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유나의 듣보드뽀》
안은진 이어 이청아도 '유부녀' 설정
애절한 로맨스에 가려진 불륜 서사
'연인' /사진제공=MBC
'연인' /사진제공=MBC
《태유나의 듣보드뽀》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가 현장에서 듣고 본 사실을 바탕으로 드라마의 면면을 제대로 뽀개드립니다. 수많은 채널에서 쏟아지는 드라마 홍수 시대에 독자들의 눈과 귀가 되겠습니다.
'미혼' 남궁민을 둘러싼 기혼녀들의 러브라인에 혼란스러움이 가득하다. 다른 남자와 결혼을 한 안은진에 이어 새로운 서브 여주도 '유부녀' 설정이다. 안은진과 이청아, 그 누구와도 이뤄질 수 없는 남궁민의 서사에 짠함마저 일어난다. 애절한 로맨스를 띄고 있지만, 실상은 조선판 불륜극과도 같은 MBC 금토드라마 '연인'이다.

'연인'은 파트2가 베일을 벗음과 동시에 충격을 안겼다. 이장현(남궁민 분)을 떠난 유길채(안은진 분)가 결국 구원무(지승현 분)와 혼례를 치르며 첫날밤을 맞이했기 때문이다. 유길채는 이장현을 마음속에 품은 상황에서도 구원무에게 "좋은 안 사람이 될테니 믿어달라"고 청했다. 구원무 역시 이장현과 유길채의 사이를 알지만, 그를 아내로 받아들였다.
사진=MBC '연인' 방송 화면.
사진=MBC '연인' 방송 화면.
'연인' 파트1에서 이뤄질 듯 이뤄지지 않으며 애간장을 태웠던 이장현, 유길채였던 만큼 파트2에서는 두 사람의 정식적인 로맨스를 보고 싶어했던 시청자들에게는 그야말로 배신과도 같은 전개다. 파트2가 공개되기 전까지 유길채가 결혼을 하지 않았을 거라는 시청자들의 추측에 제대로 반전을 안긴 셈이다. 여성의 정절을 무엇보다 중히 여겼던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만큼, 혼인을 한 유길채가 이장현과 이어질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 사람의 로맨스는 그야말로 절절했다. 이장현은 심양에 가서도 여전히 유길채를 잊지 못했고, 유길채는 포로로 잡혀 온 상황에서도 이장현에게 짐이 되기 싫어 자신이 잡혀 온 사실을 끝까지 숨기려고 했다. 이런 상황 속 구원무는 유길채를 찾으로 와놓고는 이미 몸을 더럽혔을 것이라는 말에 아내를 구하지 않고 한양으로 돌아가버렸다.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모든 걸 던지는 이장현과는 다른, 당시 보편적인 조선 남자 모습이었다. 유길채가 결혼을 한 몸이지만, 이장현과 이뤄지길 바라는 마음이 생기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진=MBC '연인' 방송 화면.
사진=MBC '연인' 방송 화면.
이러한 두 사람의 로맨스에 삼각 러브라인을 가져오는 인물이 바로 이청아다. 지난 20일 방송된 '연인' 13회에서 파란 복면을 쓰고 포로 사냥을 하던 이청아가 조선의 사정을 청나라 황제 홍타이지(김준원 분)에게 전해주던 황녀 각화라는 사실이 공개됐다.

각화(이청아 분)는 자신을 무서워하지도 무시하지도 않는 장현에게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고, 기습 뽀뽀를 시작으로 함께 사냥에 가자는 제안과 밤시중이 되어달라는 명령을 하기도 했다. "내가 갖고 싶은 사내를 다른 여인에게 뺏길 순 없어"라는 대사를 통해 이장현을 향한 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반전이 있었다. 각화 역시 남편이 있다는 사실이었다. 13회 방송에서 각화는 이장현에게 "내 남편은 400명이나 되는 종들을 데리고 왔어. 차하르 왕자인데, 우리 폐하꼐서 차하르를 정복할 때 유일하게 이긴 자라고 하더군. 7일 밤낮을 잔치를 벌이곤 곧 나를 데리러 온다며 돌아갔어. 난 그말을 믿었는데, 수년 동안 데리러 오지를 않아"라고 고백했다.

현재 곁에 남편이 있는 건 아니지만, 그 역시 결혼을 한 몸이라는 것. 결국 삼각관계에 있어 미혼은 남궁민뿐이다.
'연인' /사진제공=MBC
'연인' /사진제공=MBC
애절한 서사와 배우들의 열연에 가려졌지만, 현대극으로 보면 이는 엄연한 불륜 로맨스와도 같다. 남편이 있는 여인을 사랑하는 남자, 결혼을 했지만 다른 남자를 마음에 품은 여자들의 이야기다. '연인'이 해피엔딩으로 끝나지 않을거라는,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이야기를 암시하기도 하다.

이 로맨스에서 불쌍한 건 이장현 캐릭터다. 자신을 좋아하는 여인도, 자신이 좋아하는 여인도 모두 유부녀다. 자신을 좋아하는 여인은 권력으로 자신을 옥죄고, 자신이 좋아하는 여인은 비참한 포로의 처지로 그를 위험에 빠트린다.

'연인' 황진영 작가가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 것에서 이미 여주와 남주의 불륜 스토리는 정해져 있었던 듯하다. 영화에서도 스칼렛은 세 번이나 결혼을 했으니 말이다. 그러나 '연인'의 배경은 조선시대. 아무리 애절한 사랑이라도, 이들의 로맨스가 마냥 편하게 다가오지만은 않는 이유다.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 you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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