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결은 뒷전 갈등만 또 부각…겹치기 섭외로 화제성에 급급한 부부 솔루션 예능TEN스타필드

《김지원의 까까오톡》
같은 부부, 여러 부부 솔루션 예능 출연
다른 예능·같은 갈등 '진정성 의심'
쌓여가는 시청자들의 피로감

'결혼 지옥'의 물불 부부와 '당결안'의 노랑 부부. 같은 부부다. / 사진제공=MBC, SBS플러스

《김지원의 까까오톡》
'까놓고, 까칠하게 하는 오늘의 이야기'.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가 연예·방송계 이슈를 까다로운 시선으로 신랄하게 비판합니다.

갈등 해결을 추구했지만 갈등만 두드러지고 끝난다. 부부 문제를 다루는 솔루션 예능들의 이야기다. 더욱이 출연자들이 방송사를 옮겨다니며 똑같은 고민을 반복적으로 보여주고 있어 진정성이 의문스럽다.

SBS플러스 부부 관계 점검 리얼리티 '당신의 결혼은 안녕하십니까'(이하 '당결안')는 2기 부부들의 사연을 선보였다. 그 가운데 '노랑부부'는 이미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에 '물불부부'로 출연한 바 있다. 두 딸을 키우고 있는 부부. 아내는 첫째 임신 6개월째 술에 취한 남편에게 폭행을 당한 뒤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솔루션 후 남편은 "드라마틱한 변화가 있었다. 이전에는 아내가 육아와 집안일에 힘들어했는데 자연스럽게 변하고 있다. 상당히 만족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물불부부는 노랑부부로 '당결안'에 출연했다. 노랑부부는 서로를 향한 날선 비판과 살벌한 대화를 주고받았다. 아내는 "우리 이 복수극을 끝내자"고도 말해 충격을 안겼다. 심지어 이 방송에서는 새로운 갈등을 드러냈다. 아내가 남편과 함께 다녔던 마사지숍에서 성추행을 당했다고 털어놓은 것. 아내는 "마사지 도중 자세를 옮기면서 남자 마사지사가 가슴을 만졌다. 알고 보니 상습범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러자 남편은 화를 내며 "너도 클럽에서 놀 때 가슴골 드러내는 옷 입었지 않나. 그것 좀 만졌다고 X랄이냐"고 폭언을 했다고 한다.

갈등을 빚는 부부들이 이처럼 여러 예능을 옮겨다니는 모습은 적지 않게 볼 수 있다. 결혼 3년 차 김경진·전수민 부부도 마찬가지다. 두 사람은 2020년 6월 결혼식을 앞두고 채널A '아이콘택트'에 출연했다. 이 방송에서 전수민은 김경진에게 그간의 불만을 쏟아냈다. 잦은 술자리로 몸무게가 22kg가 증가한데다 집안 관리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뿐만 아니라 "너와 살면 안 행복할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둘은 화해의 시그널을 보이는 듯했지만 결혼 8개월 만에 채널A '애로부부'에 등장했다. 이번에는 아내 전수민 모르는 김경진의 금전 거래와 과소비가 문제였다. 부부는 최근 '결혼지옥'에서 또 갈등을 드러냈다. 이번에도 경제 관념 없는 김경진으로 전수민이 답답함을 토로한 것. 뿐만 아니라 2세 계획에 서로 다른 태도도 갈등의 원인이었다.

조혜련 동생 조지환과 그의 아내 박혜민 역시 여러 부부 갈등 해결 예능에 출연했다. '애로부부'에서 박혜민은 "남편이 에너지가 너무 많다"며 "내가 퇴근할 시간이 되면 연락이 오고, 장소불문이라 형님(조혜련)네 집, 병원 앞 숙소, 주차장에서도 해 봤다"면서 남편의 잦은 부부관계 요구로 인한 고충을 토로했다. 이들 부부는 '결혼 지옥'에서 생계 문제와 고부 갈등 문제를 드러내기도 했다.

한 예능에서 갈등 고백-상담-해결의 과정을 거친 부부들이 또 다시 다른 예능에 출연해서 이전에 언급했던 문제를 드러내고 새로운 갈등을 노출한다. '부부 예능 옮겨다니기'라는 말도 나오는 이유다. 이미 시청자들과 '안면'이 있는 출연자를 섭외해 제작진이 화제성 끌어올리기에 급급한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예능적 재미를 위해 해결보다 갈등 부각에 초점을 맞추는 구성도 진정성에 의심이 가는 대목. 이들이 원하는 것이 문제 해결을 통한 결혼 생활의 원만한 지속인지, 갈등 쥐어 짜내기를 통해 부부 갈등 자체를 소재로만 삼고 있는 것은 아닌지 헷갈린다. 피로감을 느낀 시청자들이 점점 떠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해결은 뒷전, 갈등만 또 부각…'겹치기 섭외'로 화제성에 급급한 부부 솔루션 예능[TEN스타필드]