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소년들' 정지영 감독 인터뷰
정지영 감독. /사진제공=CJ ENM
정지영 감독. /사진제공=CJ ENM
영화 '소년들'의 정지영 감독은 '남부군'(1990),'하얀 전쟁'(1992), '부러진 화살'(2012)에서 호흡을 맞췄던 안성기 배우에 대해 언급했다.

정지영 감독은 26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영화 '소년들' 관련 인터뷰에 나섰다.

'소년들'은 지방 소읍의 한 슈퍼에서 발생한 강도치사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소년들과 사건의 재수사에 나선 형사,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사건 실화극. 연출을 맡은 정지영 감독은 데뷔 40주년을 맞은 거장으로 영화 '부러진 화살', '남부군', '하얀전쟁', '헐리우드 키드의 생애' 등으로 우리 사회의 이면을 들여보는 감독이다.

배우들에게 직접 다가가 디렉팅하는 연출 방식으로도 유명한 정지영 감독은 "모니터를 보고 연기자가 연기를 했는데, 왜 마음에 안 나왔는지가 나올 때가 있다. 컷해놓고 가만히 앉아서 고민하면 사람들이 고민한다. 걸어가면서 생각이 떠오른다. 가서 그 이야기를 해주는 것이다. 다른 현장에 가면 감독들이 거의 앉아있더라. 건강에 손해다"라고 이야기했다.

'남부군'(1990),'하얀 전쟁'(1992), '부러진 화살'(2012) 등에서 호흡을 맞췄던 배우 안성기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최근 안성기는 혈액암 투병으로 인해 건강이 악화한 근황을 보여줘 팬들은 걱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정지영 감독은 "포기하지 않을 것 같다. 안성기 배우가 가만히 있을 때는 괜찮은데, 말하면서 어눌해지지 않나. 그런 것을 보면서 늙으면 사람들에게 안쓰럽지만, 밖에 나와서는 활동하면 좋겠다. 그것이 익숙해져야 빨리 회복이 될 것 같다. 배창호 감독 40주년 때, 안성기 배우가 나와서 사람들이 깜짝 놀라지 않았나. 사람들과 접촉하는 것이 회복에 도움이 되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데뷔 40주년을 맞아 특별전을 하기도 한 정지영 감독은 현역으로 활동하며 후배들에게 많은 귀감을 주는 감독이다. 정지영 감독은 "나는 그런 의미 부여를 잘 안 한다. 40주년 행사 자체도 쑥스럽다. 작년에 배창호 감독이 하는 바람에 하게 된 것이다. 그것을 계기로 영화 경력에 무엇을 했는지를 돌이켜보는 것에는 도움이 됐다. 평소에는 옛날 작품을 잘 생각 안 한다. 이번에는 좀 돌아보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꾸준히 영화를 만들면서 감을 잃지 않는 비결이 있느냐는 질문에 "운이 좋다고 생각한다. 나랑 같이 활동했던 80~90년대에 활동했던 사람 중에 좋은 감독들이 많은데 영화를 못 하고 잇다. 영화 환경이 변하면서 적응이 못한 것이 아니라 환경이 안 받아주는 것이다. 투자사들이 안 만나준다. 낡은 사람이라는 선입견도 있다. 손해를 많이 보게 된다. 나도 '부러진 화살' 때문에 재기를 한 것이나 다름없다. 다른 사람들은 그런 기회를 못 만났다. 대한민국 영화계가 노하우가 쌓인 보석들을 땅에 묻힌 채 엉뚱한 방향으로 가는 것이다"라고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평소 사회파 감독으로도 이름을 알린 정지영 감독은 자신에게 붙는 수식어에 대해 "여행을 가면, 내가 지금 어디 있는가를 지도를 보고 확인한다. 나는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갈 것인가를 담아내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 과거를 다루는 것은 그들로부터 현재가 왔다는 것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다"라고 답했다.

영화 '소년들'은 오는 11월 1일 개봉한다.

이하늘 텐아시아 기자 greenworld@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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