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나지 않고 둥글둥글한 장도연의 입담
데뷔 16년차 개그우먼 장도연의 진행력
데뷔 16년차 개그우먼 장도연의 진행력

2007년 KBS 22기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한 개그우먼 장도연은 딱 풀꽃 같은 매력을 지녔다. 데뷔 16주년을 맞은 장도연은 언뜻 보기엔 강렬한 색깔이 없어 지나치기 쉽지만, 무해하고 은은하게 빠져든다. 혹자는 장도연을 두고 무색무취라고 칭할 수도 있다. 과거 장도연 역시 강렬한 색깔을 내뿜지 않는 본인을 두고 이렇게 지칭한 적이 있다. 하지만 나태주 시인의 '풀꽃'처럼 장도연은 오랜 시간 대중의 곁에 머물면서 자신의 색을 전하고 있다.

1명에서 많게는 3명 정도의 게스트와 만나 작품의 비하인드와 최근 근황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살롱드립2'는 MC로서 장도연의 장기가 가장 잘 드러나는 프로그램이다. 격하게 몸을 움직이지도, 여러명의 MC가 있지 않은 소규모의 토크쇼에서 중요한 것은 얼마나 인터뷰이(interviewee)와 소통할 수 있느냐다. 평소 예능 출연이 잦지 않은 배우들의 경우, 카메라 시선부터 어떤 이야기를 꺼내야 하는지를 어려워하는 상황도 종종 있기 때문이다.

'케미 여신'이라는 수식어로도 불리는 장도연은 지난 12일 '살롱드립2'에 출연한 배우 손석구와 함께 솔직담백한 입담으로 대중들을 사로잡았다. 영화 '댓글부대'(감독 안국진) 홍보차 출연한 손석구는 인생 드라마 '모래시계'(1995)부터 '순풍산부인과'(1998)에 이르기까지 유년 시절을 언급하며 장도연과 이야기를 나눴다. 무엇보다 영화 '재방송'(2021)의 연출을 맡기도 한 손석구에게 장도연은 다음 차기작을 물었고, 이민자들의 이야기를 쓴다던 말에서 유년 시절로 물꼬가 트였던 것. 평소 장도연이 이상형이라고 밝히기도 했던 손석구는 달달한 분위기를 보여줬고, 해당 영상은 238만 조회수(3월 13일 기준)를 기록했다.

그런가 하면, 개그우먼 안영미가 출산으로 하차한 '라디오스타'의 빈자리를 채우기도 했다. 2023년 9월 20일부터 '라디오스타' 첫 녹화를 한 장도연은 "'라스'가 최장수 토크쇼 프로그램으로서 2007년에 시작했다더라. 아주 놀라운 운명을 말씀드리자면 저도 2007년 방송에 데뷔했다. 데뷔 동기로서 제가 많이 모나지 않게 잘 스며들어서 열심히 잘 해보겠다"라는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그 포부처럼 장도연은 몇차례 교체된 MC 자리를 잘 버티고 있다.

이에 장도연은 "이게 약간 고민도 있었다. 딱 뭐가 없다. 19금이라고 하자니 그쪽으로 특화되어있지도 않다. 그것도 능력이다. (안)영미 선배는 유쾌하고 선을 잘 타는데 저는 그 정도는 아니고 (박)나래 선배만큼의 파이팅이나 에너지도 없고 (김)숙 선배처럼 '저 언니 너무 멋있다' 할 정도로 포스도 별로 없다. 그거에 대한 고민을 너무 많이 했다"라고 말했다. 이 말을 들은 이경규는 "너의 캐릭터는 티키타카다. 누구하고 티키타카를 해도 되는 개그우먼이다. 19금 이런 거 하지 마라.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오프라 윈프리가 될 수 있는 사람이 너다"라고 말했던 것. 아마 이경규가 장도연을 오프라 윈프리로 칭한 이유는 이 때문일 것이다.

그간 장도연의 모습을 돌아보면, 174cm의 큰 키에 장신 캐릭터로, '개콘'에서 박나래와 '패션넘버5(패션 no.5)' 코너를 이끌며 엽기적인 패션을 선보였고, '코빅' 속 개그맨 양세찬과 현실감 넘치는 커플 연기 등등 다양한 코너와 프로그램에서 자신만의 인장을 남겼다. 이제는 MC로, 인터뷰어로 대중들을 만나는 장도연은 약점을 장점으로 바꿀 줄 아는 능력이 빛난다.
이하늘 텐아시아 기자 greenworld@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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