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사부' 시리즈./사진제공=SBS
'김사부' 시리즈./사진제공=SBS
‘낭만닥터 김사부’ 시리즈를 집필한 강은경 작가가 시즌3에서 이뤄진 시즌1 유연석 등장의 의미를 밝혔다.

지난 17일 종영한 SBS 금토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3’는 지방의 초라한 돌담병원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진짜 닥터' 이야기로, 시즌1(2016년)과 시즌2(2020년)를 거쳐 시즌3(2023년)까지 7년의 시간에 걸쳐 한국형 시즌제 드라마의 역사를 쓴 작품이다. 최종회에서는 김사부(한석규 분)가 염원이었던 권역외상센터에서 꿈을 키워가는 서우진(안효섭 분)-차은재(이성경 분), 그리고 시즌1 강동주(유연석 분) 등 모난돌 제자들의 모습이 그려졌고, 또 다른 시즌1 제자 윤서정(서현진 분)의 뒷모습이 에필로그에 등장하며 전율을 안겼다.

강은경 작가는 유연석의 특별출연을 시즌3 기획단계부터 계획한 것이라 밝히며 “강동주의 등장은 (시즌1부터) 김사부가 꿈꿨던 모난돌 프로젝트 그림을 완성하는데 꼭 필요했다. 윤서정의 등장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고 보면 될 것 같다”라고 말했다. 또 시즌3에서 강조하고 싶었던 메시지에 대해서는 “시즌1,2가 의사들의 성장에 중점을 뒀다면, 시즌3는 현재 우리가 직면한 의료 현실에 초점을 맞췄다”고 밝히며 7년 전 취재 과정에서 느낀 점을 바탕으로 그린 시즌3 기획 배경을 설명했다.

이와 함께 강은경 작가는 ‘낭만닥터 김사부’ 시리즈의 상징 한석규의 연기에 압도당한 경험부터 기억에 남는 명장면, 시즌4 가능성에 관한 이야기까지 들려줬다.
'김사부3' 이어 시즌4도?…강은경 작가, 서현진 에필로그 의미 밝혔다 [일문일답]
이하 강은경 작가의 일문일답
Q. 시즌1,2가 워낙 인기가 많았다 보니 시즌3 집필하실 때 많은 고민이 있었을 것 같다. 시즌3에서 강조하고 싶었던 점과 담고 싶었던 메시지는?
A. 시즌1,2가 의사들의 성장에 중점을 뒀다면, 시즌3는 현재 우리가 직면한 의료 현실에 초점을 맞췄다. 7년 전 시즌1을 준비하는 취재 과정에서 이미 바이탈과 지원자들이 부족하단 얘기를 들었고, 현재 뉴스로 쏟아져 나오는 의료공백과 관련한 여러가지 우려들 또한 그때 이미 감지되고 있었다. 보는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불편하고 답답한 지점들이 분명 있었겠지만, 이러한 현실을 두고 더 이상 낭만만 얘기하고 있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외상센터를 오픈했고, 그 외상센터를 통해 더 혹독하게 쏟아져 들어오는 현실들을 이제는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게 시즌1, 2때 받았던 사랑을 갚는 방식이라고 여겼던 것 같다.

Q. 김사부 그 자체가 된 한석규와 시즌3까지 작업한 소감은?
A. 한석규 배우가 연기하는 김사부가 곧 돌담병원의 세계관이자 이 드라마를 켜고 끄는 스위치 같은 존재다. 그저 매 순간이 감동이었다. 한석규 배우가 의사 가운을 입는 순간 우리 모두가 돌담병원이 존재하는 그곳으로 너무나 자연스럽게 순간 이동이 돼버렸다. 눈빛 하나, 말투 하나, 손짓 하나까지 가르침이 되고, 모두를 이해시키고, 한방에 설득시켜버리는 신기한 경험을 했다. 배우가 만들어 낸 캐릭터의 힘이란 이런 것이구나! 압도당하는 즐거움이 있었다.

