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사제들'·'사바하' 장재현 감독의 신작 '파묘'
"어렸을 적 이장 목격 경험에서 아이디어 얻어"
기독교인이지만 "무속신앙에 관심 多"
"무서운 공포영화 싫어"
"어렸을 적 이장 목격 경험에서 아이디어 얻어"
기독교인이지만 "무속신앙에 관심 多"
"무서운 공포영화 싫어"
"'무속신앙 피날레'를 하고 싶어서 아껴뒀던 아이디어를 '파묘'에 쏟아냈습니다."
'검은 사제들', '사바하' 등으로 한국 영화계에 오컬트 장르를 개척했다는 평을 받는 장재현 감독이 신작 '파묘'를 내놨다. 22일 개봉한 '파묘'는 거액의 돈을 받고 수상한 묘를 이장한 풍수사와 장의사, 무속인들에게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을 담은 오컬트 미스터리 영화. 장 감독은 동양 무속신앙, 풍수지리, 음양오행을 소재로 K오컬트의 정체성은 챙기면서 '검은 사제들', '사바하'에 이은 장재현표 오컬트 세계관을 완성했다. '사바하'를 끝날 때쯤 이번 작품의 아이디어를 떠올렸다는 장 감독은 "사전 조사 겸 시나리오 작업을 2년 반 정도 했다"고 밝혔다.
"처음에는 하드한 호러영화로 기획했어요. 그런 와중에 코로나가 터졌어요. 마스크를 끼고 어렵게 극장 가서 영화 보는데, 답답하고 싫더라고요. 극장에서만 볼 수 있는 화끈하고 체험적인 영화를 만들어보자, 방향을 바꿨죠. 심지어 주인공도 바뀌었어요. 돌아보니 제 영화가 다 그렇더라고요. 어차피 결국 이렇게 됐을 거 같기도 해요. 하하. 전문가들이 어떤 사건을 해결하고 파헤쳐 가는 구조죠." 장 감독이 영화의 아이디어를 얻은 건 어릴 적 이장하는 모습을 목격했던 경험에서다. 어릴 적 자주 놀던 뒷산의 한 묘가 있었는데, 어느 날 사람들이 그 무덤을 이장하는 모습을 봤다고 한다.
"무덤에서 사람들이 제사를 지내고 무속인이 굿을 하고 땅을 파는데, 너무 충격이었죠. 그 흙냄새부터, '뭐가 나올까' 궁금증까지. 100년 된 다 썩은 관을 사람들이 줄에 묶어서 끌어올리는데, 복합적 감정이 들어요. 궁금하기도 하고, 관 안을 보고 싶지 않으면서도 보고 싶고…. 그런 이상한 감정들이요."
장 감독의 작품에는 꾸준히 종교가 등장했다. '사바하'는 토속적 색채를 가미해 창작했고 주인공은 목사에 사이비 종교가 소재로 사용됐다. '검은 사제들'의 주인공은 가톨릭 사제이고, 퇴마하는 장면도 등장한다. '파묘'에서는 주인공들이 굿판을 벌이고 이장을 하는 등 동양 무속신앙과 관련된 장면들이 등장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장 감독은 기독교인이다. 무속신앙에 관심이 많은 장 감독은 여러 무속인과 친분이 있다고 한다.
