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KBS2 '고려거란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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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원의 까까오톡》
까놓고, 까칠하게 하는 오늘의 이야기.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가 연예계 이슈를 까다로운 시선으로 비판합니다.



KBS2 대하드라마 '고려거란전쟁'이 다음주 마지막 방송을 앞두고 있다. 32부작인 '고려 거란 전쟁'이 3회분만 남은 가운데, 뒤늦게 귀주대첩이 묘사된다. 역사 왜곡 논란으로 시끄러웠던 '고려 거란 전쟁'이 의미도 재미도 제대로 담지 못한 마지막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지난 2일 방송된 '고려거란전쟁' 29회에서는 역도들을 처단하는 데 성공한 현종(김동준 분)이 본격적으로 거란과의 전쟁을 준비했다. 상원수로 임명된 강감찬(최수종 분)은 거란군이 압록강을 넘자 출정을 명령했다.

'고려거란전쟁'은 방영 초기 시청자들에게 주목 받았다. 관용의 리더십으로 고려를 하나로 모아 거란과의 전쟁을 승리로 이끈 고려의 황제 현종과 그의 정치 스승이자 고려군 총사령관이었던 강감찬의 이야기를 담는다는 점에서다. 조선시대 위주의 사극이 많았던 바, 고려시대와 현종, 강감찬 등 고려의 이야기를 조명한다는 점에서 시청자들의 기대를 받았다.
사진제공=KBS2 '고려거란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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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방송 중반부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였다. 17화에서 현종(김동준 분)과 강감찬(최수종 분)의 갈등은 극한으로 치닫는 모습, 18화에서 현종이 낙마해서 쓰러지는 모습 등은 역사적 사실과도 맞지 않는 데다 극 중 개연성도 부족하는 비판을 받았다. 25~26화에서 무신의 난은 실제와 달리 과장되게 묘사했다. 무신들이 연회에서 황제에게만 쓸 수 있는 '만세'를 외치거나 궁안에서 황제의 여인인 궁녀를 희롱하는 장면 등은 무신 비하에 가깝다는 시청자 의견이다.

원정왕후를 묘사하는 데 있어서도 왜곡이 심각하다. 실제 역사에서 원정황후는 현종이 가장 총애한 아내이자 정비였고, 사후에도 큰 예우를 받았다. 하지만 드라마에서는 현종의 정책을 사사건건 방해하고 질투에 눈이 먼 여인으로 둔갑시켰다. 심지어 반란에 가담하는 모습으로도 그려졌다.

무엇보다 후반부 강감찬의 비중이 적고 반역자 역할인 박진의 비중이 너무 높단 점이 극을 지루하게 만든 원인으로 꼽혔다. 고려거란전쟁이 아니라 '고려궐안전쟁'이냐는 비아냥까지 따랐다.
사진제공=KBS2 '고려거란전쟁'
사진제공=KBS2 '고려거란전쟁'
'고려거란전쟁'이라는 제목이 무색하게 전쟁 서사도 빈약했다. 3차 여요전쟁, 귀주대첩은 드라마 종영 때가 돼서야 뒤늦게 시작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또한 2차 여요전쟁 이후 많은 분량이 고려 내부 분열과 권력 다툼에 초점이 맞춰져 그려졌다.

대하 사극 맛집이라 불렸던 공영 방송 KBS에 시청자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어쭙잖은 각색, 허술한 고증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한 '고려거란전쟁'의 마지막을 시청자들은 예의주시하고 있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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