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서울의 봄' 리뷰
11월 22일 개봉
11월 22일 개봉
≪최지예의 별몇개≫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가 개봉 전 먼저 본 영화의 별점을 매깁니다. 영화표 예매 전 꼭 확인하세요. 당신의 시간은 소중하니까!
'서울의 봄' 별몇개? = ★★★★
촘촘하고 빠져든다. 힘의 균형이 깨진 듯한 줄다리기인 것 같은데도 놀라울 만큼 팽팽함이 느껴진다. 모두가 알고 있는 이날의 이야기에 이토록 긴장하게 될 줄 몰랐다.
영화 '서울의 봄'(감독 김성수)은 대한민국의 운명을 바꾼 1979년 12월12일 서울 군사반란을 그린다. 전두광(황정민)의 반란군과 이태신(정우성)의 진압군 사이 벌어진 일촉즉발 9시간을 그렸다. 엎치락뒤치락하는 치열한 전쟁을 그린 이 영화에는 인간의 다양한 감정이 한데 뒤섞였다. 한 인간(집단)의 탐욕과 광기가 만들어낸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주어지는 선택의 순간. 그 연속되는 선택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 그 결과의 파장들이 꼬리를 문다. 영화는 역사적 사실에 기반해 당시의 상황을 재현하는데 그치지 않고 시시각각 변하는 인물들의 심리 추적이 탁월하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
이런 탁월함이 가능했던 것은 김성수 감독의 역량 덕이다. '비트'(1997) '태양은 없다'(1999) '영어 완전 정복'(2003) '감기'(2013) '아수라'(2016) 등을 연출해온 김 감독은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자신만의 해석을 넣어 '서울의 봄' 캐릭터를 완성했다. 같은 편에 서 있더라도 미묘하게 다른 개개인의 심리적 온도가 뜨겁고, 차갑고, 미지근하다. 분명히 아는 이야기인데도 묘한 긴장감이 흐르고, 141분이라는 짧지 않은 러닝타임 속 지루함을 느끼지 못한 이유다.
특히 와닿았던 것은 한 사람의 중요성이다. 김 감독은 전두광과 이태신의 대치를 통해, 군부 권력자들의 선택을 통해 '한 사람'이 가진 폭발력을 선명하게 조명한다. 관객들을 1979년 12월12월로 밀어 넣고, 종국에는 이 메시지에 이르게 만드는 것이 이 영화의 최대 미덕이다. '서울의 봄'의 또 다른 미덕으로 배우들의 연기력을 꼽지 않을 수 없다. 전두광에 황정민, 이태신 역에 정우성. 뻔하고 안전하게 기획된 캐스팅 같았지만, 영화를 보고 나니 이 이상의 캐스팅은 없겠다는 확신에 도달한다.
황정민은 역사적 실존 인물을 연기한 만큼 자신의 색깔만을 앞세우지 않고, 본래 캐릭터의 특징을 충분히 섞어 연기했다. 민머리를 매만지고, '혁명'을 외치며 입술을 떨 땐 소름이 끼친다. 마지막 화장실에서 터트린 광기 어린 웃음은 그야말로 압권이다.
정우성은 연기적으로 진일보의 성취를 이룬 듯 보인다. 앞서 영화 '헌트'(2022)에서 유사한 성격의 캐릭터를 맡았던 정우성이지만, '헌트'의 김정도는 전혀 떠오르지 않는 '서울의 봄' 이태신이다. 고군분투하는 이태신의 모습에서 정우성이 얼마나 자신과 싸웠는지 역력하다. 질 것을 알면서도 싸워야만 하는 무력감과 절박함 사이의 정우성은 울컥하며 끓어오르게 만드는 이 영화의 메시지 그 자체다.
이성민(정상호 역)은 이 영화에서도 자신의 진가를 입증한다. 힘을 뺐지만 힘 있다. 박해준(노태건 역)은 앙상블이 좋다. 김성균(김준엽 역)은 올곧고 강직한 캐릭터 만큼 뚝심있는 연기를 보여준다. 정만식(공수혁 역)과 정해인(오진호 역)은 짧지만 강력하다. 분량 그 이상의 가치를 머금었다.
다만, '서울의 봄' 영화적 완성도와 메시지의 가치와는 별개로 12.12 군사반란을 다뤘기에, 소재 자체 따른 관객들의 호불호가 영화 선택에 있어 장벽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여겨진다. 정치적 견해나 소신과 관계없이 볼 만한 가치가 있는 영화라는 생각이다. '서울의 봄' 11월 22일 개봉. 12세 관람가. 러닝타임 141분.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 wisdomart@tenasia.co.kr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가 개봉 전 먼저 본 영화의 별점을 매깁니다. 영화표 예매 전 꼭 확인하세요. 당신의 시간은 소중하니까!