"'검은 사제들' 때부터 저는 무속에 푹 빠져있었어요. 무당인의 아이덴티티로 두 사제의 이야기를 풀어나갔죠. 그게 제 작가적 의도였어요. 그때부터 많은 무속인을 만났고, '사바하' 때도 그랬죠. '사바하'에도 귀신은 안 나와요. 영적이면서 애매모호한 종교적 존재가 등장하는데, 초자연적 현상이죠. 풍수사, 장의사 등도 지질학자 같은 과학자의 측면으로 살펴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장 감독은 오컬트 영화의 대가로 불리지만 공포영화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긴장감을 좋아한다"며 "무섭게 찍기보다 신비롭게 표현하려고 했다. '귀신 잡으러 가자'고 하면 쉬워질 거 같았다. 그런 영화를 만들고 싶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전 공포영화의 무서움, 답답함을 좋아하지 않아요. 공포영화가 극장에 나오면 안 봐요. 뒷맛이 개운하지 않죠. 하하. 이번에 베를린영화제에 초청받아 갔다가 제 작품을 다 봤다는 외국인 기자를 만났어요. 그로테스크한 신비로움이라고 표현하더라고요. 제가 좋아하는 게 이런 거구나 싶었죠. 이번에는 동아시아적인, 그로테스크한 신비로움에 몰두하지 않았나 싶어요." 이번 영화에서 풍수사 상덕 역의 최민식, 장의사 영근 역의 유해진, 그리고 무당 역의 김고은, 이도현의 연기 앙상블은 영화의 몰입도를 한껏 높여준다. 김고은은 굿하는 장면을 실제 무당에 버금가는 집중도로 소화해냈다. '신들린 연기'를 보여주는 것. 장 감독은 김고은에 대해 "그 나이대에 어려운 역할인데, 베테랑 배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김고은밖에 대안이 없었다"고 극찬했다. 또한 "'사바하' 뒤풀이 때 봤는데 한눈에 반했다. 감독으로서 매력을 느꼈다. 이제 연륜도 생겼고 무르익었다고 생각했다. 진짜 전성기가 오겠구나 싶었다. 김고은을 생각하며 시나리오를 썼다"고 밝혔다.
장 감독은 최민식에 대해서는 "모자를 눌러쓰고 다니지만 두메산골에서도 다 알아보는 배우다. 한국에서 제일 유명한 사람이지 싶다"면서 웃었다. 이어 "한번은 선배님 어깨를 걸어줘야 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조명도 바꾸고 해야 해서 선배님이 그걸 찍으려면 6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거다. 다들 얘기하지 말라고 말렸지만 조심스럽게 말씀드렸더니 흔쾌히 승낙했다. '작품에 필요하니까'가 이유였다. 작품에 임하는 태도가 신인 배우다. 현장에 와서 대본을 보거나 하는 일도 없을 만큼 이미 완성된 상태로 촬영장에 온다"라고 치켜세웠다.
'파묘'는 올해 개봉한 한국 영화 가운데 가장 많은 사전예매량을 기록했다. 37만 장에 육박하는 것. 흥행을 기대할 법도 하다.
"감사한 일이죠. 흥행을 기대합니다. 하하. 사실 제 흥행은 모르겠고, 영화계가 잘 됐으면 좋겠어요. 보통 감독들이 다른 작품들을 많이 응원하진 않아요. 하하. 그런데 요즘은 다 응원합니다. 요즘 나오는 한국영화들, 극장 가서 다 보고 있어요. 하하."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검은 사제들', '사바하' 등으로 한국 영화계에 오컬트 장르를 개척했다는 평을 받는 장재현 감독이 신작 '파묘'를 내놨다. 22일 개봉한 '파묘'는 거액의 돈을 받고 수상한 묘를 이장한 풍수사와 장의사, 무속인들에게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을 담은 오컬트 미스터리 영화. 장 감독은 동양 무속신앙, 풍수지리, 음양오행을 소재로 K오컬트의 정체성은 챙기면서 '검은 사제들', '사바하'에 이은 장재현표 오컬트 세계관을 완성했다. '사바하'를 끝날 때쯤 이번 작품의 아이디어를 떠올렸다는 장 감독은 "사전 조사 겸 시나리오 작업을 2년 반 정도 했다"고 밝혔다.
"처음에는 하드한 호러영화로 기획했어요. 그런 와중에 코로나가 터졌어요. 마스크를 끼고 어렵게 극장 가서 영화 보는데, 답답하고 싫더라고요. 극장에서만 볼 수 있는 화끈하고 체험적인 영화를 만들어보자, 방향을 바꿨죠. 심지어 주인공도 바뀌었어요. 돌아보니 제 영화가 다 그렇더라고요. 어차피 결국 이렇게 됐을 거 같기도 해요. 하하. 전문가들이 어떤 사건을 해결하고 파헤쳐 가는 구조죠." 장 감독이 영화의 아이디어를 얻은 건 어릴 적 이장하는 모습을 목격했던 경험에서다. 어릴 적 자주 놀던 뒷산의 한 묘가 있었는데, 어느 날 사람들이 그 무덤을 이장하는 모습을 봤다고 한다.
