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명 뚫고 '귀공자' 마르코 役 낙점된 강태주 인터뷰
배우 강태주 /사진 = 스튜디오앤뉴
배우 강태주 /사진 = 스튜디오앤뉴
배우 강태주(28)가 배우의 길을 포기하고 싶었을 때 '귀공자'를 만났다며 감사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강태주는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소격동 한 카페에서 영화 '귀공자'(감독 박훈정) 관련 인터뷰에 나섰다. 이번 자리는 배우로서 강태주의 첫 인터뷰였다.

이날 강태주는 '귀공자' 캐스팅 확정 순간을 떠올렸다. "너무 좋았다"는 그는 "연기를 계속 해야 되나 말아야 되나 생각에 계속 빠져있던 때였다. 함께 오디션 보는 형들이 30대 초반이 되면 연기를 그만 두고 자기 일을 찾아가는 모습들을 보면서 나도 그래야 하나 싶었다"고 말했다.

와인바에서 야간 아르바이트를 하며 배우의 꿈을 키워오던 27살 막바지의 강태주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낮에는 오디션, 미팅을 하며 배우로서 준비하고 저녁에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버텨온 나날들이었다.

"오디션 3년차에는 최종까지는 가더라고요. 그런데 번번히 최종에서 떨어졌어요. 나중에는 '나는 최종에서 계속 선택되지 않는 배우인가 보다'라고 생각했죠. 그러던 중에 전화가 왔어요. 저는 저를 위로해 주시고자 연락 주신 줄 알았어요.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시다가 '다음달부터 촬영 들어가면 될 거 같아'라고 하셔서 '무슨 촬영이요?'라고 했는데 '귀공자'가 됐다고 하셔서 소리를 지르면서 거실에서 춤 췄어요. 그 때 어머니도 계셨죠."
배우 강태주 /사진 = 스튜디오앤뉴
배우 강태주 /사진 = 스튜디오앤뉴
강태주는 이후 아르바이트를 바로 그만 두고 복싱 훈련 등 촬영을 위한 준비에 나섰다. 촬영 직전까지도 오디션의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촬영 직전까지도 오디션 과정이었다고 생각한다. 단기간에 복서로서 복싱 실력을 다 보여드리고 심사를 받는 그런 마음으로 준비했다" "'슛 들어갈 때까지는 모른다'는 마음으로 준비했다. 계속 긴장하면서 촬영했던 거 같다"고 했다.

강태주는 자신이 1980명의 경쟁을 뚫을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사실 지금도 그 이유는 감독님께 여쭤보지 못했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짐작한 바로는 마르코가 극중에서 간절함이나 처절함 등이 보여져야 되는데 감독님이 보시기에 그런 걸 표현할 수 있는 눈빛이 좋았다고 생각하셨던 거 같다"고 했다.

"캐스팅 올라갈 수록 가정 환경이 불우한 소년의 감정을 요구하신다는 걸 느꼈어요. 마지막 감독님 뵈었을 때 그런 결의 연기를 준비했죠. 끝나고 '영어는 좀 할 줄 아니?'라고 하셔서 '잘한다. 좋아한다'고 답하면서 제가 본 모든 외국 영화에서 나온 욕을 다 했죠. 그렇게 해서 합격하게 된 거 같아요."

'귀공자'는 필리핀 불법 경기장을 전전하는 복싱 선수 마르코(강태주 분) 앞에 정체불명의 귀공자(김선호 분)를 비롯, 각각 다른 목적을 지닌 세력인 한이사(김강우 분), 윤주(고아라 분) 등이 나타나 펼쳐지는 추격을 담는다.

마르코 역의 강태주는 실제 코피노라고 여겨질 만큼 실제적이고 위화감이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 연기를 보여줬다. 영문도 모른 채 도망치는 서사를 소화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텐데도 그만의 잠재력으로 설득력을 높였다. 1980대 1의 경쟁을 뚫고 캐스팅된 저력을 스스로 입증했다.

'귀공자'는 지난 21일 개봉했다.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 wisdomart@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