아 개그 코드를 입혀 웃음을 안긴다. 유튜브에서 인기를 끄는 코미디 채널 '숏박스', '피식대학' 속 부캐, '너덜트' 등 대부분이 이러한 개그스타일이다. '코미디 리벤지' 속에는 현실밀착형 개그 코드보단 무맥락 개그 코드가 더 눈에 띄었다. 시대에 적응하지 못한 구시대의 개그 스타일이었다.

이미 높은 자극에 노출된 시대에 '코메디 리벤지'는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만큼 매운맛 드립이 난무했지만, 'SNL 코리아', 이렇다 할 규제가 전혀 없는 유튜브 콘텐츠의 19금 드립에 익숙해진 대중에게 큰 웃음을 안겨주는 차별 포인트가 되긴 역부족이었다.

공개코미디의 부활 신호탄은 불발됐다. '개그콘서트'는 예전 명성을 찾지 못했고 tvN '코미디 빅리그' 도 폐지된 상황 속 '코미디 리벤지'를 향한 기대의 시선은 실망으로 바뀌었다. 이젠 핑계댈 것도 없다. 개그맨들을 위한 큰 판이 깔렸고, 발을 묶던 수위 규제도 없었다. 오직 개그맨들의 역량 문제다. 행사로 돈을 버는데 급급해 개그맨 본업에 소홀한 것은 아닌지 냉정히 돌아볼 때다. 개그맨의 시대는 여전히 흔들리고 있다.

김서윤 텐아시아 기자 seogug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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