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아의 세심》
엑소 '첫 눈' 발매 10년 만에 음원 차트 1위
비비지 '매니악' 챌린지 덕에 음원 차트인
과해지는 챌린지 열기에 가수들 "무서워" 고충 토로하기
/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빅플래닛메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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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아의 세심》
김세아 텐아시아 기자가 연예계 이슈를 '세'심하고, '심'도있게 파헤쳐봅니다.

발매된 지 10년이 지난 노래가 음원 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다. 어떤 곡은 발매 된 지 한 달이 지나서 무려 400위나 상승해 차트에 처음으로 진입하게 됐다. 이 두 곡의 공통점은 바로 틱톡을 중심으로 한 '챌린지'의 덕을 봤다는 것. 특정 안무를 특정 노래에 맞춰 하는 걸 챌린지라 하는데, MZ세대 유행으로 자리매김했다.

21일 엑소의 '첫 눈'은 멜론 톱 100 1위에 올랐다. '첫 눈'은 엑소가 2013년에 발매한 '12월의 기적 (Miracles in December)'의 수록곡으로, 첫 눈 내리는 겨울 어느 날, 1년 전 떠나 보낸 첫사랑을 떠올리며 지난 1년의 시간을 되돌리고 싶은 마음을 가사에 담은 어쿠스틱 팝 곡이다. 발매 당시에도 수록곡이지만 타이틀곡 못지 않게 사랑받은 곡으로 해마다 주기적으로 차트인에 성공하면서 역주행해왔지만 올해의 성적은 더욱 의미가 깊다.

쟁쟁한 동료 가수들의 신곡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지금, '첫 눈'이 공중파 음악 방송에서 2위를 차지한 것. 8일 엑소의 '첫눈'은 KBS '뮤직뱅크'에서 2위를 기록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멜론 톱 100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하며 기염을 토했다. '첫 눈'이 10년이 지난 지금, 차트 정상에 오를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챌린지' 때문이다.

'첫 눈'을 빠르게 배속 재생해 안무를 새롭게 창작한 일명 '첫 눈 챌린지'가 인스타그램 릴스, 틱톡 등 숏폼 플랫폼에서 유행하면서 Z세대들에게 인기를 끈 것.
/ 사진제공=빅플래닛메이드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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챌린지의 수혜를 받은 가수가 또 있다. 그룹 비비지의 '매니악(MANIAC)'은 발매 후 처음으로 멜론 톱 100에 차트인했다. '매니악(MANIAC)'은 비비지가 지난달 2일 발매한 미니 4집 '벌서스(VERSUS)' 타이틀곡으로 20일 기준 멜론 톱100 99위를 차지하면서 발매 후 처음으로 진입했다. 이는 무려 발매 48일 만에 얻은 성과다.

앞서 '매니악(MANIAC)'은 14일 기준 멜론 일간 차트 126위에 오르며 역주행의 조짐을 보였다. '매니악'은 일간 차트에서 500위 권에서 출발했지만 음악 방송 활동을 마친 이후인 이달 100위 권으로 급등했고 이날 126위까지 상승 곡선을 그리게 됐다. 이 역시 챌린지 덕택이다.

비비지는 '팝 유어 옹동'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엉덩이 안무를 후렴구에 맞춰 춤을 추는 챌린지를 통해 노래를 알렸다. 다양한 아이돌들과 챌린지를 하면서 아이돌 팬덤 사이에서 노래가 좋다며 입소문이 나게 됐고, 이는 결국 역주행으로까지 이르게 된 것.

이렇듯 챌린지는 파급력을 이용해 좋은 노래를 널리 알릴 수 있고 발매된 지 꽤 오랜 시간이 흐른 곡을 차트의 정상에 올려둘 수 있는 힘을 가졌지만 정작 당사자인 가수들 사이에선 앓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 사진=유튜브 '뱀집'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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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세븐 뱀뱀은 "(챌린지 문화가) 가끔 과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어느순간부터 재미가 있어야 하는데 너무 당연한게 돼 버렸다"고 말했다. 레드벨벳 웬디는 "나는 내가 너무 하고 싶은데, 상대방 거를 잘 못 해줬을 때 그게 미안해서 무섭다. 짧은 시간 안에 해야 하는 거 아니냐. 나는 챌린지가 무섭다"라고 털어놨다.

어느덧 챌린지가 이름 그대로 '도전'이 아닌 하나의 문화처럼 자리잡아 아이돌 그룹은 컴백을 준비하며 포인트 안무를 활용한 챌린지를 선보이는 것이 당연한 관례가 됐다. 뱀뱀은 "안 하면 또 요즘 세상에서 홍보가 안 된다"라고 고충을 토로하자 슬기는 "가장 많이 노출되는 게 쇼츠 영상이다 보니까 이거를 놓칠 수 없는 것"이라면서 "새로운 방향성을 생각해야 한다. 춤만 추는 게 아닌, 이 곡을 또 어떻게 다르게 홍보할 건지 고민을 많이 했다"라고 덧붙였다.
/ 사진=유튜브 '뱀집' 캡처
/ 사진=유튜브 '뱀집' 캡처
아이돌 그룹의 챌린지는 길어야 1분 남짓한 영상이기에 최대한 대중들의 눈에 각인될 수 있는 짧은 포인트 안무를 넣는 것이 핵심이다. 그렇기에 일반적으로 쉽게 따라할 수 있고 기억에 남을 수 있는 안무로 구성된다.

그러다 보니 퍼포먼스 위주로 고난이도 안무를 넣어 무대를 꾸몄던 예전과는 다르게 안무의 형태가 단순화되면서 '볼 재미가 없다'는 의견이 따르기도. 일각에서는 "모든 아이돌 그룹이 필수로 챌린지를 하니 즐기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숙제처럼 느껴진다"는 의견도 있었다.

뭐든 과하면 독이 되는 법이다. 단순 화제거리를 위해서가 아닌 의미 그대로 숙제가 아닌 도전이라는 것을 되새겨야 할 때다.

김세아 텐아시아 기자 haesmik@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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