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아의 세심》
무분별하게 양성되는 AI 커버곡
정작 원곡 당사자, 목소리 이용당한 가수는 운다
엔터사 "저작권 침해 처벌 애매해"
태연 백현 정국 / 사진=텐아시아DB
태연 백현 정국 / 사진=텐아시아DB
《김세아의 세심》
김세아 텐아시아 기자가 연예계 이슈를 '세'심하고, '심'도있게 파헤쳐봅니다.

유튜브 알고리즘을 따라가다 보면 꼭 마주치는 영상이 있다. 가수들의 목소리를 활용한 AI 커버곡 영상이다. 어떤 노래든, 가수가 누구든 AI 기술 하나면 마치 그 가수가 부른 것처럼 노래를 들을 수 있지만 당사자인 가수들은 반기지 않는다.

AI 커버곡은 해당 가수가 실제로 부른 건 아니고 AI가 가수의 목소리를 학습해 만들어낸 음악이다. 최근 유튜브에서 브루노 마스가 부른 뉴진스의 '하입보이' 라던지, 임재범의 목소리로 부르는 아이유의 '좋은 날' 등의 음원이 인기를 끌었다. 인공지능을 이용한 기술이기에 실제로 가수가 부르지 않았더라도 비슷하게나마 즐길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

이러한 점 덕에 팬들은 가수가 실제 가창하지 않았더라도 자기가 듣고 싶은 아티스트의 목소리로 원하는 노래를 들을 수 있었다.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몇 유튜브 채널에서는 따로 신청을 받는 등 AI 커버곡을 다량으로 양산하기도.
/ 사진=SM엔터테인먼트 제공
/ 사진=SM엔터테인먼트 제공
AI 커버곡으로 화제를 모은 곡도 있었다. 대표적인 예로 태연의 'To.X'를 꼽을 수 있다. 태연의 'To. X'는 감각적인 기타 리프와 리드미컬한 멜로디가 조화를 이룬 R&B 곡으로, 상대방이 자신을 통제하고 있음을 깨닫고 관계의 끝을 알리는 내용을 담은 곡이다. 태연의 'To. X'를 다양한 아티스트의 목소리로 AI 커버한 곡들이 트위터와 유튜브 등에서 화제가 되면서 원곡 역시 음원 차트에서 상위권을 차지할 수 있게 된 것.

이렇듯 AI 커버로 화제를 모으고 원곡에 관심이 쏠리기도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가수들은 반기지 않는 모양새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AI 커버곡이 다량으로 양산됨으로써 원곡 훼손의 이유와 저작권 침해 등의 이유로 속상해하는 가수들이 많다"며 비화를 전했다. 이에 따르면 무분별하게 생성되는 AI 커버곡이 가수의 원곡을 망치고 이와 관련한 저작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는 것.

저작권과 관련해 AI 음원을 게시한 유튜브 채널에서는 '해당 음원은 수익이 창출되지 않는다'라고 명시해뒀지만 수익 창출여부와 무관하게 원곡자의 동의 없이 음원을 가공해 배포했기에 저작권을 침해하는 행위다. 원곡자인 가수와 목소리를 이용당한 가수 모두에게 저작권이 문제가 된다.
/ 사진=유튜브 캡처
/ 사진=유튜브 캡처
다만 음원의 경우 저작권 표시를 명확히 한 경우에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라이선스 표시를 제대로 한다면 음원 권리자에게 보상이 가는 구조이기 때문. 허나 현행법 상 목소리 자체에는 저작권이 없어서 문제가 된다. 가수 고유의 특성이 담긴 목소리를 창작물로 인정하지 않기에, 이에 대한 권리는 아직 법으로 규정되지 않았다.

이렇듯 AI 커버곡과 관련해 처벌할 수 있는 법률과 막상 처벌한다고 해도 저작권 침해에 저촉하지 않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엔터사 역시 골머리를 썩고 있다. 가요계 관계자는 "회사에서도 AI 커버곡과 관련해 저작권 침해권을 적용시킬 수 있는 법을 찾고 있지만 마땅치 않다"면서 "저작권 침해로 처벌하기 어렵다. 또한 저작권으로 인정되는 부분이 다르기 때문에 막을 수 있는 방법도 애매한 상태"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뉴진스 / 사진=어도어 제공
뉴진스 / 사진=어도어 제공
무분별한 AI 커버에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이하 한음저협)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가 생성형 AI 콘텐츠 표기 의무화법 도입을 위한 국회 공청회를 개최했다. 한음저협 측은 "저작자들이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투자한 콘텐츠가 정당한 대가 없이 오·남용되지 않도록 선제적·예방적인 입법 대응이 필요하다"라면서 이번 공청회를 통해 AI 콘텐츠와 관련한 저작권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한순간 듣는 즐거움 때문에 많은 이들이 저작권으로 울고 웃고 있다. 원곡의 주인과 목소리를 이용당한 당사자가 반기지 않는다면 듣는 즐거움이 무슨 소용일까. 하루 빨리 관련 법이 마련돼 지식재산권 보호가 강화되길 바라는 목소리가 많다.

김세아 텐아시아 기자 haesmik@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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