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아의 한발짝》
과한 몸수색 등 과잉 진압 논란
규정 위반한 물품 수색 중 발생
엔터사는 팬 존중, 팬덤은 성숙한 팬 문화 갖춰야
/ 사진제공=CJ ENM, 하이브 재팬
/ 사진제공=CJ ENM, 하이브 재팬
《김세아의 한발짝》
김세아 텐아시아 기자가 연예계 이슈를 한발짝 거리에서 바라보며, 객관적인 시각으로 소식을 전합니다. 때론 한발짝 가깝게, 때론 한발짝 멀게.


"만만한 게 아이돌 팬이냐"는 소리가 나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가수를 보호하겠다는 엔터테인먼트 회사와 팬덤 사이의 간극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지난 15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라데팡스 아레나에서 개최된 '엠카운트다운 인 프랑스' 현장에서 보안요원들이 동양인을 대상으로 가방 검사를 하는 등 과잉 진압을 했다는 논란이 일었다.
/ 사진=SNS 영상 캡처
/ 사진=SNS 영상 캡처
공연이 끝난 후 SNS 상에서 촬영 장비를 반입한 팬을 과잉 진압하는 영상이 퍼졌다. 해당 영상에서 보안요원 세 명이 남성 한 명을 제압하면서 무릎으로 관객의 팔을 누르며 손에서 무언가를 빼앗는 모습이 목겨됐다. 이내 보안요원은 팬의 목덜미를 잡고 거칠게 끌고 가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이에 현장에 있었던 팬들은 "가만히 있었는데 가방을 열더니 카메라가 있다며 질질 끌려 나갔다. 나와 보니 쫓겨난 팬들은 전부 동양인이었다", "서양인들은 열심히 무대를 찍고 있는데, 보고도 그냥 지나가더라"고 말하며 인종차별의 가능성도 열어두었다. 또한 "테러범처럼 무기를 숨긴 것도 아닌데 과하게 진압을 할 필요가 있냐"면서 강하게 불만을 제기했다.

그러나 해당 공연은 촬영 장비의 반입이 금지된 콘서트로 실제 진압당했던 한 팬은 카메라를 가방에 넣어뒀다고 털어놓기도. '엠카운트다운 인 프랑스' 뿐만 아니라 대다수 많은 공연들 또한 핸드폰이 아닌 전문 촬영 장비의 반입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카메라의 반입을 금지하는 이유는 아티스트의 초상권 및 공연의 저작권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때문에 카메라를 반입하는 것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는 엔터테인먼트 사의 입장도 이해가 간다.

실제로 카메라 반입이 금지된 공연장에 몰래 반입해 본인이 직접 콘서트에서 촬영한 사진과 영상으로 비공식 굿즈를 만들어 파는 등의 행위를 하는 팬도 다수 존재한다.

물론 카메라를 반입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팬의 목덜미를 잡고 질질 끌고 가는 등 거칠게 대응한 것은 과잉 진압으로 도가 지나치기에 문제다. 엔터테인먼트사에서 고용한 용역 업체는 아티스트를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규칙을 위반한 팬에 무자비하게 대응할 권리는 없다. 공연에서 촬영 장비를 금지했고 그 사항을 위반한 것은 팬이지만 과하게 팬을 진압하도록 사실상 방관한 CJ ENM 측의 대응에 아쉬움이 남는다.
/ 사진제공=하이브 재팬
/ 사진제공=하이브 재팬
앞서 하이브 재팬 소속 아이돌 그룹 앤팀의 팬사인회에서도 비슷한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앤팀의 팬사인회에 참석한 팬들은 SNS을 통해 스태프들이 팬사인회 진행에 앞서 진행한 소지품 검사에서 성추행에 가까운 신체 수색을 했다고 주장해 논란이 됐다.

해당 팬사인회에서는 녹음을 금지했기에 스태프 측은 녹음 또는 촬영이 가능한 스마트워치 등의 전자기기 소지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을 거쳤지만 이러한 과정에서 팬의 신체를 과도하게 만지고 속옷 검사까지 당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이에 한 팬은 "가슴을 만졌고 아무것도 못 찾아놓고 사과 한마디 없었다. 살다 살다 속옷 안까지 검사하는 경우는 처음이었다"고 말했다. 또한 "윗가슴을 꾹꾹 눌러보더니 밑가슴도 꾹꾹 눌러보고 열심히 만지길래 당황해서 '그건 제 가슴이에요' 이랬다"고 글을 작성했다.
/ 사진=SNS 캡처
/ 사진=SNS 캡처
이에 위버스샵 측은 "앤팀 대면 팬 사인회에서 있었던 여성 보안요원에 의한 보안 보디체크와 관련해 현장에 참여하셨던 팬 여러분께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사과했다.

또한 "팬 사인회는 아티스트와 팬 간 1대1 대화의 자리로 녹음 내용이 외부에 유출돼 팬과 아티스트가 함께 곤란해지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녹음과 촬영이 가능한 전자장비의 반입을 엄격하게 제한해 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무리 보안상의 이유라고 해도 그것이 팬분들을 불편하게 할 근거가 될 수는 없다는 점 잘 알고 있다. 현장에서 이런 일이 일어난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앞으로 보안 목적의 검색에 비접촉 방식을 도입하는 등 개선안을 준비하고 더 편안하고 즐거운 분위기에서 아티스트와의 팬 사인회에 참여하실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들이 언급했듯 아티스트를 보호하기 위한 보안 상의 이유도 중요하겠지만 이러한 행위를 당하는 팬들의 입장을 불쾌하게 할 권리는 없다. 그러나 팬들 역시 명시된 주최 측의 규정을 무시하거나 위반하지 않아야 할 의무가 있다.

팬들의 입장에서는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모습을 담고 추억을 간직하고 싶을 터.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한번 뿐인 순간이기에 더욱 소중할 것. 가수와 팬의 기억을 과잉진압이라는 좋지 않은 기억으로 남기지 않기 위해 회사와 팬들 모두 권리와 의무를 행사해야 한다. 엔터테인먼트사는 과잉진압을 지양하고 팬을 존중해야 할 방법을, 팬은 주어진 규정을 성실히 이행하는 성숙한 팬덤 문화를 갖춰야 한다. 이제는 정도를 찾아야 할 때다.

김세아 텐아시아 기자 haesmik@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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