'서울의 봄' 별몇개? = ★★★★
촘촘하고 빠져든다. 힘의 균형이 깨진 듯한 줄다리기인 것 같은데도 놀라울 만큼 팽팽함이 느껴진다. 모두가 알고 있는 이날의 이야기에 이토록 긴장하게 될 줄 몰랐다.
영화 '서울의 봄'(감독 김성수)은 대한민국의 운명을 바꾼 1979년 12월12일 서울 군사반란을 그린다. 전두광(황정민)의 반란군과 이태신(정우성)의 진압군 사이 벌어진 일촉즉발 9시간을 그렸다. 엎치락뒤치락하는 치열한 전쟁을 그린 이 영화에는 인간의 다양한 감정이 한데 뒤섞였다. 한 인간(집단)의 탐욕과 광기가 만들어낸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주어지는 선택의 순간. 그 연속되는 선택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 그 결과의 파장들이 꼬리를 문다. 영화는 역사적 사실에 기반해 당시의 상황을 재현하는데 그치지 않고 시시각각 변하는 인물들의 심리 추적이 탁월하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
이런 탁월함이 가능했던 것은 김성수 감독의 역량 덕이다. '비트'(1997) '태양은 없다'(1999) '영어 완전 정복'(2003) '감기'(2013) '아수라'(2016) 등을 연출해온 김 감독은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자신만의 해석을 넣어 '서울의 봄' 캐릭터를 완성했다. 같은 편에 서 있더라도 미묘하게 다른 개개인의 심리적 온도가 뜨겁고, 차갑고, 미지근하다. 분명히 아는 이야기인데도 묘한 긴장감이 흐르고, 141분이라는 짧지 않은 러닝타임 속 지루함을 느끼지 못한 이유다.
특히 와닿았던 것은 한 사람의 중요성이다. 김 감독은 전두광과 이태신의 대치를 통해, 군부 권력자들의 선택을 통해 '한 사람'이 가진 폭발력을 선명하게 조명한다. 관객들을 1979년 12월12월로 밀어 넣고, 종국에는 이 메시지에 이르게 만드는 것이 이 영화의 최대 미덕이다. '서울의 봄'의 또 다른 미덕으로 배우들의 연기력을 꼽지 않을 수 없다. 전두광에 황정민, 이태신 역에 정우성. 뻔하고 안전하게 기획된 캐스팅 같았지만, 영화를 보고 나니 이 이상의 캐스팅은 없겠다는 확신에 도달한다.
황정민은 역사적 실존 인물을 연기한 만큼 자신의 색깔만을 앞세우지 않고, 본래 캐릭터의 특징을 충분히 섞어 연기했다. 민머리를 매만지고, '혁명'을 외치며 입술을 떨 땐 소름이 끼친다. 마지막 화장실에서 터트린 광기 어린 웃음은 그야말로 압권이다.
정우성은 연기적으로 진일보의 성취를 이룬 듯 보인다. 앞서 영화 '헌트'(2022)에서 유사한 성격의 캐릭터를 맡았던 정우성이지만, '헌트'의 김정도는 전혀 떠오르지 않는 '서울의 봄' 이태신이다. 고군분투하는 이태신의 모습에서 정우성이 얼마나 자신과 싸웠는지 역력하다. 질 것을 알면서도 싸워야만 하는 무력감과 절박함 사이의 정우성은 울컥하며 끓어오르게 만드는 이 영화의 메시지 그 자체다.
이성민(정상호 역)은 이 영화에서도 자신의 진가를 입증한다. 힘을 뺐지만 힘 있다. 박해준(노태건 역)은 앙상블이 좋다. 김성균(김준엽 역)은 올곧고 강직한 캐릭터 만큼 뚝심있는 연기를 보여준다. 정만식(공수혁 역)과 정해인(오진호 역)은 짧지만 강력하다. 분량 그 이상의 가치를 머금었다.
다만, '서울의 봄' 영화적 완성도와 메시지의 가치와는 별개로 12.12 군사반란을 다뤘기에, 소재 자체 따른 관객들의 호불호가 영화 선택에 있어 장벽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여겨진다. 정치적 견해나 소신과 관계없이 볼 만한 가치가 있는 영화라는 생각이다. '서울의 봄' 11월 22일 개봉. 12세 관람가. 러닝타임 141분.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 wisdomart@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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