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준희 감독 /사진제공=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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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P.' 시즌 1 당시에도 이다음은 제 의지만으로 될 수 있는 게 아니었어요. 그때도 나름의 종지부를 찍으려고 했던 게 있어요. 이번에도 마찬가지예요. 좋은 매듭을 지으려고 했어요."

넷플릭스 시리즈 'D.P.' 시즌2를 연출한 한준희 감독이 시즌 3 가능성에 대해 이렇게 언급했다.

한준희 감독은 "시즌 1부터 전 스태프, 배우들과 벌써 3년에서 넘어가면 4년 되는 가까이 시간 열심히 해서 매듭을 지으려고 했다. 많은 분에게 좋은 질문 하게끔 작품을 마무리했다. 항상 그런 것 같은데, 시원섭섭한 기분"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2021년 8월 군인 잡는 군인 'D.P.'라는 신선한 소재와 그들이 마주한 다양한 청춘들의 이야기로 우리가 알지 못했던 혹은 외면했던 부조리를 날카롭게 직시했다. 이어 2년 만에 시즌 2로 돌아왔다. 'D.P.' 시즌2는 군무 이탈 체포조 준호(정해인 역)와 호열(구교환 역)이 여전히 변한 게 없는 현실과 부조리에 끊임없이 부딪히며 벌어지는 이야기.
한준희 감독 /사진제공=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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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D.P.'는 제58회 백상예술대상 TV 부문 작품상, 제1회 청룡 시리즈 어워즈 최우수 작품상, 제27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제2회 시리즈 영화상을 받았다. 연출을 맡은 한준희 감독은 부조리에 대한 무거운 메시지를 보편적이고 감각적인 스타일로 풀어냈다.

한준희 감독은 "사실 안준호(정해인 역)와 한호열(구교환 역), 두 인물의 이야기가 사실은 시즌1에서 조석봉(조현철 역)이라는 인물의 귀결 아닌 귀결로 끝났다. 그런 일을 겪고 난 다음에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김보통) 작가님과 저희한테는 방향이었다. 보시는 분의 입장에서 열린 상태로 이야기를 할 수 있겠지만, 이야기를 조금 더 이어간다면 그런 일을 겪고 사건을 겪고 나서 어떻게 살아갈까, 어떤 방식으로 자기 해답을 찾을까를 그려보고 싶었다"라고 설명했다.

한준희 감독은 시즌1과 2를 비교하며 "거창하지는 않지만, 해나가야 하는 방향들이 생기는 순간들이 있었다. 어떤 방식으로 이야기를 해야 할 것인지, 좋은 지점에서 이야기를 어떻게 또 변주할 것인지가 중요했다. 캐릭터들이 어떤 사건을 통해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 생각하다 보니 인물들을 쫓아가게 되더라. 저와 쫓아가는 이야기를 어떻게 펼칠지, 대본이 생명체 같이 느껴졌다"라고 말했다.

또한 "준호와 호열의 분량이 상대적으로 시즌 1에 비해서 적어졌다고 느껴질 수 있는 것 같다. 저희가 특정한 사건을 겪고 난 다음에 D.P.를 이어갈 수 있을까 싶었다. 객관적인 입장으로 보시는 분은 탈영병을 체포하는 에피소드를 통해 활약하는 걸 좋아해 주셨을 테니 가져가는 부분도 있지만, 내 앞에서 총을 쏜 뒤에 그런 활동을 이어갈 수 있을까 싶었다. 그 뒤의 이야기를 작가님과 이야기를 했다. 어떤 방식으로 이야기를 나아가야 할까, 할 수 있는 것들을 어떻게든 해보려고 하는 걸 그려보고 싶었다. 그런 과정에서 영향을 받고 주고, 사람들의 이야기가 보여졌던 거 같다"라고 했다.
한준희 감독 /사진제공=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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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1과 비교해 임지섭 역을 연기한 손석구의 분량이 늘어났다. 이와 관련해 한준희 감독은 "임지섭이 메인으로 나온 회가 있다. 마지막으로 나아갈 때 국군본부에서 그들과 부딪힐 수밖에 없는 시스템인 허상이라든가. 결국에 준호, 호열, 범구, 지섭 중에 간부의 역할이었던 지섭을 통해서 이 이야기가 불이 붙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본은 '나의 해방일지' (끝나기) 전에 나왔다. (우리는) '나의 해방일지' 크랭크인 며칠 뒤에 했다. 대본이 다 나온 상태에서 했다. 정말 (손석구의 인기를 의식한 건) 아니다. 인기가 많은 건 아는데, 'D.P.' 시즌2 대본은 그 전에 나왔다"라고 강조했다.