"무덤에서 사람들이 제사를 지내고 무속인이 굿을 하고 땅을 파는데, 너무 충격이었죠. 그 흙냄새부터, '뭐가 나올까' 궁금증까지. 100년 된 다 썩은 관을 사람들이 줄에 묶어서 끌어올리는데, 복합적 감정이 들어요. 궁금하기도 하고, 관 안을 보고 싶지 않으면서도 보고 싶고…. 그런 이상한 감정들이요."
장 감독의 작품에는 꾸준히 종교가 등장했다. '사바하'는 토속적 색채를 가미해 창작했고 주인공은 목사에 사이비 종교가 소재로 사용됐다. '검은 사제들'의 주인공은 가톨릭 사제이고, 퇴마하는 장면도 등장한다. '파묘'에서는 주인공들이 굿판을 벌이고 이장을 하는 등 동양 무속신앙과 관련된 장면들이 등장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장 감독은 기독교인이다. 무속신앙에 관심이 많은 장 감독은 여러 무속인과 친분이 있다고 한다.
"'검은 사제들' 때부터 저는 무속에 푹 빠져있었어요. 무당인의 아이덴티티로 두 사제의 이야기를 풀어나갔죠. 그게 제 작가적 의도였어요. 그때부터 많은 무속인을 만났고, '사바하' 때도 그랬죠. '사바하'에도 귀신은 안 나와요. 영적이면서 애매모호한 종교적 존재가 등장하는데, 초자연적 현상이죠. 풍수사, 장의사 등도 지질학자 같은 과학자의 측면으로 살펴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장 감독은 오컬트 영화의 대가로 불리지만 공포영화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긴장감을 좋아한다"며 "무섭게 찍기보다 신비롭게 표현하려고 했다. '귀신 잡으러 가자'고 하면 쉬워질 거 같았다. 그런 영화를 만들고 싶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전 공포영화의 무서움, 답답함을 좋아하지 않아요. 공포영화가 극장에 나오면 안 봐요. 뒷맛이 개운하지 않죠. 하하. 이번에 베를린영화제에 초청받아 갔다가 제 작품을 다 봤다는 외국인 기자를 만났어요. 그로테스크한 신비로움이라고 표현하더라고요. 제가 좋아하는 게 이런 거구나 싶었죠. 이번에는 동아시아적인, 그로테스크한 신비로움에 몰두하지 않았나 싶어요." 이번 영화에서 풍수사 상덕 역의 최민식, 장의사 영근 역의 유해진, 그리고 무당 역의 김고은, 이도현의 연기 앙상블은 영화의 몰입도를 한껏 높여준다. 김고은은 굿하는 장면을 실제 무당에 버금가는 집중도로 소화해냈다. '신들린 연기'를 보여주는 것. 장 감독은 김고은에 대해 "그 나이대에 어려운 역할인데, 베테랑 배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김고은밖에 대안이 없었다"고 극찬했다. 또한 "'사바하' 뒤풀이 때 봤는데 한눈에 반했다. 감독으로서 매력을 느꼈다. 이제 연륜도 생겼고 무르익었다고 생각했다. 진짜 전성기가 오겠구나 싶었다. 김고은을 생각하며 시나리오를 썼다"고 밝혔다.
장 감독은 최민식에 대해서는 "모자를 눌러쓰고 다니지만 두메산골에서도 다 알아보는 배우다. 한국에서 제일 유명한 사람이지 싶다"면서 웃었다. 이어 "한번은 선배님 어깨를 걸어줘야 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조명도 바꾸고 해야 해서 선배님이 그걸 찍으려면 6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거다. 다들 얘기하지 말라고 말렸지만 조심스럽게 말씀드렸더니 흔쾌히 승낙했다. '작품에 필요하니까'가 이유였다. 작품에 임하는 태도가 신인 배우다. 현장에 와서 대본을 보거나 하는 일도 없을 만큼 이미 완성된 상태로 촬영장에 온다"라고 치켜세웠다.
'파묘'는 올해 개봉한 한국 영화 가운데 가장 많은 사전예매량을 기록했다. 37만 장에 육박하는 것. 흥행을 기대할 법도 하다.
"감사한 일이죠. 흥행을 기대합니다. 하하. 사실 제 흥행은 모르겠고, 영화계가 잘 됐으면 좋겠어요. 보통 감독들이 다른 작품들을 많이 응원하진 않아요. 하하. 그런데 요즘은 다 응원합니다. 요즘 나오는 한국영화들, 극장 가서 다 보고 있어요. 하하."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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