Q. 시즌1 강동주 등장은 시즌3 기획 단계부터 염두에 둔 것인지? 윤서정이 돌담에 돌아온 에필로그의 의미는?
A. 기획 단계부터 시즌1의 모난돌 등장이 전제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유연석 배우와 스케줄 조정이 되면서 돌아오는 시점과 방식, 그가 할 얘기들이 결정됐다. 15회 김사부를 중심으로 한 제자들의 ‘팀 돌담’의 컴바인 수술은 김사부가 꿈에 그리던 모난돌 프로젝트의 실체다. 세상의 기준에 못 미치고, 밀리고, 소외되고, 외면당했던 모난돌들이 자신들의 노력으로 실력을 쌓고 꿈을 이루고 성장하는 것뿐만 아니라, 의사로서 소명과 헌신, 사명감들이 쌓여 환자의 생명을 살려내기까지, 연결되는 것이 김사부가 꿈꿨던 모난돌 프로젝트의 완성이었다. 외상센터는 그 꿈을 담을 수 있는 시스템이었고, 시즌1 강동주의 등장은 이 모든 그림을 완성하는데 꼭 필요했다. 윤서정의 에필로그 등장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고 보면 될 것 같다.

Q. 집필하는데 있어서 가장 고민이 많았던 장면 하나를 꼽는다면?
A. 모든 순간을 고민했다. 1회 포문을 열었던 탈북자 에피소드부터 가습기 피해자 에피소드, 총기난사범, 건물 붕괴, 강동주 보이콧 상황, 산불까지 어느 것 하나 쉬운 에피소드가 없었다. 그래도 꼭! 굳이! 그 중 하나를 꼽으라고 한다면 도의원 아들의 죽음을 얘기하고 싶다. 정치와 외상센터가 충돌하는 시발점이자, 그로 인해 정인수(윤나무 분)가 의료사고라는 오명을 쓰게 되고, 차진만(이경영 분)이 자신의 존재감을 모두에게 각인시킬 만큼 강력한 계기가 필요했다. (차진만이 김사부와 대등하게 가치관 충돌을 할 수 있게 만드는, 드라마적인 힘이 시작되는 지점이기도 했다.) 거기에 하나 더, 의료공백으로 인해 우리가 얼마나 많은 생때같은 목숨을 잃었는지 보여줘야 하는 상징적인 죽음이어야 했다.

Q. 배우들의 연기, 감독의 연출이 더해져 기대 이상으로 감탄한 장면이 있는지?
A. 9, 10회 재건축 건물 붕괴 에피소드다. 사실 그 에피소드는 유인식 감독님에 대한 믿음이 없었다면 절대 쓰지 못했을 거다. 스케일도 스케일이지만 그 안에서 분명히 전달해야만 하는 정서와 이야기들이 많았다. 그걸 한 톨도 흘리지 않고 꾹꾹 눌러 담아 거대한 울림으로 만들어준 감독님의 디테일! 어떤 상황에서도 인간을 놓치지 않는 감독님의 연출은 매번 존경심을 느끼게 한다. 거기에 김사부는 물론 우리 젊은 배우들의 악 소리 나는 연기까지! 보는 순간 ‘그냥 미쳤다!’ 라는 말 밖에 할 수 없었다.

Q. 시즌3까지 완주한 소감과 시즌4 가능성에 대해 말씀해주신다면?
A. 시즌3는 어떤 말로도 설명할 수 없는 감동과 먹먹함의 연속이었다. 자그마치 7년이란 시간이다. 그 7년 동안 김사부와 돌담즈의 인생을 가슴에 담으며 같이 울고 웃고 함께 살아온 거나 마찬가지다. 그 시간을 몇 줄로 다 설명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지금 이 순간 떠오르는 한 사람이 있는데, 바로 임혜민 작가다. 시즌1때 보조작가로 시작해 시즌3에 공동집필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우리 드라마의 자부심 중 하나인 수많은 수술신들이 임혜민 작가의 노력들로 탄생됐다. 그 힘든 과정들을 멋지게 완주해줬다. 김사부에게 서우진이 있었다면, 나에겐 임혜민 작가가 있었다.

그리고 시즌4는 종영 후부터 지금까지 정말 그 질문을 가장 많이 받았는데, 사실 시즌1을 끝낼 때 시즌2를 쓰게 될 줄 몰랐고, 시즌2를 끝낼 때 시즌3를 할 수 있을까 생각했었다. 지금도 ‘시즌 4가 가능한가?’ 생각 중이다. 그런데도 우리를 또다시 기다려주겠다고 해주셔서 지금은 그것만으로 너무 감사드릴뿐이다.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 youyou@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