한준희 감독은 "대한민국 군대라는 문화가 학교가 됐든 직장이 됐든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생각한다. 제가 겪었던 것 중에서 부정적인 것도 많았다. 지금 극 중에 나오는 대학교 에피소드처럼 회사에서도 수직적인 관계들이 있지 않나. 순기능을 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순간도 있다. 문제 제기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한준희 감독은 "그게 생각보다 쉽지 않다. 그럴 때 준호(정해인 역) 같은 사람이 '이상한 거 아니에요?', '문제 있는 거 아니에요?'라고 말하는 이상한 사람이 있지 않나. 번거로운 사람일 수도 있다. 그런 사람들 때문에 주위에서 영향을 받고 '바꿔볼 수도 있는 거 아니야?'라고 생각하는 순간들이 생긴다고 저는 생각한다. 저는 그런 이야기가 재밌고, 그래서 시즌 2가 그런 방향으로 간 거 같다"라고 덧붙였다.

한준희 감독은 "보시는 분의 평은 개인마다 감상이 있다. 보시는 분의 평이 맞다. 시즌 2는 실제로 저희가 취재하면서 그렸던 건 드라마 시리즈지만, 국가를 상대로 이긴 적이 없다. 그렇다면 '아무것도 해내지 못하나?'라는 이야기로 간다면 시즌 2를 어떤 의미를 가지게 될까 싶더라. '저럴 수도 있어?', '말이 돼?'라는 말이 나올지언정 국가를 상대로 하는 게 많지 않다. 저도 지나가면서 '저런다고 사과할까?' 싶었다. 사과하는 순간을 극에서 한번 보여주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약간은 장르적으로 그리고 싶었다"라고 강조했다.
/사진제공=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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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준희 감독은 안준호 역을 맡은 정해인에 대해 "좋지 않나. 저는 너무 좋았다. 시즌 1부터 시즌 2까지 거치면서 안준호라는 인물이야말로 보기 힘든 인물이지 않나 싶더라. '왜 이상한 거예요?', '왜 이게 문제인 거죠?'라고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드물지 않나. 정해인 배우 표정, 얼굴이 그런 걸 상쇄해준 것 같다. 잘생기긴 했지만 잘 생겨서가 아니다. 시즌 1 때도 이야기했는데 융통성 없는, 그런 모습이 저는 너무 좋았다. 정해인 배우가 연기하는 안준호 같은 인물이 매력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라고 전했다.

한준희 감독은 모든 배우와 스태프에게 미안하다고 했다. 그는 "모두가 각자의 이야기들을 하면서 고민이 많았다.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의견도 많았다. 그만큼 이 이야기를 잘 해내기 위해서 매 회차 고민했다. 연출자의 입장에서 그림들을 만들기 위해 많이 고생시켰다"라고 했다.

그는 "감정적으로 힘든 건 구교환 배우였다. 왜냐하면 역할은 어두워지고 힘든 순간들이 있었다. 한호열이라는 인물은 시즌1 때 그렸던 방식이 늘 웃고 있지만, 항상 마음속으로는 숨기고 있었다. 그런 사람들이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아 하지만, 힘든 일을 겪었고, 그 이후에 어떤 모습 어떤 표정, 어떤 말투를 하게 될 것인지 (그려내는 게) 어려운 지점이 있었다"라고 덧붙였다.

한준희 감독은 "감정적으로는 구교환 배우가 힘들었다. 물론 구교환 배우에 못지않게 정해인, 손석구, 김성균 배우도 무언가 감정적으로 힘든 순간들이 있는 장면들이 다 있었다. 찍는 동안 힘들었지 않나 싶다"라면서 미안한 마음을 드러냈다.

강민경 텐아시아 기자 kkk39@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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