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희진 어도어 전 대표, 그룹 뉴진스, 하이브 사옥/사진=텐아시아사진DB, 어도어, 하이브 제공
민희진 어도어 전 대표, 그룹 뉴진스, 하이브 사옥/사진=텐아시아사진DB, 어도어, 하이브 제공
민희진 어도어 전 대표의 사내이사 재선임되면서 어도어와 민 전 대표의 불편한 동거가 이어지고 있다. 어도어는 민 전 대표를 믿을 수 없다면서도 사내이사 재선임을 추진했다. 민 전 대표는 총괄 프로듀서 직을 맡지 않겠다고 했지만 뉴진스 업무는 놓지 않고 있다. 양측 모두 입장과 실제 행동이 다른 모양새다. 무슨 이유 때문일까.
민희진 어도어 대표, 하이브 사옥/사진제공=어도어, 하이브
민희진 어도어 대표, 하이브 사옥/사진제공=어도어, 하이브
지난 17일 어도어는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내달 1일 사내이사 임기 만료를 앞둔 민 전 대표를 사내이사로 재선임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어도어는 지난 11일 열린 의결권 행사 관련 가처분 소송 심문기일에서 민 전 대표 측에 약속한 부분을 지켰다.

심문기일 당일 어도어 측은 "채권자(민 전 대표)의 사내이사 선임에 대해 찬성하는 입장이 명확하며 프로듀싱 권한도 5년간 유지하게 했다. 뉴진스 전속계약 만료시한까지 동일한 업무를 하게 한 상태"라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이들은 "사내이사 선임안건에 대해 찬성의결권을 행사하라는 게 채권자의 입장이고, 채무자(어도어)는 찬성한다는 의결권 위임장 의견서도 제출했다"고 재차 강조했다. 재판부의 요청으로 조서에까지 해당 내용을 남겨두면서 사내이사 재선임을 약속했고, 실천에 옮겼다.

어도어가 그간 언론 및 법적 대응을 하면서 민 전 대표의 배신행위와 배임 정황으로 그를 믿을 수 없다고 호소했던 것과는 상당히 대비되는 모습이다. 일부 대중들은 "믿을 수 없다면서 일은 왜 시키냐"며 "대표이사직은 안 주고 사내이사로만 두는 게 이상하다"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업계 관계자들은 그룹 뉴진스의 향후 활동에 지장을 주지 않는 것이 어도어 측의 최우선 과제이기 때문에 내린 결정일 것이라고 보고 있다. 나아가 뉴진스 멤버들이 민 전 대표 및 그의 측근과 업무를 지속하고 싶은 의지를 라이브 방송 등을 통해 피력했던 만큼, 여론을 고려해서라도 아티스트의 의지를 꺾기란 어려울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어도어 입장에서는 민 전 대표를 얼마나 신뢰하는지보다도 아티스트의 활동 지속이 더 중요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이브 측은 이에 대해 "어도어 이사회의 경영적 판단을 존중해 사내이사로 재선임했다"면서도 민 전 대표의 현 업무 지위에 관해서는 "프로듀서 계약 및 R&R에 대해선 확인해드릴 수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또한, 업계 관계자들은 어도어가 민 전 대표의 대표이사 복귀를 일관되게 반대하는 이유에 대해 그간 어도어가 밝혔듯 권력 쏠림 현상을 막기 위해 제작과 경영을 분리하려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뉴진스/ 사진 제공=어도어
뉴진스/ 사진 제공=어도어
총괄 프로듀서 직 관련 계약 조항에 불만을 제기하며 서명하지 않았던 민 전 대표는 어도어에서 뉴진스 프로듀싱 업무를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당시 그는 사내이사 직위 유지가 불투명한 데다, 독소조항으로 인해 어도어가 제시한 프로듀싱 업무위임계약서에 서명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렇기 때문에 그가 현재 뉴진스 업무를 지속한다는 소식은 의아함을 남긴다.

이러한 민 전 대표의 행보 역시 뉴진스의 활동 지속을 위한 것을 보인다. 그는 지난 16일 한 일본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현재 프로듀서도 대표이사도 아니다"라며 "사내이사 권한만으로는 애매한 상황이지만, 그동안 (뉴진스와) 진행해 온 기획은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 전 대표는 본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뉴진스와 함께하기로 한 계획이라고 밝혔다.

민 전 대표의 사내이사 재선임이 확정된 지금, 그가 다시 총괄 프로듀서로서 계약을 맺고 활동에 복귀할 가능성도 있다. 이에 대해 민 전 대표 측은 가처분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별도 공식 입장을 내놓기 어렵다고 밝혔다. 다만, 사내이사 재선임 후 별도로 어도어와 상의 된 바는 아직 없지만 향후 논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반대되는 입장을 펼치며 법정 공방을 잇고 있지만 단 하나의 공통된 목적이 있다. 바로 '뉴진스의 원활한 활동 유지'다. 갈등을 겪으면서도 어도어는 민 전 대표가 회사에 남아있도록 사내이사 재선임을 했고 민 전 대표는 회사를 떠나지 않고 뉴진스 업무를 잇고 있다. 공통된 목적 달성을 위해 어도어와 민 전 대표는 외부에서 보기에 다소 모순적일 수 있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민경 텐아시아 기자 2min_ror@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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