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훈의 섬뜩한 얼굴과 광기 어린 표정
'악의 꽃', '발레리나', '이재, 곧'까지 연속적인 악인
이제는 변화를 줘야 하는 시기 아닐까
'악의 꽃', '발레리나', '이재, 곧'까지 연속적인 악인
이제는 변화를 줘야 하는 시기 아닐까

'악의 꽃'을 시작으로 넷플릭스 영화 '발레리나'(2023), TVING '이재, 곧 죽습니다'(2023)에 출연하며 김지훈은 자신의 필모그래피 안에서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필시 배우에게 익숙했던 이미지를 탈피하고 완전히 방향을 꺾어 시도하기란 쉽지 않은 일일 테지만, 김지훈은 차근차근 단계적으로 나아가고 있다.


에피소드 6화에서는 김지훈과 최이재의 8번째 삶이자 죽음인 싸이코패스 연쇄살인마 화가 정규철(김재욱)은 서로에게 살의와 피의 욕망을 드러냈다. "넌 평생 날 이길 수 없어. 지고 이기는 건 죽었나 살았나로 결정하거든. 나한테 살려달라고 애원해 봐"라며 상대를 깔아보는 눈빛과 우월적인 태도는 박태우라는 인물을 입체적으로 묘사하기에 충분했다. 김지훈은 짧은 분량의 출연임에도 불구하고 '이재, 곧 죽습니다'의 신스틸러로 자리잡았다.

2023년 이충현 감독의 영화 '발레리나'에서는 디지털 성범죄자이자 옥주(전종서)의 복수 대상인 최프로 역을 맡으면서 '악의 축'이라는 호평받았으나, '악의 꽃'의 백희성을 자연스레 떠올리게 된다. 물론 "내가 가고 싶은 곳으로 가기 위해서는 방향을 수정하고 수정한다고 해서 갑자기 나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것은 아니니까"라는 김지훈의 말처럼 대중들에게 매번 새로운 도전을 보여주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어쩌면 이젠 피비린내가 물씬 풍기는 싸이코패스, 소시오패스가 아닌 다른 결의 악인으로 방향을 전환해 다른 얼굴의 김지훈을 기대하게 만들어야 하는 시점이 아닐까 싶다. 어렵게 방황 전환을 한 만큼, 김지훈의 악역 연기가 고착화되지 않고 다양한 결을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배우로서 꾸준히 걸어왔던 방향성을 이탈해 새로운 길목에 선 김지훈이 그저 선한 역, 악한 역이라는 이분법적인 경계에 선 인물이 아닌 다양한 인물들에게 도전하면 어떨까.
이하늘 텐아시아 기자 greenworld@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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